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노력하면 잘 사는 게 ‘정상’인 나라

0:00 / 0:00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며칠 전에 한 탈북민과 저녁을 먹는데, 마침 텔레비전에서 북한 지방산업공장 완공 기념행사 장면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너무나 보잘것없는 규모의 공장을, 온 나라가 달라붙어 겨우 스무 개 짓고, 이 추운 한겨울에 치마저고리 입고 나와 행사를 하고 저녁에 축포까지 쏴대는 것을 보고 우리는 그냥 어처구니없어 픽 웃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이러더군요.

“내가 북에 있었으면 저렇게 꽃단장하고 나가서 벌벌 떨며 김정은 만세를 불렀겠네. 그런데 내가 살던 곳은 너무나 낙후된 곳이라 사람들이 양복이나 치마저고리도 없었는데, 저런 행사를 하면 옷부터 장만하라고 또 난리를 쳤을 거야.”

저도 대답했죠. “없는 게 더 좋아. 평양은 행사용 양복과 치마저고리는 다 있겠지만, 그 대신에 1년에 얼마나 많이 동원 다녀야 하는데.”

그 친구가 다시 말했습니다. “우린 북한에 있었으면 지금 어떻게 살까. 난 북에서 1년 내내 먹는 것 생각밖에 하지 않았던 것 같아. 봄에 옥수수를 심으며 이게 잘 자라야 우리가 먹고 살 텐데 이랬고, 또 배추 무우를 심으며 이게 잘 자라야 김장을 마련할 수 있을 텐데 이러면서 살았지. 전기도 없어 어두운 방에서 먹는 것만 생각하며 사는 인생이 짐승이랑 뭐가 달라.” 이러더군요. 저는 끄덕끄덕 공감했습니다. 북한에서 살면 근심 걱정의 대다수가 식량과 땔감 장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오고 나서 식량 같은 것은 머릿속에서 걱정거리가 될 수가 없습니다. 가난하면 국가에서 쌀을 공짜로 나눠주는 곳이 한국입니다. 땔감 걱정도 한국 사람들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거의 모든 가정이 스위치만 돌리면 뜨뜻한 난방이 보장되고, 수도꼭지만 틀면 온수, 냉수 마음대로 나옵니다.

북한에서 한국에 오면 이게 무슨 신천지인가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를 본 분들은 대략 감이라도 있겠지만, 그것도 보지 못한 사람들은 머리에 상상도 할 수가 없을 겁니다. 똑같은 민족에, 똑같은 사람이지만 태어난 곳에 따라 왜 한 번 태어난 인생이 이렇게 판이하게 다른 겁니까.

그런데 한국이 어떻게 사는지 모르는 사람도 일본이 잘 사는 것은 다들 알 겁니다. 제가 어렸을 때 일본 TV나 자동차는 누구나 볼 수 있다 보니 그런 것을 생산하는 일본에 대한 동경이 대단했습니다. 일본제는 최고의 제품이었고, 일본은 최고로 잘 사는 나라의 상징처럼 들렸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일본도 발전했지만 한국은 더 빨리 발전했습니다.

이번 주에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 통계가 발표됐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즉 1인당 GDP는 3만 6,024달러였고, 올해는 3만 7,000달러가 넘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작년 일본의 1인당 GDP는 3만 2,859달러에 불과했습니다. 한국이 3,000달러 이상 높습니다. 즉 2024년의 한국은 일본보다 잘 사는 나라인 것입니다. 물론 작년에 추월한 것은 아니고 일본을 넘어선 지 좀 됐습니다.

저는 작년에 일본을 세 차례 방문했는데 도쿄를 가 봐도 한국이 잘 사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거리에 다니는 차도 한국이 훨씬 고급차들이었고, 집도 한국이 훨씬 고급스럽습니다. 먹는 것도 한국이 훨씬 더 다양하고 옷차림도 한국이 한 수 위라고 생각됐습니다.

저는 정말 새삼스러웠습니다. 제가 2002년에 한국에 왔을 때는 일본이 한국보다 1인당 GDP가 3배나 더 높았습니다. 2천 년 일본의 1인당 GDP는 3만 7,302달러였고, 한국은 1만 1,947달러였습니다. 그때 일본이 훨씬 더 잘 살다 보니 탈북민 중에서도 어떻게 하면 일본에 취직할까 그걸 꿈꾸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본 사람들이 한국에 취직하고 싶어 합니다.

지난 25년 동안 한국은 일본과의 3배 넘는 소득격차를 딛고 성장한 것입니다. 이 비결이 무엇이냐고 생각해 봐도 딱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정치판은 맨날 싸움질만 하는데,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하니 신기한 노릇이죠.

관련 기사

[주성하의 서울살이] 베트남 파병과 러시아 파병의 차이 Opens in new window ]

[주성하의 서울살이] 2025년이 북한 인민들에게 위험한 이유 Opens in new window ]

탈북민들은 한국에 처음 와서 미안한 마음들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이토록 번영하는데 난 벽돌 하나 쌓지 않고 혜택을 받아 미안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저는 대한민국의 GDP가 세 배나 성장하는 동안 살아봤죠. 그럼 제가 나라를 위해 애국심을 갖고 벽돌을 쌓았냐. 그건 아닌 듯합니다. 저는 제 앞의 일을 열심히 했을 뿐입니다. 모두가 나라를 먼저 생각하기보단 잘 살기 위해 열심히 일했을 뿐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그럼 게으르게 살았겠습니까. 거기도 열심히 살았겠죠.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 한국이 훨씬 더 잘 살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는 “탈북민들이 한국에 기여한 바가 뭐가 있냐. 고마운 줄 알고 살라”는 사람들에게 할 소리가 있습니다. “당신은 그럼 자신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산 것 외에 나라를 위해 애국한 것이 있냐”고 말입니다. 누가 보면 마치 애국자인 줄 알겠습니다.

한국을 보면 신기합니다. 그냥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그렇게 열심히 살면 집도 커지고 좋은 차도 생기고, 해외여행도 가고 그럽니다. 그런데 저는 이게 정상적인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잘 살아야죠.

북한은 제가 살던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는 게 똑같습니다. 전기도 없는 곳에서 아직도 호미로 농사를 짓고, 절구로 옥수수를 찧어 먹습니다. 이게 누구 탓이겠습니까. 여러분 탓은 절대 아닙니다. 결국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잘살게 되는 제도가 있냐 없냐의 차이입니다. 그 제도는 지도자가 만든 것인데, 김 씨 일가는 3대째 자기들만 잘 살고, 여러분들은 가난해지는 제도만 만들었을 뿐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