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 "새 선거는 중앙집권제원칙에 기초한 민주주의 선거제도" 주장
- 대의원 후보자 중 탈락되면 안될 정권 기관 간부는 복수 후보 아닌 1인 후보
- 북한 당국이 18일부터 선거장 경비 대폭 강화한 이유는?
- 북한 노동자 파견 단동 피복 공장 , 노동자 급사 사건 발생
11월 26일, 오는 일요일이 대의원 선거일입니다. 선거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안 기자, 내부에서도 이번에는 선전이 요란한 것 같은데요. 이번 선거, 과거와 달리진 부분이 있죠?
안창규 기자 : 네, 여러 지적이 나오지만 북한 선거 역사에 처음으로 복수후보가 등장했다는 점이 이전의 선거와 다른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은 지난 8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27차 전원회의에서 수정한 것으로 알려진 <각급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법>이 나온 후 첫 선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달라진 선거법에 의해 당과 수령을 충성으로 받들 줄 아는 사람, 국가와 인민을 위해 유익하고 훌륭한 일을 찾아 하는 사람들이 대의원으로 선출되게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2명의 후보 중에서 주민들이 최종 후보를 선택하도록 한 새 선거제도가 대의원들이 인민에 대한 복무정신을 가지고 더 많은 일을 하도록 하는 중앙집권제원칙에 기초한 민주주의 선거제도라는 겁니다.
특히 지난주에는 간부들과 학급 학교 교원, 핵심 당원으로 구성된 5호 담당선전원을 파견해 선거에서 달라진 방식을 설명하면서 새 선거법에 깃든 당(김정은)의 의도를 명심하고 선거에 적극 참여해 공민의 본분을 다하라는 선전을 펼쳤습니다.
복수후보라고만 전해졌었는데 추가 소식이 나오면서 선거가 어떤 식으로 치뤄지는 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우선 대의원 선거구는 고정지표 대상자, 선발지표 대상자가 나뉘던데 쉽게 말하면 단일 후보인 선거구도 있고 복수 후보인 선거구도 있다는 것이죠. 보도를 보면 대의원 후보 중 당, 행정 등 정권기관 간부는 고정지표 대상자, 즉 단일 후보네요. 단일후보, 복수후보 이렇게 나누는 이유가 뭘까요? 또 그 기준도 궁금합니다.
안창규 기자 : 북한은 노동당이 모든 것을 좌우지하는 체제입니다. 다르게 표현한다면 간부 중심 체제라 할 수 있지요. 즉 북한에서 국가 일의 많은 부분을 간부가 결정하는데 이 간부는 노동당이 선발 임명한 사람들입니다. 마찬가지로 각급 인민회의 대의원 후보도 노동당이 선출합니다.
북한에서 각급 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선거되는 사람 중에 노동자, 농민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간부들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북한에서 일반 노동자나 농민보다 간부가 맡은 역할이 더 크고 결정권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대의원이 된 간부들 중에 공장, 기업소 간부는 적고 대부분이 지역 지도기관의 핵심 간부들입니다. 지도 기관이라고 하면 각 지역에 있는 당위원회, 인민위원회, 안전부, 보위부, 농촌경리위원회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결국 도인민회의 대의원에는 도당이나 도인민위원회를 비롯한 도급 주요 기관 간부들이 많고 마찬가지로 군 대의원에는 군급 주요 기관 간부들이 많은 거지요.
그런데 이들은 말단 지도원이 아니라 노동당이 신임하는 과장, 부장, 또는 그 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간부들입니다. 이런 간부들을 각 선거구에 2명씩 복수후보로 선출하고 주민들에게 이중 한 명을 선택하라고 할 수 있을까요? 노동당이 임명한 간부를 일반 주민이 거부한다는 건 북한체제 특성상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바로 그런 특성 때문에 이번 북한 대의원 선거의 복수 후보가 주목을 받았던 것이잖습니까 ?
안창규 기자 : 그렇습니다. 당국에 대한 불만이 많은 주민들에게 뭔가 바뀌었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고안한 게 바로 대의원 선거 복수 후보인데,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인 셈입니다.
탈락되면 안될 간부들이 1인 후보로 나가는 고정지표 대상 선거구와 누가 되든 별로 중요하지 않은 말단 간부나 일반 근로자 후보 2명이 나가 경쟁하는 선발지표 대상 선거구로 나눠 놓은 것이죠.
북한 당국은 이번 선거에 대해 중앙집권제원칙에 기초한 민주주의적 선거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말그대로 여전히 노동당이 모든 것을 좌우지하고 하부에 내리먹이는 식의 선거인 겁니다. 이걸 어떻게 민주주의 선거라고 할 수 있을까요?
또 선거장에 설치되는 투표함도 두개인데 하나는 찬성표는 넣는 함이고 하나는 반대표를 넣는 함이라고 합니다. 당간부나 보위원 혹은 선거위원회 성원이 뒤에서 지켜보는 데 누가 과연 반대 투표함에 표를 넣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일부 주민들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노동당이 추천한 후보를 반대할 수도 있구나 하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을 겁니다. 100%는 아니지만 일부 선거구에서 반대 의사를 표시해 노동당이 선출한 후보 1명을 탈락시켰으니까요.
그런 만큼 실제 투표에서 주민들이 반대한다면 노동당이 추천해 경쟁이 없이 최종 후보가 된 간부도 낙선될 수도 있을 겁니다. 바로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찬성 투표함과 반대 투표함을 등장시킨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요란하게 선전하는 달라진 선거가 형식은 좀 달라졌지만 이렇게 저렇게 돌고 돌아 노동당이 선출한 후보가 무난히 대의원이 되게 하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은 무의미한 선거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선거구에 나붙은 후보자 사진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요 . 김 기자, 어디서, 어떻게 일어난 사건인가요?
김지은 기자 : 양강도 갑산군의 한 선거구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소식통은 복수 후보 중 한 명을 선발하는 예비 선거가 끝난 지난 13일, 당선된 대의원 후보자 사진과 경력 사항을 선거장 앞에 붙였으나 그 날 밤, 사진이 낙서 되고 찢겨졌다고 전했습니다.
양강도 도당위원회는 이 같은 게시물 훼손 사건을 극비에 붙였으나 당 일군의 가족과 주변인들에 의해 소식은 일파만파로 알려지고 있다고 합니다. 도당위원회는 18일, 일반 주민들로 조직했던 선거구 경비를 모두, 지역 민방위대와 당간부들로 교체하며 대폭 강화했고 하루 뒤인 19일부터는 후보자 게시물을 다시 붙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에서 붙인 게시물이 훼손되는 일은 북한에서 드물지 않습니까 ? 사진 훼손 의도,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김지은 기자 : 대의원 후보자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주민에 의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만 북한 당국이 게시물 훼손 사건에 강경대응하는 것을 보면 당국에 대한 불만 표출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입니다.
후보로 지명된 사람이 2명일지라도 한국의 경우처럼 지역 주민을 위해 발이 닳도록 뛰어다닌 사람, 지역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후보가 스스로 출마하고 유권자들은 그 후보자 중 한 명을 투표하는 방식이 아니라 당위원회의 책상 위에서 결정된 인물에 투표하는 방식인데요. 당이 내놓은 인물을 주민들이 마냥 좋게만 받아들이진 않겠죠.
내부 소식통은 “당에서는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높은 정치적 열의로 100% 찬성 투표하자’고 선동하지만 선거장은 싸늘한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또 “민방위대와 당간부들이 경비에 나서며 선거장을 공포 분위기로 조성했는데 어찌 진정한 선거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북한의 선거를 민주주의적 선거를 치르는 남한과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겠지만 , 남한 사람들의 입장에선 북한 선거에 이해 못할 장면들이 많죠. 그 중에 하나가 선거장을 꾸리는 작업입니다. 북한은 선거장에 장식을 하죠?
김지은 기자 : 맞습니다. 풍선은 물론 종이꽃으로 장식합니다. 한국은 보통 학교나 동사무소 같은 공공기관이 선거장이 되는 반면 북한은 동네에서 비교적 큰 살림집 또는 탁아소, 유치원, 동사무소 등 2칸짜리 방이 있는 장소가 선거장으로 이용됩니다. 한 칸에는 신분 확인 후 선거표를 나눠주고 다른 한 칸에서 투표함이 설치되는 건데요.
보통 ‘선거장’이라고 쓴 간판 테두리에 조화, 풍선 같은 것을 붙여 꾸미고 선거장 마당에 줄을 늘여 종이로 된 공화국기를 붙입니다. 또 선거위원 앞에 놓인 탁자에 흰 천을 씌웁니다. 또 선거 당일 여성들은 한복을 입고 선거장에 가고 선거구 안의 인민반들은 시간을 정해 노래를 틀고 춤을 추기도 합니다.
모두 선거날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하는 행사인데요. 특히 북한 당국은 이번 선거를 위해 주민들에게 세 부담을 주지 말고 ‘선거를 축제로 여기는 마음으로 자원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따라서 일부 지역에서는 이 같은 꾸밈비를 주민들에게 걷지 않고 자원적으로 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번 북한의 대의원 선거를 새로운 시도가 있었습니다 . 북한 당국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주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소식통을 통해 전해진 선거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또 앞으로 북한 선거, 어떤 방향으로 갈 것으로 전망하시나요?
안창규 기자 : 저와 연결된 소식통 중에는 새로운 선거 제도가 도입됐어도 선거된 대의원들이 이전과 다르게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주민들 속에서도 형식만 달라졌을 뿐 본질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과거, 군 인민회의 대의원으로 뽑힌 한 노동자가 4년간 대의원으로 한 일을 보면 분기에 몇 번 군에서 조직한 회의에 참가하는 게 고작이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아무런 권한이 없는 대의원들이 회의에서 논의된 사안에 대해 대의원 증을 들어 찬성이나 하는 꼭두각시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더욱이 이전에 노동당이 1명의 후보만 선출했다면 앞으로는 2명을 선출하면 됩니다. 2명중 누가 최종 후보자가 되어 대의원이 되든 노동당으로서는 전혀 손해가 없지요.
달라진 복수후보 선출 방식의 선거가 진정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일정한 자격을 갖춘 누구든 자유롭게 대의원 후보자로 출마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예비 투표가 아니라 선거 당일 직접 투표로 주민들이 여러 명의 후보자 중에서 1명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 지방 인민회의 선거처럼 내년 3월에 있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복수 후보자가 등장한다 해도 본질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 보여주기 위한 선거가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김지은 기자 : 안 기자 말대로 일종의 포장이죠. 북한 선거의 본질은 그대로입니다. 또 향후 최고 인민회의 대위원 선거도 비슷한 방식으로 치뤄질 지는 불투명합니다. 완전한 민주주의 선거, 유권자의 지지를 통해 대의원, 국가수반을 선택할 수 있다면 김정은은 물론 지금의 북한 간부들이 주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아마 선택이 아닌 심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끝으로 중국 노동자 의문사 사건 소식 알아보죠 . 단동 공장에서 30대 남성이 갑자기 사망했다고요?
김지은 기자 : 단동시의 한 피복공장에서 일어난 사건인데요, 37세의 북조선 노동자가 11일 아침,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해왔습니다. 이 남성은 2019년 경 중국으로 파견됐고 병력도 전혀 없었던 것을 알려졌습니다.
회사 간부들은 11일, 부검을 하지 않고 원인불명의 급사로 결론 낸 뒤 회사 간부 5명만 참석하는 간이 장례 절차를 치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인 12일 바로 시신을 화장했습니다.
중국에 5년 정도 있었으니 32살에 중국에 파견된 노동자이네요. 이렇게 화장하고 난 이후에는 바로 고향으로 보내나요?
김지은 기자 : 해당 공장 노동자가 북한으로 들어갈 때 함께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보내는 지는 확실히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공장에서 5년 전에도 20대 초반의 북한 여성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겁니다.
소식통은 당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대대로 가난한 북조선과 달리 13억 중국 인민의 풍요롭고 자유로운 생활상’이란 문구가 써있는 사망한 여성의 일기장이 발견됐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따라 타살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회사는 급사로 판정하고 사망진단서도 없이 서둘러 화장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보도는 이 공장에서 발생한 2건의 사망 사건과 처리 과정을 전했지만 과연 이 공장에서만 이 같은 사건이 발생했을까 하는 점도 주목해야합니다.
북중 국경 개방과 함께 중국은 물론, 러시아로 많은 북한의 젊은이들이 파견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북한 당국은 파견 노동자들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무마하거나 덮고 가면 그만이라는 입장인데요, 각 가정의 소중한 자녀 또는 가장인 노동자들을 위해 RFA는 이 문제를 앞으로 면밀히 지켜보고 계속 보도하겠습니다.
<지금 북한은>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 , 제작에 서울지국이었습니다.
에디터 : 양성원 녹음, 제작 : 이현주 웹팀 :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