[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도 제설차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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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대학을 다니고 있는 20대 남자입니다. 저는 1년 8개월 군복무 마치고 제대한 지 1년 좀 안됐는데요. 겨울이 되니 군대에서 눈 치우던 때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한국은 대부분 도로들은 눈이 오면 제설차가 눈을 치우는데, 군대에선 직접 눈을 쓸어서 치워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그때 눈이 오는게 너무 싫었던 기억이 있는데 북한은 눈이 오면 어떻게 하나요? 제설차가 있나요? ”

(음악 up & down)

대한민국 남자들이 이맘 때가 되면 고전소설처럼 하는 얘기가 아마 군대에서 눈 치운 얘길 겁니다. 사실 아파트가 많은 한국에선 눈이 온다고 해서 빗자루 들고 눈을 쓸어본 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러다 남자들은 군대에서 첫 경험을 하게 되는 거죠. 쓸고 쓸어도 계속 내리는 눈이 그렇게 싫었다고들 입을 모으더라고요.

올해 특히 눈이 많이 올 것 같습니다. 이곳 남쪽에선 12월 들어서만 벌써 여러 번 함박눈이 펑펑 내렸거든요. 여러분 계신 곳은 어땠나요? 한국에선 '눈 와서 좋아하면 아이고 눈이 와서 걱정부터 앞서면 어른이다' 라는 말이 있어요. 제가 살았던 함경북도 청진은 유난히 눈이 많이 오는 지역 중 하나였는데요. 밤이 되면 가로등 하나 없어 캄캄하고 무섭기만 했던 도로와 골목길이 눈이 오면 온통 하얗게 덮이고 그 하얀 빛이 달이나 별에 반사되기라도 하면 정말 하얗고 반짝반짝한 또 다른 세상으로 변신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어렸을 땐 겨울에 눈은 늘 기다려지는 설렘이었죠.

하지만 눈에 대한 설렘과 행복감은 추억으로만 남겨둔 채 저 역시 이제 눈이 오면 걱정부터 앞섭니다. 저는 이곳에서 직접 운전을 해서 다니는데요. 눈이 너무 갑자기 많이 내리면 어쩔 수 없이 길이 미끄러워지면서 사고위험이 높아지고 천천히 운행하는 차들로 인해 길이 여기저기 막히다 보니 다니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불가피하게 생기거든요.

차의 운행 뿐 아니죠. 빙판길이 만들어지면 걸어 다니는 사람들도 불편하잖아요. 어린아이들이야 넘어지면서 크는 거다 말하기도 하지만 어른들의 경우 잘못 넘어질 경우 타박상이나 뼈에 골절이 생길 수도 있고, 또 연세가 많으신 분들의 경우는 한번 몸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회복이 안되기도 해서 부모님들, 또 주변 분들에 대한 걱정 또한 많아지는게 바로 눈을 보며 갖게 되는 어른의 마음일 겁니다.

오늘 질문자 분이 얘기해 주신 것처럼 한국에선 군대가 아닌 일반적으로는 눈이 오면 기계가 눈을 치웁니다. 일단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바로 염화칼슘을 도로 곳곳에 뿌립니다. 염화칼슘은 하얀색 작은 고체덩어리들로 돼있는데, 습기를 흡수하는 성질을 갖고 있고, 습기를 흡수한 후에는 스스로 녹게 돼 있습니다. 물에 녹은 후에는 물의 어는점을 크게 낮추게 되는데요. 염화칼슘에 녹은 물은 무려 -15도까지도 끄떡없이 얼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 이미 언 다음에는 뿌리는 효과를 크게 못봐서 얼기 전에 바로바로 뿌리는 게 중요하죠.

일기예보에서 눈 예보가 있으면 각각의 지역 관리를 맡은 지방자치단체 담당 부서나 도로공사 등에서는 염화칼슘이 바로 도포되어 빙판길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데요. 그래서 한국에선 웬만한 폭설이 아니면 차가 다니는 도로에는 눈이 쌓이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폭설량을 기록할 때는 염화칼슘으로도 역부족일 수 있는데요. 그럴 땐 제설차가 도로를 다니며 눈을 옆으로 치웁니다. 물론 일반 주민들은 자신의 집 앞이나 가게 앞 눈을 직접 치우거나 지방자치단체에 염화칼슘을 신청해서 받아서 뿌리기도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국가가 관리하는 대부분의 도로와 길들은 정부 차원에서 빙판길 관리도 담당하고 진행하고 있다는 거죠.

'북한에서 눈이 오면 어떻게 치우나요?'라고 질문 주셨는데, 여전히 눈이 오면 새벽부터 인민반장이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눈 치러 나오세요'를 외칠 겁니다. 그렇게 차도, 인도 할 것 없이 북한에선 눈을 사람이 직접 치웁니다. 개인들이 개인의 집 앞은 물론, 공공의 영역까지 모두 삽으로 눈을 치우게 되는 거죠. 아마 군에서 눈 치운 얘기를 탈북민들과 나눈다면 얘기가 끊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국엔 눈에 대한 노래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낭만을 담고있는 노래들이죠. 눈 치우기가 북한만큼 힘들었다면 아마 이런 노랜 안 나왔겠죠. 올 겨울도 눈 치우느라 고생하실 북한주민들을 생각하면 눈이 적게 오라고 기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오늘은 여기서 줄일게요. 지금까지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