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중국 파견 북 노동자, 6년 치 월급은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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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살림집관리법', 적용되면 바뀌는 부분은?
  • 음성화된 주택거래를 양성화 시도, 국가가 수수료 걷을 수도
  • 1,2차 귀환한 중국 파견 북한 노동자 6년 치 월급 지급, 액수는?
  • 소식통 "한푼도 못 받은 사람도 있다"

두 기자는 북한에서 어떤 집 사셨습니까 ?

김지은 기자 : 저는 땅집에서 살았는데 사실 북한은 국가에서 집을 준다고 하지만 집은 노동자가 속한 공장, 기업소에서 주는 것이고요. 6식구가 굉장히 작은 땅집에서 같이 살았죠.

안창규 기자 : 저는 아파트에 살았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아파트를 보통 선호하지만 북한은 지역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어떤 집을 선호한다 말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보통 아파트, 역전과 장마당 가까이에 있는 집 그리고 농촌에서는 개인 텃밭이 많은 집이 비쌉니다. 아파트의 경우 수도가 잘 안 나오고 엘리베이터가 없어 오르내리기 힘든 높은 층보다 낮은 층이 인기 있습니다.

오늘 첫 소식이 살림집 관련이라 여쭤봤습니다 . 남한 사람들에게도 집은 사는 곳이라는 의미도 크지만 가장 큰 재산이죠. 북한에서도 소유할 수 없지만 주택사용허가증이재산처럼 거래돼 왔습니다. 또 방을 세주면서 돈을 받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런 관행에 당국이 '살림집관리법'을 만들어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안 기자, 이 법이 적용되면 어떤 부분이 바뀝니까?

안창규 기자 : 북한에는 건설에서 관리까지 주택과 관련한 모든 것을 규정한 '살림집법'이 있었습니다. 2009년에 만든 법인데 여기서 주택 배정과 인계, 이관인수, 이용허가, 이용관리 등을 따로 분리해 지난해 10월, '살림집관리법'을 새로 제정한 겁니다. '살림집관리법'은 이전보다 국가의 통제와 영향력을 증폭하는 방향으로 구체화된 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새 법의 핵심은 ‘주택은 개인 것이 아니라 국가의 소유’라는 점을 분명히 한 거라는 겁니다. 새 법에 규정된 내용 중에서 북한 주민들이 가장 우려를 갖고 주시하는 부분은 주택 매매, 즉 주택이용허가증 거래를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 살림집법도 그랬지만 새로운 법에도 직장이 멀어 출퇴근이 어렵거나 식구가 많아 큰집을 요구하는 등 집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집 교환 신청서를 제출해 국가의 허락을 받아 집을 교환하도록 재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갈 때도 주택관리기관으로부터 새 주인에게 집을 정확히 인계했다는 확인을 받도록 했습니다.

동거(월세)를 들이는 것도 어렵게 됐습니다. 이전과 달리 무조건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또 정당한 사유 없이 3개월 안에 배정받은 주택에 입주하지 않으면 이용 허가가 취소된다는 내용도 있다고 하는데 이는 일부 돈주들이 군대에 나가 있는 아들이 살 집을 미리 사놓거나 혹은 적당한 가격에 팔지 못해 한동안 빈집으로 보유하고 있는 걸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조치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가 주택에 대한 관리와 이용을 경제난 이전(고난의 행군 이전)의 상황으로 돌려놓겠다는 의도입니다.

요즘 북한의 새로 나오는 법이나 조치의 핵심도 비슷하죠 ? 고난의 행군 이전으로 사회, 경제 분야를 돌려놓겠다는데 맞춰져 있는데요, 살림집관리법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주택 거래 단속에 당국이 손을 댄 이유는 뭘까요?

안창규 기자 : 원칙적으로 국가 주택을 팔고 사지 못하게 되어 있지만 실제 주택매매는 매우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정 급할 때 생활자금, 장사 밑천(종잣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살던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옮겨가거나 시내 중심에서 외곽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과정에 자기가 원하는 주택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전문 주택거래를 알선해 주는 중계사라고 볼 수 있는 거간꾼이 생겨났습니다. 이들은 상시적으로 판매할 집을 보유하고 집을 구하려는 사람에게 집을 보여주고 가격도 조정해 주면서 수수료 형식의 돈을 받습니다. 이들에게 돈을 주면 입사증 발급도 가능합니다.

주택매매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이 모든 것이 다 음성적으로 이뤄집니다. 적지 않은 사람이 국가 주택을 팔아 이익을 챙기고 이를 알선해 주면서 돈을 벌고, 입사증 발급 과정에서도 돈이 오가는 데 정작 국가에 납부되는 돈은 한 푼도 없습니다.

바로 이런 부분을 국가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간 돈이 오가는 거래가 아니라 국가기관을 통한 집 교환 등의 방식으로 음성화된 주택거래를 양성화하려는 의도입니다. 아마 국가에서 받는 주택 배정을 제외하고 주민의 필요에 의해 집을 바꾸거나 할 때 국가가 수수료를 걷으려 할 겁니다.

주택은 국가의 소유이지만 주택 사용허가증이 거래된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고 이미 주택 가격이라는 것도 형성돼 있죠 . 이 법은 주택 거래 체계와 가격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안창규 기자 : 북한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당국이 새로운 조치가 취하면 그에 맞는 대책이 나온다' 당국이 새로운 조치를 취해 주민을 통제하면 주민들이 그 빈구석이나 다른 해결책을 찾는다는 의미입니다.

새 법에 의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 만큼 한동안은 개인 주택 거래가 줄어들겠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회귀할 거라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통제가 심화되면 주택 거래가 들통나지 않게 더 비밀리에 진행될 겁니다. 자칫 집을 몰수당할 수 있거든요. 결국 주택 가격은 더 오르게 되겠지요. 주택거래에서 위험부담이 따르니까요.

지금까지 수십 년 넘게 북한 당국이 법과 규정을 새로 제정해 마약, 외화, 비사회주의 등의 단속과 통제에 몰두 했어도 이를 근절하지 못한 것은 간부들이 결탁되어 있기 때문인데 주택거래도 이 같이 이해할 수 있겠지요. 결과적으로 당국이 아무리 악을 써도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존재했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 중국에서 귀국한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로임을 돈표로 받아 반발이 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기자, 원래대로라면 외화로 받습니까?

김지은 기자 : 그렇습니다. 과거의 경우 중국 파견 노동자들의 로임은 위안화로 받았습니다. 특히 한 가지 크게 다른 부분은 코로나 이전에는 파견 노동자들의 로임을 노동자의 가족들이 북한에서 매달, 대신 받았습니다. 코로나 이후에 귀환한 노동자들만 귀환 이후 한꺼번에 로임을 수령한 것입니다.

이번에 돈표로 로임을 받은 노동자들은 중국에서 1차, 2차로 소환된 노동자들이고 코로나 기간에도 중국에서 갇혀 일했던 노동자들입니다. 코로나 봉쇄가 시작되자 북한 회사들은 표면적으로는 중국에서 집단 합숙 생활을 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돈을 개인적으로 건사할 수 없다, 그러니 회사 금고에 보관했다가 북한으로 돌아갈 때 주겠다는 이유를 내세웠습니다. 장부를 만들고 매달 사용하는 휴지, 화장품, 위생용품 병원을 가게 되면 치료비와 약값 등을 일일이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을 계산해 지급한 것인데요, 결국 이 돈마저 돈표로 지급한 겁니다.

북한은 현재 지폐를 인쇄할 종이와 잉크 등의 부족으로 새 돈을 찍어내지 않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북한 당국이 위안화나 공식 화폐 대신 돈표를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최근 북한은 파견 노동자뿐 아니라 공장, 기업소 로임 역시 돈표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돈표는 정말 여러모로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 그렇지만 북한 당국은 돈표가 현금과 동일하다고 말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노동자들이 돈표 지급에 대해 불만을 가질 이유도 없어 보이는데요.

김지은 기자 : 북한 당국은 돈과 같은 것이라고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지난 2009년 화폐교환 당시, 아글타글 모은 돈이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되는 경험을 했던 북한 주민들은 이 말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북한 당국은 돈표가 일정 기간 유통된 이후 중앙은행권 즉 북한 돈과 1:1로 바꿔주겠다고 하지만 그때 가서 돈표는 무효라고 얘기한다고 해도 주민들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 경험을 한번 했던 주민들은 당국의 말을 신뢰할 수 없는 겁니다.

게다가 5천원권, 5만원권인 돈표를 장마당이나 상점망에서 상인들이 되도록 받지 않으려 하여 사용이 어렵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돈표로 로임을 받은 것이니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또 돈표로 지급하면서 국가가 정한 환율을 적용했는데 국가공시환율은 시중 환율보다 1위안에 500원 정도 낮아 실제로 많은 손해를 봤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돈표로 받았다는 것보다 저는 오히려 액수에 놀랐습니다 . 어떻게 이렇게 액수가 적습니까?

김지은 기자 : 6년 치 로임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적습니다. 뒤쪽에 다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소식통은 로임을 많이 받은 노동자들이 5,000위안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달러로 계산하면 690달러입니다.

먼저 중국 파견 노동자들이 로임 받는 방식을 좀 설명해야하는데요,

노동자들을 파견할 때 북한, 중국의 회사들은 계약을 체결합니다.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당연히 인건비입니다. 중국 대방이 북한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로임은 회사별, 업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귀환한 노동자들이 계약서를 체결한 2016년~2019년까지 대부분의 북한 회사가 노동자 1인당 한 달 로임을 2,000위안에서~2,500위안(약300 달러)으로 계약했습니다.

이 중에서 국가 납부금이 3분의 2정도가 됩니다. 그걸 제하면 대략 800 위안(약100달러)이 남는데 여기서 본사경영비, 해당 지역의 영사부 유지비, 보험비, 각 종 사회지원금, 숙식비를 제외하면 노동자 임금은 한달에 300위안(41달러)에서 100위안(14달러) 정도가 됩니다.

소식통은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한달 로임으로 100위안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이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6년치가 7,200위안이 돼야 합니다. 문제는 이 금액을 그대로 수령하는 게 아니라 여기서 또 국가대상건설, 지방대상건설, 김일성·김정일 애도 기부금, 국방력 강화 지원비 등 각종 기부금과 지원금을 냈다는 겁니다. 소식통은 이런 이유로 “5천 위안 정도를 6년치 로임을 받은 사람이 가장 많고 받을 노임이 한 푼도 안 남은 사람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6년 동안 하루 14시간까지 일하며 노동한 대가로, 한국의 한 달 최저 임금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로임에서 과도하게 기부금과 지원금을 내는 것도 문제로 보입니다 . 본인이 자원해서 내는 것이지만 회사 사장이나 간부들이 좀 강요하는 측면도 있지 않습니까?

김지은 기자 : 그렇습니다. 사장들이 노동자들에게 충성심을 호소하며 기부금, 지원비를 내라고 독려하는데 국가에 기부금, 지원금을 많이 내면 노동자 개인이 아닌 사장, 본인의 공으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공을 이용해 지도국의 간부 등으로 출세하고자 하는 것인데요, 사장들은 노동자들이 기부금 등을 내지 않으면 힘든 일을 주는 등의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상태이니 누가 파견 노동을 가겠나 싶은데요 , 요즘 내부에서 중국 파견 노동자를 모집하는 중이죠. 지원 상황은 어떻습니까?

김지은 기자 : 네, 그렇습니다. 현재 해외에 파견할 노동자들을 모집하고 있는데요, 내부의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당국의 착취는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외국에 나가려는 노동자들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또 그동안 코로나를 빌미로 6년간 가족의 생사여부를 전혀 알지 못하고 지낸 북한 노동자들의 사정이 전해지면서 내부에 좋지 않은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지구상에 어떤 국가도 자국 국민들을 이 정도로 노동에 내몰고 착취하지 않는데요. 이번 소식을 전하면서 북한 주민 누구나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으며 잘 먹고 잘 사는 행복한 자유의 날이 오기를 다시 한번 바라게 됩니다.

북한도 요즘 인권이라는 말을 주민은 물론 간부들도 잘 알고 있다고 하는데요, 노동권 보장 역시 인권입니다. 또 국제 인권 기구들이 북한 해외 파견 노동에 심각한 유린 문제가 있다고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전하겠습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함께해주신 쳥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