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도 잦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한 번 만나봅니다.
기자:노우주 씨 안녕하세요.
노우주:네, 안녕하세요.
기자: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노우주:요즘은 가을철이라 무나 배추, 당근 등을 비롯해 식탁 위에 다양한 채소들로 푸짐 한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살충제와 살초제를 뿌리는 것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이 방송을 듣고 계시는 청취자분들은 '살충제∙살초제 치는 일이 거기서 거기 아니냐?'고 생각하실 분들이 계실 거예요.
기자:제가 듣기에도 살충제∙살초제 뿌리는 것 자체는 남북이 다를 게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다른가요?
노우주:차근차근 얘기해 드릴게요. 강원도에서 감자나 배추, 양배추, 무 등 농사를 수십 정보 짓고 계시는 지인분이 있거든요. 그분이 며칠 전 저에게 사진을 보내왔어요. 그 사진을 보니 채소밭에 보슬비 내리듯 안개처럼 뽀얀데 조그만 기계가 어떤 액체를 뿌리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도대체 이 뽀얀 연기가 뭐냐고 지인에게 문자로 물었어요. 그러자 지인이 "드론으로 약을 치고 있다"고 답신을 보내더라고요.
기자:드론이라면 원격조종기로 운전하는 무인항공기 말씀하시는 건가요?
노우주:네, 맞아요. 일상생활에서도 조종기로 드론을 운전하며 놀기도 하고 내장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100m, 300m 높이의 하늘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영상을 찍기도 하는데요. 또 군사용 드론도 있어서 정찰이나 공격용으로도 개발되기도 하죠.
기자:그런데 지인이 그 드론으로 농약을 치고 계셨다는 거죠?
노우주:지인 문자를 받고 궁금해져서 제가 전화로 "정말 드론으로 채소밭에 약을 치고 있냐?"고 하니 맞다는 거예요. 어느 때부터 산이나 들에 외래종 잡초나 벌레들이 들끓고 나무껍질에까지 알을 까서 산으로 등산가기 꺼리는 사람들도 많았잖아요? 그래서 비행기로 산림에 살충제를 살포하면서 벌레들이 많이 사라졌던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비행기도 아니고 대형견만 한 드론을 하늘에 띄워 수십 정보 되는 채소밭에 살충제를 뿌리고 있다니 놀랐어요. 지인이 직접 살포하는 드론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내줬는데요.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아득하게 넓은 채소밭에 사람 그림자 하나 없이 드론이 농약을 치면서 병충해를 예방하니 과학의 발전을 현실로 실감하게 되더라고요.
기자:사람이 직접 땡볕에 몇 시간씩 농약을 치려면 보통 힘든 일이 아닌데, 이런 중노동을 기계가 대신할 수 있다면야 드론을 안 쓸 이유가 없죠.
노우주:사실 몇 해 전까지만도 주변 농촌 과수원이나 논밭, 채소밭에 가면 사람들이 등에 분무기라고 하는 20리터짜리 무거운 농약 통을 메고 한쪽 손으로 펌프질을 해가며 힘들게 농약을 치는 모습을 봤거든요. 북한 고향에서는 농약조차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 학생들까지 총동원해 김매기 전투를 하고, 잡초를 손으로 뽑고, 논밭에 병충해 없애려고 불 땐 재를 새벽부터 온몸을 적셔가며 손으로 뿌렸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잠을 자도 모자랄 아이들에게 할당량을 도급제로 맡기니 안 하면 비판받고 어떤 일이 있어도 동원돼야 했어요. 어린 학생들이 눈곱을 쥐어뜯으며 재를 뿌리는 모습은 정말 애처롭기까지 했죠. 낙후한 고향의 힘든 농사일과 비교를 해보니 대한민국에는 모든 영농작업이 최첨단 기술을 도입하여 농민들이 아주 편하게 농사를 짓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자:그런데 또 농약을 치는 드론은 아무나 사용할 순 없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하면 드론으로 농약을 칠 수 있을까요?
노우주:농업용 드론을 사는 것 외에도 조종 자격증이 필요해요. 농업기술센터에서 자격증을 위한 교육을 제공해 주는데요. 초경량비행장치 조정자 국가 기술 자격증을 취득하는데 1종에서 4종까지 있고 그중 1종이 가장 높다고 해요. 무인동력비행장치 최대이륙 중량에 따라 자격증도 등급도 나눠지는데요. 꼭 드론이나 자격증이 없어도 국가 차원에서 드론 공동방제 지원사업이 있어서 드론 방제를 신청할 수 있어요. 인근 농협에 어떤 날짜에 농약을 치고 싶은지 신청하고 논밭 크기에 상응한 금액을 내면 자격증이 있는 젊은 사람들이 동네 어르신들의 논밭에도 드론으로 농약을 쳐주더라고요. 드론을 사용하기 어려운 어르신들 논밭에 드론이 대신 일을 다 해주니 신기해하면서 '고놈 참 효자네'라고 감탄한다네요.
기자:농업용 드론은 가격이 얼마 정도 하나요?
노우주:농약을 뿌리는 용은 대략 2~3천만 원가량 되더라고요. 약 1만 5천 달러에서 2만 3천 달러 정도 되는 거죠. 적지 않은 돈이기는 하지만, 힘들게 일하는 농민들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보조금이 나오기도 한대요. 한 번 구입해서 매년 농사에 활용할 수 있으니 다들 만족하신다고 해요.
기자:드론 외에도 농촌에 다양한 첨단 시설이 많이 도입됐는데,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노우주:남한에서도 예전에는 소와 쟁기로 농사를 지었지만, 요즘 사람들은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온실 습도와 온도까지 체크해 주는 스마트팜 애플리케이션을 휴대전화에 설치해 더 손쉽게 농사를 짓더라고요. 일터를 떠나 있어도 수시로 스마트폰 즉, 지능형 손전화기로 농작물 상태를 확인하고 온도를 낮추거나 높일 수 있는데요. 요즘 농지에도 획기적인 기술혁명의 덕을 톡톡히 보고 사는 것 같아요.
기자:지인이 보내준 동영상 하나로 또 새로운 남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 거네요.
노우주:네, 그렇죠. 강원도 산골에서 수십 정보의 채소 농사를 짓고 있는 지인이 보내준 드론으로 방제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우리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다시 실감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어요. 우리 고향의 주민들은 언제면 농사를 짓고 농약을 뿌리는 작업 모두 사람의 힘이 아닌 과학기술의 힘으로 수월하게 농사짓는 날이 올지 간절히 희망해 봅니다.
기자:네, 노우주 씨 오늘 말씀도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쉽지만, 오늘이 청진아주메 남한생활 이야기에서 노우주 씨와 함께하는 마지막 시간이 됐는데요. 그동안 함께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들께도 마지막으로 인사 부탁드립니다.
노우주: 2022년 5월 첫 주부터 방송할 때 많이 부족하고, 엉뚱하고, 낯설고, 어리바리했지만, 청취자 여러분들의 애정과 관심, 격려 덕분에 힘과 용기를 내어 오늘까지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청취자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가정들에 행복과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바라며 저는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기자: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포항에 있는 노우주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드론 방제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