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완공된’ 수재민 아파트 비어있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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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입니다.

-김정은 위원장, 신의주 수해지역 아파트 준공식에서 대노

-조립식으로 지어진 수해 지역 아파트, 안전은?

-중국에서 보이는 신의주 아파트에는 정상적으로 전기 공급

-김정은 위원장 공들이는 갈마 관광지구, 올해는 개장하나

-‘외화벌이’ 위해 주력하는 관광 사업 지난해 성적표는?

[진행자]지난 12월 21일,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의주 수해 피해지역 주택 준공식이 진행됐습니다. 보도 화면에는 깔끔한 새집이 등장했지만 입주 준비가 덜 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대노했다는 얘기가 전해졌는데, 김 기자 어떤 사정이 있었던 겁니까?

[김지은 기자]보통 김 위원장이 온다면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합니다. 직접 들어가서 볼 집도 정해서 미리 준비를 다 해놓는데, 이날 김정은 위원장은 다른 집으로 불쑥 들어갔다고 합니다. 일부러 그렇게 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당연히 불시에 들어간 집은 도배조차 끝나지 않았고 김 위원장은 화를 내며 간부들에게 고함을 질렀다고 합니다.

준공식을 한 신의주 아파트에 대한 제 기사에서도 전했듯이 새로 준공된 신의주 살림집은 한국이나 다른 나라의 서민 아파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북한 지방 정부 수준에서는 최선을 다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화장실도 재래식이 아닌 수세식 변기이고 텔리비전도 갖춰줬습니다.

그러나 사정을 들여보면 한심한 부분이 많습니다. 지난 7월 수해가 발행했을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새 살림집을 지어주겠다 약속했습니다. 초기에는 10월 말, 늦어도 11월 초까지 무조건 완공할 것을 지시했지만 결국 5개월이 걸린 것인데요. 사실 블로크를 한 장씩 쌓아 축조해도 하루에 1.2미터씩 2일이 걸리니 20일이면 10층이 올라간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게다가 이번 수해복구 아파트는 축조식이 아닌 조립식으로 건설됐습니다.

[진행자] 완제품을 가져와 조립하는 방식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김지은 기자]맞습니다. 창고나 1~2 저층 건물을 건설할 때 이용하던 빠른 건축 공법으로 확인이 되는데요, 다른 나라에서는 16층 아파트를 단 6일 만에 완공한 사례도 있고 러시아의 경우 5일 만에 완공하기도 했습니다. 이 공법은 공장에서 생산한 규격화된 외장재를 현장에서 조립하기 때문에 확실히 빠른 방법이지만 안전하지 못하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철근 기둥을 세우고 조립하는 방식으로 이음 처리의 문제로 붕괴 사례가 많아 현재 이 공법은 특히 고층을 지을 때는 선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원료와 자재에 대한 규정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외장재 공장이 아닌 각이한 기관과 기업소에 과제를 주고 철근에 시멘트 혼합물을 부어 외장재를 만들게 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원료가 제대로 들어갔는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김 위원장은 수해민 주택을 50년, 100년을 살 수 있게 건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견고하게 짓겠다는 의미였겠지만 북한은 지금까지 건축물을 지으며 100년 대개의 견고함을 주장해 왔습니다. 그거에 비하면 절반인데, 요란한 선전 속에 완공된 수해민 아파트들이 부디 별 탈 없기를 바랍니다.

[진행자] 북한에서는 국가에서 살림집을 지어주는 경우에도 보통 도배 등 내장은 안 해준다고 알고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도배뿐 아니라 가전제품 일체를 갖춰 놓을 것을 지시했고 또 "첫날부터 근심걱정 없이 살게 해준다"고 그릇, 소금, 간장, 된장, 쌀, 김치까지 갖춰놓았다고요. 애초부터 김 위원장의 지시 내용이 무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어떻습니까?

[김지은 기자]지금까지 김씨 일가가 자기 주머니의 돈을 꺼낸 일은 없었습니다. 아파트를 건설하든, 온실을 건설하든 다 주민들, 기관, 기업소, 공장, 단위에 해당 자금을 분배제로 할당하여 거둬들이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상투적입니다.

이번에도 수해복구 지역의 각 아파트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건설 과제를 전국 도별로 나눠 정했고 이에 따라 해당 도에서 건설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거둔 자금을 중앙에서 모아, 중국을 통해 시멘트, 철근 등 건설 자재와 내부 인테리어 부속 자재를 사들였다고 관련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수해민들의 아파트에 그릇, 된장, 간장까지 다 갖춰 줬다니 세심한 배려로 보이지만, 사실 주민들 입장에선 환영할 수 없습니다.

예전에 살던 주택에서는 남새나 강냉이를 심어 먹을 텃밭이라도 있었지만 그것을 다 잃은 것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3년 치 식량을 공급하겠다던 애초의 약속도 허풍으로 끝나버렸습니다.

쌀은 1가구당 24kg 한 포대씩 공급했다고 합니다. 식품은 200g 정도의 간장, 된장, 소금, 식초 그리고 김치 10kg씩 공급했습니다. 새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들이 장마당으로 몰려간 사실만 봐도 갖춰진 것이 얼마나 부족한지, 그 실태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진행자] 특히 새 살림집 대부분은 난방과 취사를 전기로 해결하도록 했다는데 이 부분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도 궁금합니다.

[김지은 기자]그렇습니다. 전기로 난방과 취사를 해야 하는데 일부 새 아파트에만 물과 전기가 공급된다고 합니다.

지방 정부들은 많은 고민을 한 것 같습니다. 전기 사정을 고려해서 고층 아파트라도 8층 이하 또 외풍이 상대적으로 덜한 가운데 세대에 노인들을 배정했습니다.

[안창규 기자]보도를 보면서 농촌에 저 고층 아파트가 왜 필요한가, 저 꼭대기 층에 누가 사나 걱정했는데 아마 북한 주민들도 저와 같은 생각일 겁니다. 항상 북한은 전기 문제가 있을까 말입니다.

[김지은 기자]맞습니다. 지금은 입주 초기라서 그래도 좀 보장해주는 것 같은데요. 특히 신의주 강변으로 중국에서 직접 눈으로 보이는 아파트들에는 밤에도 전기를 공급한다고 합니다. 나머지 아파트들은 주민들이 입사증을 받고도 입주하지 않는 실정입니다.

난방과 취사가 불가능한 문제가 제일 큰데, 언 콘크리트 방에 들어가서 잠을 잘 수 있습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주민들은 현재 동거하고 있는 곳에서 계속 머무르고, 새 아파트는 거의 비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외관은 번듯하지만 살 수는 없는 아파트. 애초부터 아파트 건설은 주민들의 더 나은 생활이 아니라 김 위원장의 면을 세우는 것이 건설의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는 걸 보여주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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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29일, 김정은 위원장은 원산 갈마 관광지구를 찾았습니다. 12월 말 현장 시찰로 관광 지구를 돌아봤다는 것에 메시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안 기자, 내년에는 관광 사업에 집중하겠다, 이런 의미인가요?

[안창규 기자]그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지난 12월 29일 김정은 위원장은 갈마해안관광지구가 볼수록 장관이라며, 국가 행사를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봉사시설이 잘 꾸려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북한에 외국 사람들이 부러워할 다양한 관광자원이 많다며 관광업을 잘 발전시키면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갈마해안관광지구에 대한 기대를 표시했습니다.

이 기대는 본질에 있어 외화 획득에 대한 기대일 겁니다. 경제난을 탈피하려면 많은 자금이 필요합니다. 사실 북한은 경제난 초기부터 현재까지 경제난 타개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우선 1991년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를 만들고 여기에 외자를 유치해 파국에 처한 경제를 회복하는 돌파구로 활용하려 했으나 이곳에 투자하겠다는 나라와 기업이 없어 실패했습니다. 이후 2004년 신의주특별행정구를 만들고 신의주를 국제 금융, 무역, 상업, 관광 중심지로 개발하려 했지만 특별 행정장관으로 임명된 네데를란드(네덜란드) 국적 화교 기업가 양빈이 탈세 혐의로 중국 당국에 구속되면서 무산됐습니다.

이후에는 외화벌이 노동자를 해외에 적극 파견해 체제 유지와 경제회복에 필요한 외화를 벌어들이려 했지만 거듭되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시작된 유엔 안보리 경제제재로 이마저도 물거품이 됐습니다.

북한이 기대하는 마지막 대안은 관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개인의 북한 관광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북한은 이미 한국과 합작했던 금강산 관광을 통해 관광이 중요성을 체득했을 겁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관광업 확대를 서둘렀습니다. 마식령스키장을 새로 꾸리고, 백두산 관광과 연결되는 삼지연 지구 건설을 진행했으며, 이어 금강산 관광과 연계되는 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에 몰두했습니다. 비록 10년 만에 겨우 완공을 앞둔 상태지만 관광자원, 관광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북한에 있어 갈마해안지구는 큰 관광 자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북한이 올해 경치 좋은 갈마 해안 지구와 금강산을 연결하는 관광을 크게 시도하리라고 봅니다.

[진행자] 갈마 지구의 완공 날짜는 3차례나 연기됐습니다. 드디어 2025년 5월 개장한다고 밝혔는데요. 사진으로 보이는 규모도 대단하지만 이런 대규모 관광 단지를 과연 누가 채울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고, 무엇보다 이번에는 개장이 가능할까요?

[안창규 기자]오래전부터 백두산, 금강산, 묘향산을 주요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온 북한은 강원도, 함경북도, 함경남도 등의 동해안의 명승지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는데 그 첫 번째 대상이 바로 갈마해안지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갈마해안지구는 동해 명승지로 유명한 강원도 원산시 갈마 반도의 ‘명사십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호텔, 여관 등 다양한 형태의 숙소와 실내 수영장과 해수욕 시설, 오락시설, 식당 등의 관광 서비스 시설이 건설된 겁니다. 북한이 오는 6월 갈마해안관광지를 운영한다고 했는데 과연 이번에는 공개한 날짜에 운영이 시작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지금 진행자도 지적했지만, 대규모 관광지에 외국인 관광객을 어떻게 채우는가 입니다. 작년 2월부터 북한은 러시아 관광객 유치에 주력했습니다. 평양뿐 아니라 나선, 청진, 경성을 거쳐 칠보산을 둘러보는 북한 북부 동해안 지역 관광도 시작했고 양국 간 항공기 운항도 재개했습니다. 러시아와 상호 여행에 대한 새로운 협정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지난 한 해 북한을 찾은 러시아 관광객 수는 만족한 수준이 못됩니다. 청진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이 밝힌 데 의하면 2024년 10월 경까지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관광객은 1,000여 명 정도였습니다. 연말까지 북한 관광이 이어졌다 해도 1,500명 미만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북한이 유럽 등 타국가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안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대기 수요도 충분한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지만 현재 북중 간 관계가 시원치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이 역시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로 북중 국경이 봉쇄되기 전까지 중국은 매년 20만 명가량의 단체 관광객을 북한에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외화가 급한 북한이 관광 확대를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수도 있지만 성과를 장담하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진행자] 지금 북한에는 건설을 시작했지만 마무리가 안 된 관광 지구가 꽤 많습니다. 함경북도 경성의 염분진 해안 공원도 그중 하나인 것 같은데, 착공한 지 13년 동안 창문도 아직 못 단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고요. 건설을 시작했으나 방치된 지구들은 염분진 외에도 얼마나 존재할까요?

[안창규 기자] 2013년경 북한은 금강산, 백두산, 칠보산을 망라하는 동해안관광특구 조성을 계획한 바 있습니다. 이미 백두산과 금강산 관광을 위한 준비는 비교적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로 인프라가 낙후한 상황에서 삼지연, 원산 공항이 만들어졌고 삼지연 지구와 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도 완공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남은 건 칠보산 관광인데 관광 인프라가 매우 미약한 상태입니다.

우선 관광객들이 현재 어랑공항이나 경성을 출발해 칠보산까지 육로로 이동하는데 그 거리가 각각 70km, 95km 정도 됩니다. 이 도로가 포장되지 않은 토사 도로로 상태가 좋지 않아 차로 3시간 이상 걸린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1시간이면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죠.

또 칠보산에는 호텔이 없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칠보산에 50명 미만 수용 능력의 단층집 형태의 숙소와 10여 가구 이내의 민박 숙소가 전부입니다. 아직까지 칠보산에 호텔을 건설한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경성의 염분진 호텔을 거점으로 칠보산 관광객을 유치하려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염분진 호텔은 착공한지 13년이 되도록 아직 창문도 달지 못한 상태로 건설이 거의 중단된 상태입니다. 수입산 마감 자재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칠보산 관광을 활성화하자면 가까운 곳에 호텔을 건설해야 하며 칠보산으로 가는 도로, 산악 관광 도로 등을 개선해야 합니다.

대북 제제, 어려운 경제상황 등 아직은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갈마해안관광지 공사가 끝나면 북한이 언젠가는 칠보산 관광 확대를 위해 그와 연계되는 염분진해안관광지 조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의 관광 사업이 어려운 이유가 단순히 관광지로 가는 도로가 부실하고 , 호텔이 없기 때문일까요? 관광객도 벗어날 수 없는 이동 통제와 감시 속에서 누가 북한에 관광을 가고 싶을까요, 해안가 가득 지어진 북한의 대형 호텔 건물 사진을 보며 궁금해졌습니다.

[지금 북한은]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집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 감사합니다.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 저희는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과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