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상품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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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도 잦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한 번 만나봅니다.

기자:노우주 씨 안녕하세요.

노우주:네, 안녕하세요.

기자: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건가요?

노우주:오늘은 상품권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제가 정착 생활하면서 KBS1TV에서 방송한 <우리말 겨루기>에 도전해 최종 우승을 한 적이 있는데, 당시 진행자였던 엄지인 아나운서가 우승을 한 사람에게 상금으로 30만 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 2등은 신세계 상품권, 3등은 문화 상품권이 담긴 봉투를 주는 거예요. 상품권이란 개념도 몰랐던 저는 생활용품을 사는 데 쓰면 된다는 이야기로 듣고 일단 집으로 내려왔어요. 그때는 우승했다는 기쁨에 기분이 마냥 좋아서 상품권에 대해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기자:상품권이 뭔지 몰랐으면 열어보고 실망하셨겠네요?

노우주:네, 그랬죠. 잠을 자고 나니 몸이 조금 개운해져서 어제 방송국에서 받았던 봉투를 들고 안을 들여다보았는데 돈이 아닌 두꺼운 종이 석 장이 있는 거예요. 깜짝 놀란 제가 방송국까지 같이 갔던 실장 언니에게 "언니, 분명 아나운서가 우승 상품으로 생활용품이나 필요한 걸 사라고 준 돈이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잘못 받아온 것 같아요"라고 물으며 봉투를 언니에게 드렸어요.

기자:실장분은 뭐라고 답해주던가요?

노우주:실장 언니가 봉투를 받아 들고 안에 종이를 꺼내 들며 "우주 씨, 이건 상품권이에요"라며 "상품권은 백화점에 가서 옷이나 필요한 물건을 살 때 현금처럼 사용하는 사실상 현금과 같은 거예요"라고 설명해 주면서 웃는 거예요. 남한에서는 상품권에 적힌 가격이 그에 상응한 상품과 교환할 수 있도록 백화점들에서 발행한 무기명 유가 증권이라고 설명을 해주었어요. 상품권을 처음 본 저는 종이가 돈을 대신한다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아 언니에게 시간 되면 백화점에 함께 가달라고 부탁을 드렸어요. 며칠 후 주말 실장 언니가 저와 함께 대구 백화점으로 버스를 타고 갔어요.

기자:상품권 같은 경우에는 지정된 가게 혹은 백화점에서만 물건을 구입할 수 있잖아요. 대구 백화점에서도 해당 상품권을 쓸 수 있던 건가요?

노우주:네, 맞아요. 가기 전에 알아보니까 방송국에서 준 상품권이 저희가 갔던 백화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었더라고요. 상품권은 돈처럼 아무렇게나 쓸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실장 언니가 상품권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준다고 제 손을 꼭 잡고 백화점 안으로 들어갔는데요. 백화점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구매하려고 하니 언니가 "백화점은 물건 가격이 시중보다 비싸다"며 "일반 재래시장에서 구매해도 되는 것 말고 우주 씨가 제일 필요한 걸 사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강의할 때 입을 양복이나 정장 스타일의 달린 옷을 사고 싶다고 했죠. 언니와 저는 여성 양복 매대들을 돌아봤는데, 제가 그때 당시에는 너무 왜소해서 저한테 맞는 옷도 잘 없더라고요.

기자:상품권은 어떻게 사용하셨나요?

노우주:생각보다 간단하더라고요. 상품권을 드리니 점원이 일렬번호 등을 확인한 다음 해당 상품권 가격만큼 돈을 지불한 걸로 쳤어요. 게다가 그 양복점에서는 상품권으로 값을 지불하면 옷 가격을 할인해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양복 한 벌 가격이 58만 원이었는데 상품권 30만 원에 현금 20만 원을 더 주고, 8만 원 할인된 가격으로 샀는데요. 상품권 덕분에 양복을 거금 주고 사 입었죠. 그리고 실장 언니 덕에 상품권 사용하는 법과 백화점에서 좋은 물건 고르는 법을 배웠던 귀한 시간이었어요.

기자:상품권에는 백화점 상품권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가 정말 많은데요. 다른 말로 기프티콘, 쿠폰, 기프트카드라고도 불리는데 커피, 음식점, 마트 등 여러 업체에서 이런 상품권들을 발행하곤 하죠?

노우주:네, 맞아요. 대한민국에는 상품권도 여러 가지로 나와서 상품권을 발행한 상점이나 백화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하는 일이 일반화 되어 있어서 놀랐어요. 하물며 튀긴 닭을 배달시켜 먹고 싶을 때도 휴대전화를 켜서 쿠폰을 사용하는 버튼만 누르면 돈을 지불한 것처럼 금세 배달이 와요. 실제로는 쿠폰을 구매하기 위해 그만큼의 값을 미리 지불한 거긴 하지만, 사용할 때는 공짜로 배달시켜 먹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을 때도 있죠.

기자: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에서는 상품권 사용이 굉장히 일반화돼 있고 또 편리하다 보니까 선물로 주고받기도 하는데요.

노우주:맞아요. 평소 지인이 자주 들르는 상점이나 커피 전문점이 있으면 생일이 다가오기 전에 미리 그 가게에 들러서 일정 금액 어치의 기프트 카드를 사 놓고 생일에 선물로 주기도 해요. 또 행사나 단체 모임에 참여하면 상금으로 현금 대신 상품권을 주기도 하고, 추석 명절에도 상품권을 주고받기도 하죠. 지역 노래자랑이나 대학교 축제 때도 우승 상품으로 문화 상품권을 주는데 그 상품권으로 학용품을 파는 문구점에서 필요한 학습지나 볼펜 등도 살 수 있어서 학생들에게 인기 최고예요. 그래서 저도 대학교나 학교들에 강의 가게 되면 학습장, 볼펜 등을 살 수 있는 상품권을 준비해 가서 문제 맞히는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면 너무 좋아들 해요.

요즘은 각 시, 군, 구에서 각자 지역사랑 상품권도 만들었는데요. 지역사랑 상품권은 그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단점이 있지만 상품권으로 물건을 살 때 5% 정도 할인해 주기 때문에 지역민들이 많이 활용하는데요. 또 그 지역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니 지역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해요.

기자:상품권이 뭔지 몰라 헤맸었는데 이제는 강의를 돌아다니면서 상품권을 나눠주게 되신 거네요.

노우주:네, 맞아요. 상품권이 뭔지도 몰랐던 제가 이제는 어려운 학생들에게 상품권을 통해 도움을 주며 살고 있어요. 제가 원치 않게 북한에 있는 아들을 공부시키지 못했잖아요. 그래서 아들한테 못 해줬던 거를 대신해, 강의 다니면서 강의료의 30%를 학용품 등으로 학생들에게 다시 돌려드리는 일을 했어요. 그리고 음식을 선물해 주고 싶을 때 상품권으로 대체하면 상대방이 당장 다 먹지 못해서 버릴까 걱정할 필요도 없으니 참 유용한데요. 저도 작년 크리스마스 때 받았던 상품권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안 쓰고 있었는데, 며칠 전에 알람이 오는 거예요. "작년에 지 아무개 씨가 보낸 상품권을 아직 사용하지 않았는데, 올해 12월까지 사용할 수 있으니까 빨리 사용하라"는 문자가 날아오더라고요. 그래서 며칠 전에 상점에 가서 아주 유용하게 쓰고 왔어요.

기자:요즘에는 알림 시스템도 잘 구비돼 있어서 참 편리하죠.

노우주:정착 초창기에는 어리바리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도 많았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지역사회에 몸 담그고 살면서 좋은 분들을 만나 조언도 듣고 또 알뜰하게 생활하는 분들의 모습을 옆에서 보고 배우며 지금은 생활의 고수가 됐죠.

기자:노우주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노우주: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포항에 있는 노우주 씨를 전화로 연결해 상품권 종류와 사용법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