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드디어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세계의 주목을 끌면서 성대히 진행됐습니다. 저는 이런 회담이 잘 돼서 북한은 핵무기를 폐기하고, 남쪽과 본격적인 경제교류를 통해 경제 발전의 길로 나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한편으론, 저는 이번 북한이 회담이 끝난 뒤 문재인 대통령을 활용해 “위대한 김정은 원수님의 탁월한 업적”에 대해 어떻게 선전할지 그게 궁금합니다. 저번에 싱가포르 회담이 끝난 뒤 간부강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 원수님을 얼마나 흠모했는가 하면서 진행한 강연 제강을 보니 가관이더군요.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주눅이 들어 악수 외교도 못하고 감싸 쥐었다거나, 절대 비밀인 전용차 내부까지 보여줄 정도로 흠모하고 존경했다는 대목도 있더군요.
아니, 남이 호의로 대했으면 호의로 받아들였으면 되지 그걸 내가 위대해서 상대가 이렇게 굽신거렸다 이런 식으로 쓰면 참 할말이 없지요. 이런 걸 어이가 없다고 합니다. 심지어 트럼프에게 핵무기가 1,000개 있다고 말하니 그가 입을 딱 벌리고 핵 폐기를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뭐 이런 얘기도 하던데, 정말 아무리 북한 인민이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해도 너무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뭐 원수님이 영어와 중국어, 러시아어에 능통해서 트럼프와 40분 넘게 단독 회담을 영어로 했다고 소문을 돌린다면서요?
참, 아무리 아첨쟁이들이 별 짓을 다 하겠지만 너무들 하시는군요. 북에 ‘우러러 따르는 김정은 동지’라는 혁명일화집이 있지요. 4년 전에 출판된 책 말입니다. 저는 그걸 보다가 계속 웃었습니다. 그 책에 보면 외국 초고속배 전문가와 경기를 해서 이겼다 이런 내용도 있고, 땅크를 몰다가 위에 사람들이 떨어질까 봐 더 속도를 못 냈다는 내용도 있고 아무튼 믿기질 않는 얘기들이 많죠.
총 잘 쏜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해선 또 어떻게 합니까. 2009년 5월에 어느 공장을 찾아갔는데 일꾼들이 김정은에게 “신비한 사격술을 보여주십시오.” 하며 간절한 청을 올렸다고 나옵니다. 아니, 김정은에게 그렇게 “총 쏘는 걸 보여 주십시오.” 할 간 큰 간부가 북에 어디 있습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김정은은 또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50m 밖에 있는 전등알을 쏘려 하는데, 하필 그때 바람이 불어서 전등알이 또 마구 흔들렸다죠. 그런데 김정은이 또 그걸 속사로 다 쏴서 맞혔는데, 일꾼들이 전등알에 여러 가지 색을 칠했는데 그게 부셔지며 무지개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서술합니다. 저는 그걸 보면서 그 상상력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자본주의 나라에 와서 광고 영업을 뛰면 얼마나 돈을 잘 벌겠습니까? 북에서 그 좋은 머리로 이렇게 멋진 소설을 써서 사는데 정작 별로 잘 살지는 못할 거니 억울하지 않습니까. 그 뒤에도 이런 저런 소설들이 이어집니다. 가령 병을 조준도 안했는데 쏘니 100% 다 맞았다거나, 한 평생을 총만 쏜 일꾼과 사격 경기를 했는데 김정은이 쏜 총구멍은 통구멍이 났다더라 이렇게 선전합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말이 믿어집니까. 정 김정은이 그렇게 총을 잘 쏘면 왜 자랑을 못합니까? 별 걸 다 기록영화로 보여주면서 이 멋진 장면을 찍어 방영하면 여기 남쪽 사람들이 김정은을 얼마나 대단하게 보겠습니까? 이런 것은 영상을 공개해 증명하고 널리 자랑을 해야죠. 안 그렇습니까?
그중 압권은 동아일보를 사칭한 것이죠. 그 책 15페이지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남조선 신문 ‘동아일보’ 2012년 1월 5일부는 이런 글을 실었다. 조선중앙TV가 최근에 공개한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땅크부대 시찰동영상에서는 김일성주석을 연상시키는 행동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양손을 외투주머니에 넣고 걸어가는 모습도 1950년대 중국을 방문했을 때 거리를 걷고 있는 김일성주석의 모습과 무척 비슷했다. 지휘관들에게 이야기할 때 이리저리 손짓하는 점도 김일성주석을 떠올리게 한다. 과거 김일성주석과 체 게바라가 만났을 때의 모습을 담은 기록영상을 보면 말할 때마다 오른손으로 손짓을 크게 하는 김일성주석과 그냥 이야기만 하는 체 게바라의 모습이 대조를 보인다.”
이하 생략입니다. 무슨 웃는 모습, 박수치는 모습, 김일성 외투와 비슷 하다느니 하면서 쭉 쓰다가 결국 “이처럼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모습은 갈수록 김일성 주석의 모습과 겹쳐 보이고 있다”고 결론 냅니다.
아니, 이거 쓴 사람은 대체 누굽니까. 제가 현직 동아일보 기자 아닙니까. 당연히 우리 신문에서 하늘이 무너져도 이런 기사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지만, 그래도 혹시 2012년 1월 5일자에 김정은 보도가 나갔는지 찾아봤습니다. 여기는 컴퓨터에 입력하면 즉시 그 날짜 신문이 뜨니까 찾는 데는 몇 초 안 걸리죠. 봤더니 이 비슷한 기사도 없고, 김정은 이야기 그날 신문에 쓴 적도 없습니다. 이와 사돈의 팔촌 비슷한 기사도 없습니다. 그런데 아니 체 게바라 이름까지 꺼내들고 이런 것을 만들어내는 선전일꾼 대단합니다.
아무튼, 이런 대단한 소설가들을 고용하고 있는 북한 선전선동부에서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또 어떤 위대성 자료를 만들어 선전할까요? 문 대통령이 원수님의 위대한 풍모에 반해서 그이를 모시고라면 히말라야 산꼭대기에도, 마리아나 해구 밑바닥이라도 함께 하겠다 이런 말을 했다고 하지 않을까요? 원수님이 너무 위대해서 문 대통령이 연신 맞장구를 치면서 “남쪽에 가면 원수님의 말씀을 목숨 바쳐서라도 기어코 관철하겠습니다” 이랬다고 하지 않을까요?
제가 무엇을 상상하던, 선전부는 저 보다 더 대단한 소설을 쓸 것이란 확신이 있습니다. 한국에 와서 16년째 기자를 하고 있는 저도 선전부의 창작력에 발뒤꿈치도 못 따라간다는 것을 확실히 고백합니다. 아무튼 이번 위대성 자료도 많이 기대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