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가 일주일 가량 남은 가운데, 북한이 무력도발을 재개했습니다. 정치권에선 발끈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해 보이는데요. 이 시점에 북한의 도발, 어떻게 봐야 할까요?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2일 오전 6시 53분쯤 동해상으로 중거리급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평양 일대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6백여 킬로미터를 비행한 뒤 동해상으로 떨어졌으며, 한국 군은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와 고도, 속도 등 정확한 제원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지난 3월 18일 이후 15일 만입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 발사'로는 올해 세 번째입니다.
이예진: 한국 국회의원 선거, 총선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이 계속 이어질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은 이미 지난해 연말부터 나왔죠. 하지만 북한의 움직임이 총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인데요. 여기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저 역시 마찬가지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나 긴장을 유발하는 움직임에 유권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했고, 따라서 보수 진영 국민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보수 진영은 항상 대북 강경론을 말하고, 또 북한에 대한 원칙적인 태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북한의 그런 도발적 행위들에 강하게 반응하는 성향이 있었죠.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북한의 도발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또 그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주요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북한이 도발을 하든, 미사일을 쏘든 크게 신경을 안 쓰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고, 그러다 보니 무리한 도발을 통해 한국의 선거에 개입하고자 하는 북한의 의도 역시 빈번히 무산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도발을 통해 한국 정치에 개입하고자 하는 의도를 포기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20년 21대 총선 직전 3월 한 달간 대남 전술무기인 단거리탄도미사일을 4회 연속 발사했고,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는 핵실험, 무인기 침범, 대포동 미사일 발사를 연이어 자행했죠. 하지만 선거 결과를 보시면 알겠지만 어떤 특정 진영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만 있지는 않았거든요.
일각에서는 최근 들어 북한의 도발이 오히려 남북 평화를 주장하는 진보진영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것보다는 북한 그 자체에 대한 전체 국민들의 관심이 많이 줄어들었고, 이제는 남북 대치 상황이든, 남북 평화 모드든 둘 다 수없이 반복하고 있고, 국민들 역시 그런 상황을 반복적으로 맞이하고 있다 보니 그런 것들이 이제는 관성적으로 느껴지고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닌가 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예진: 지금 이 시점에 감행한 북한의 도발은 총선용 보다는 내부적인 용도가 크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로 인한 추가 도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죠?
김금혁: 앞서 북한은 올해 1월 14일 오후 2시 55분경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중거리급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습니다. 이 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죠. 다음날인 1월 15일 북한은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북한은 현재 김정은이 밝힌 북한 무기개발 계획에 따라 국제 사회의 눈치나 외부 사정에 개의치 않고 미사일 개발을 서두르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이달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 '태양절',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기념일 등 주요 정치일정을 앞두고 있죠. 이에 따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추가로 발사하거나 2차 군사정찰위성을 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예진: 북한이 미사일 개발에만 신경 쓸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 중국에서 띄운 드론, 무인기로 촬영한 신의주 모습이 공개돼 화제인데요.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지난달 26일, 미국 인터넷게시판 레딧에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지역 전경이 찍힌 드론 항공사진 10여 장과 19초 분량의 영상 세 개가 올라왔습니다. 영상에는 신의주 거리를 돌아다니는 시민들의 생생한 모습과 함께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의 초상화가 걸린 평안북도 예술극장, 선박의 모습 등이 선명하게 담겼습니다. 글 작성자는 자신이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 거주하는 중국인이라며 "2020년 중국에서 북한 신의주로 드론을 날렸으며, 출발지에서 1.6㎞ 이상을 비행해 촬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예진: 영상과 사진을 보니까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길을 걷다 드론을 올려다보기도 하고 꽤나 선명했는데요. 레딧이 인기가 높은 인터넷 공간이라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고 합니다. 어떤 반응들이었습니까?
김금혁: 과거에도 북한 접경 지역을 촬영한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 적은 있지만 이번에는 신의주 도심을 근거리에서 촬영해 인터넷 이용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소름 끼치게 공허하다", "혼자서 북한을 침공했다"는 등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글 작성자는 신변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질문에 "난 아직 살아있고 자유롭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영상을 본 한국 인터넷 이용자들도 "유령도시 같네...", "와 근데 차가 한 대도 없다", "북한 공산당 김정은 씨 정신차려라. 중국이 너를 삼킬 것이다" 등의 댓글들이 있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해당 영상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잘 꾸며진 모습만 해외에 노출하고 싶어 했고, 그로 인해 관광객들이 마음대로 사진도 못 찍고, 허락 받지 않은 곳은 못 가게 통제를 해 왔잖아요. 그런데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제는 일반인들도 손쉽게 드론을 띄울 수 있고 그런 드론들로 인해 북한 내부의 모습들이 이렇게 적나라하게 외부에 노출 되는 것은 북한이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또한 이렇게 북한 드론 사진이 큰 인기를 끌게 되면 너도 나도 드론 사진을 띄우고 그것을 인터넷에 공개하지 않겠습니까?
한두 개라면 뭐 전파 방해와 같은 장치를 통해 제어할 수 있다지만, 그 긴 북중 국경 모든 곳에 전파 방해를 설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제는 정말 드론에 의해 국경이 뚫려버리는 상황을 손 놓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인 것이죠. 또 이렇게 드론을 통해 북한의 현재 상황이 외부로 전해지게 된다면 북한이 그렇게 감추고 싶어하던 은둔의 왕국은 다 까발려지게 되겠죠. 평양까지 드론이 날아가는 것 역시 시간 문제일 것이라고 봅니다. 요즘 개발되는 드론들은 모두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고 선명한 고화질이기 때문에 북한 곳곳을 날아 다닐 수도 있죠.
이예진: 그런데 사실 2022년 북한의 무인기가 서울 영공을 침범해 안보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 바 있죠. 중국에서 무인기를 띄워 신의주 영공을 촬영한 영상은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북한은 모르고 있는 걸까요?
김금혁: 해당 영상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북한 역시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알 방법도 없죠. 드론이라는 것이 하늘에 있으면 너무 작게 보여 잘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크지 않습니다. 또한 과거에는 누가 드론을 띄워 북한을 들여다 볼 것이라고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북한 역시 방심하고 있다가 크게 당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2022년 북한이 띄웠던 무인기는 정찰용 무인기, 즉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한 무인기였습니다. 북한 자체 개발이다 보니 화질도 좋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조금 조악한 모습이었죠.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보면 알 수 있듯 요즘 개발되고 있는 무인기들의 성능은 정말 뛰어납니다. 수십, 수백 km를 날아가는 것은 기본이고 아주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하죠. 정찰용, 자폭용, 폭격용 등등 드론의 활용 가능성은 더 많아지게 될 것입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런 게 고민이겠죠. ‘만약 저 드론이 촬영용 드론이 아닌 자폭용 드론이라면?’ 그 자폭용 드론이 북한의 방공망을 뚫고 평양까지 진입한다면 그때는 정말 상황이 복잡해집니다. 드론을 띄운 주체도 사실 지금 민간인 아닙니까. 어떤 정부나 정보기관에서 띄운 드론이 아니라 일개 민간인이 띄운 소형 드론이 신의주를 헤집고 다녔는데, 만약 어떤 특수한 목적을 가진 단체나 개인이 비용을 들여 더 현대적이고 기술적인 드론을 북한으로 들여 보낸다면 북한은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습니다. 드론을 띄운 사람을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죠. 중국에서 띄울 테니까요. 따라서 이번 드론 촬영은 북한은 전혀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얻어 맞은 결정타라고 봐야겠죠.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