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만 모르는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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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 세상은 지금 새로운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나오고 있어,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한국에 사는 저도 미처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인터넷도 모르는 북한 인민들은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알아듣기 어려운 게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우물 안 세상에 살더라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략 상상은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1980년대 중반 북에 살 때 저는 어느 과학 잡지에서 곧 성냥갑 만한 텔레비젼이 개발될 것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10대 소년이었지만, 그 손바닥만한 텔레비젼이 어떻게 생겼을까 너무 궁금했습니다. 기술도 놀랍지만, 손바닥만한 TV에서 나오는 영상을 어떻게 볼까, 과연 제대로 영상이 보일까, 정말 많이 상상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30년 뒤인 지금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란 휴대전화를 통해 TV를 보고 있습니다. 방금 저도 휴대전화로 미국에서 하는 야구 경기 생중계를 봤습니다.

북에도 아리랑이란 스마트폰이 있어 아시겠지만, 이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면 TV랑 별 다를 바 없는 깨끗한 화면을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성냥갑보다는 크기가 좀 크지만, 이제는 비로소 어렸을 때 궁금했던, 심지어 그게 가능할까 하고 의문을 품었던 기기를, 그것도 한 대가 아닌 두 대를 항상 휴대하고 다니게 됐습니다.

며칠 전 저는 넷플릭스라는 이름을 가진 미국 기업이 만든 홈페이지에 가입했습니다. 넷플릭스란 것이 뭐냐 하니, 영상을 볼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이게 비록 미국 기업이지만, 전 세계 190개 나라 사람들이 가입돼 있습니다. 저는 1억 3000번째쯤 가입했으니 선진 세상에서 사는 사람치고는 대단히 늦었지만, 또 세계 인구가 70억 명임을 생각해보면 상위 2% 안에는 듭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넷플릭스에 가입하는 이유는 여기에 없는 영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온갖 최신 영화, 연속극, 기록영화, 만화 아무튼 없는 것이 없습니다. 한국 것도 있고, 미국 것도 있고, 중국 일본 등 다양한 나라에서 만든 영화, 드라마들이 다 있습니다. 그걸 또 인기 있는 것은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까지 다 해놨습니다.

넷플릭스에 무려 4,500만 개 정도의 영상이 올라 있다고 하는데, 하루에 하나씩만 봐도 1만 개를 보자면 30년이 걸립니다. 그런데 넷플릭스에 1만개가 아닌 4,500만 개의 각종 영상물이 있다고 하니, 이걸 다 보고 죽을 사람은 전 세계에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전쟁 영화도 여기에 1960년대 것부터 시작해서 별거 다 있더라고요. 시간이 없어 못 보지, 시간만 있으면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며 영화나 보고 싶습니다.

그것도 스마트폰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한번 가입하면 휴대전화, 컴퓨터, TV 등 다양한 장치에서 활용할 수 있고 똑같은 영화를 휴대전화로 보다가 집에 가서 TV로 이어볼 수도 있습니다. 내가 항상 갖고 다니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아무 장소에서 아무 시간에나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영화를 골라 볼 수 있는 겁니다.

이 4,500만개 영상물을 볼 수 있는 권리를 사는데 한달에 10달러 정도만 내면 됩니다. 여기 한국에선 영화관에서 영화 한 편을 보는데도 10달러를 내는데, 넷플릭스는 이 돈만 내면 한달에 100개 보던, 1000개 보던 상관이 없습니다. 그것도 내 취향에 따라 마음대로 골라서 보는 겁니다. 이렇게 되니 방송사들이 점점 망하게 생겼습니다. TV를 안보고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을 어느 나라에서 만들었던 관계없이 골라 보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방송과 영화 제작 산업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혁명이죠.

그런데 넷플릭스보다 훨씬 더 대단한 영상 보급 기업도 있습니다. 바로 유튜브란 이름을 가진 사이트인데, 이 사이트 역시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올라있는 동영상 숫자는 아마 숫자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니, 이걸로 단지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국한시키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영상도 찍을 수 있게 됐습니다. 즉 세계인 누구라도 영화 제작자가 될 수도 있고, 드라마 촬영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지금 마음만 먹으면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어 그걸 유튜브란 곳에 올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 드라마만 올려놓는 것이 아닙니다. 유튜브에 들어가 검색을 해보면 없는 것이 없습니다. 가령 된장찌개 잘 끓이는 법 하고 검색하면 사람들이 저마다 된장찌개 끓여서 올려놓은 게 수백 개가 됩니다. 내가 필요한 것을 물어보면 여기엔 없는 영상이 없습니다. 가령 신발끈 묶는 법, 다리미질 하는 법 이런 식으로 찾으면 온갖 방법이 남들이 찍은 시범영상으로 다 올라있습니다. 정치인들은 논평을 한다고 자기가 말한 것을 찍어 올려놓고, 관심을 끌고 싶은 젊은이들은 각종 먹는 장면 이라던가, 노는 영상을 찍어 올립니다. 혼자서 중얼중얼 떠들어 찍어 올려도 됩니다. 사람들이 그런 거에 관심을 두지 않을 뿐이죠.

이렇게 전 세계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재미있는 영상으로 찍어 올려놓고, 또 전 세계 사람들이 남이 만든 영상을 어디서나 볼 수 있으니 이제는 글 모르는 애기들도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찾아 인형으로 재미있게 노는 영상도 보고, 노래도 듣습니다. 이렇게 습관돼 자라나는 어린 세대는 영상의 세대가 되는 겁니다. 글 써서 먹고 사는 저 같은 직업으로선 참 불행한 일이죠.

문제는 지금이 시작이란 것이죠.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최신 기술이 인류의 취향을 바꾸게 될까요? 이런 세상에서 북한 사람들만 노동당이 엄격히 선정한 영상만 TV에서 보면서, 심지어 TV를 본다는 것만으로 만족해 살고 있습니다.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북한은 언제쯤 세계인들이 모두 보고 즐기는 영상을 함께 찍고 나눠보면서 살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