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얼마 전 김정은이 신의주를 돌면서 화를 버럭버럭 내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노동신문은 이를 두고 김정은이 간부들을 질타했다고 하는데, 여러분들은 그 안에서 대꾸조차 할 수 없으니 오늘은 여러분을 대신해 제가 김정은을 질타할까 합니다.
북한 매체들에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번 주 2일까지 김정은이 3일 연이어 신의주 일대를 시찰했다는 소식이 실렸습니다. 노동신문을 보니 30일에는 비단섬을 갔고, 1일에는 화장품 공장을 갔고, 2일에는 화학섬유공장과 방직공장을 둘러봤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비단섬과 화장품공장은 칭찬을 하고, 화학섬유공장과 방직공장에 가서는 엄청나게 질책을 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이 가끔 김정은이 가서 화를 낸 것을 그대로 전할 때도 있는데 이번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김정은이 한 말을 보니 화학섬유공장을 찾아서 “마구간 같은 낡은 건물에 귀중한 설비들을 들여놓고 시험 생산을 하자고 한다”고 하면서 욕을 했군요. 신문이니 이 정도만 옮겼지, 실제로 다혈질 성격에 화를 내면 무슨 욕을 했을지 짐작이 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 공장 책임일꾼들 총살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신문을 보니까 김정은이 “지배인, 당위원장, 기사장이 서로 밀어내기를 하면서 누구 하나 정확히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 숱한 단위들에 나가 보았지만 이런 일꾼들은 처음 본다”고까지 했습니다.
예전에 김정은이 대동강자라공장에 가서 화를 낸 뒤 지배인이 총살됐고, 미림승마장에서도 설계도대로 하지 않았다고 현장 책임자를 총살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런 일꾼을 처음 본다고 했으니 과연 무사했을까요?
김정은의 호통은 신의주 방직공장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생산을 정상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재와 자금, 노력 타발만 한다”며 “이 공장 일꾼들과 노동계급은 난관 앞에 주저앉아 일어설 생각을 하지 못하고 동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참 화가 납니다. 그 공장 노동계급과 일꾼의 입장에서 보면 열 받지 않겠습니까?
동면하고 있은 게 누군데, 또 누구 때문에 북한 경제가 저 모양이 됐는데 남을 탓하고 있습니까. 김정은은 이날 “화학공업 부문이 몇 년째 회복하지 못하고 말만 앞세우고 있는 원인을 알 수 있다. 내각의 경제사업 지도 능력과 화학공업부문의 실태를 두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단히 심각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요. 인민들 잘 살게 하겠다고 말만 앞세우고, 그것도 모자라 머리도 숙이고 눈물까지 흘리고선 여직 아무 것도 안한 게 누굽니까. 핵실험에 정신 팔려 북한을 계속 제재나 받게 해 가난하게 만든 것이 화학공장이나 방직공장 노동자입니까, 김정은입니까.
제재를 받으면 자금이 어디서 생깁니까? 화학공업은 엄청난 자금이 필요합니다. 솔직히 화학공장이란 것은 숱한 쇠관으로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그런데 화학공장이 멈춰서면 바로 몇 년 안에 화학용액이 묻은 관에 부식이 일어납니다. 그러면 못씁니다. 그걸 다시 돌리려면 결국 새로 짓다시피 배관 작업을 다 다시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돈이 어디 있습니까.
공장 간부들이 노동자 배급이나 주면 다행이지, 어떻게 공장을 다시 세우는 것과 맞먹는 새로 건축하는 자금을 만듭니까. 그건 바로 김정은이 만들어 줘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지금까지 한 짓이라곤 핵 개발로 제재를 받게 한 짓밖에 없습니다. 이건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사실인데, 자기 잘못은 모르고 간부와 근로자 탓을 합니다.
아니, 그 사람들이 돈을 어떻게 만듭니까. 돈이 좀 될만한 석탄이나 수산물 이런 걸 팔아서 39호실이니 뭐니 당과 군에서 독점하고, 돈 좀 생기면 평양에 아파트나 짓고 그러지 않습니까. 돈을 주고 수행하지 않았다 이렇게 욕해야 정상이고 상식입니다. 아니면 돈을 스스로 벌 수 있게 지방도 무역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허가해주던지 말입니다.
화학공장이나 방직공장 일꾼들 정말 불쌍합니다. 총살까지 당했다면 얼마나 한이 하늘에 맺혔겠습니까. 김정은이 이번에 가서 한 말을 보니 경제의 ABCD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신의주화장품공장에 가서 칭찬을 했는데, 거긴 화장품을 장마당에 팔아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돌아가는 겁니다. 시장을 활용해 돈을 벌 수 있는 공장은 당연히 잘 굴러가죠. 그런데 화학공장은 장마당에 의지해 살 수 있는 공장입니까. 이건 국가 기간산업입니다. 즉 잘 돌아가고 말고는 국가에서 얼마나 지원을 잘 해주냐 하는데 달렸다는 뜻입니다.
방직공장도 마찬가지인데, 워낙 낡은 설비라 아무리 투자를 해도 중국에서 들여오는 옷감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질도 나쁘고 가격 경쟁력도 떨어지면 그 공장은 없어져야 하는 것이 경제학의 상식입니다. 가격이 싼 맛에 쓰는 화장품이나 비누와 다르다는 말이죠.
김정은이 했다는 마구간이란 표현도 마찬가지죠. 어쩌다 지방의 공장 하나 보고 마구간처럼 돼서 충격을 받았던 것일까요. 김정은이 지방을 관광 둘러보듯이 하지 않고 진짜로 찾아다녔다면 어딜 가나 공장들이 다 마구간 같은 걸 알았을 겁니다. 서울에 사는 나도 아는 것을, 김정은만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에게 한번 강계, 해주 함흥, 사리원 이런데도 돌아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거기 가면 아마 충격 받아 심장마비가 올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화를 내고 공장 간부들을 총살하고 다니면 북한에 살아 있는 공장 간부가 없게요.
김정은은 평양에 돌아와서도 신의주화장품공장과 신도군에만 선물을 보내고, 화학공장과 방직공장에는 선물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요즘 북미 정상회담도 하고 핵도 폐기 한다 이러니까 박수를 좀 보내주려 했는데, 이번 시찰을 보니 이런 현실 인식과 속 좁은 마음으로 어떻게 북한 경제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 참 답답한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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