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누구나 응당히 알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쌀값이 아닌가 싶습니다. 쌀값하고 달러 환율을 모르면 간첩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만큼 쌀과 달러는 북한 시장의 물가를 가늠하는 지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쌀 수확이 막 끝난 가을엔 쌀값이 특히 관심사가 되는데, 봄에 비해 얼마나 떨어졌나 이런 것을 누구나 따집니다. 돈 좀 있는 사람들은 쌀을 사들여 깔고 앉았다가 쌀값이 비싸지는 봄에 내다 팔기도 합니다.
그만큼 북에서는 쌀값이 중요한데, 제가 여기 한국에 온 뒤로는 남쪽 쌀값이 얼마인지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아침은 거의 안 먹고, 점심과 저녁을 회사에 나가 사람들과 먹으니, 제가 상점에 가서 쌀을 사본 것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최소 7~8년 이내엔 쌀을 사본 기억이 없습니다. 물론 이건 저만 갖는 경험일 수가 있겠지만, 대개의 다른 한국 사람들도 쌀값은 거의 모릅니다.
그런 쌀값이 요즘 언론의 화제가 됐습니다. 쌀은 넘치는데 쌀값이 비싸졌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쌀값은 수요보다는 공급이 많아서 가격이 매우 눅었는데, 이번에는 공급도 많은데 가격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한국에서 수확될 쌀은 387만 5,000톤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인구가 5000만 명이고 그렇다고 강냉이밥 먹는 사람도 없는데, 쌀이 고작 387만 톤만 생산된다는 말입니다. 한국에 비해 인구가 절반인 북한으로 치면 쌀과 강냉이 합쳐서 200만 톤 정도 생산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에서 식량이 200만 톤만 생산됐다면 아마 인구의 절반이 굶어 죽어야 할 것인데, 남쪽은 그렇지 않고 해마다 비만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쌀 대신 고기를 먹고, 수입 밀가루 음식을 먹어서 그렇습니다.
올해 남쪽의 생산 예상량 387만톤은 지난해 397만 톤에 비해 2.4% 줄어든 양입니다. 1980년대 이후 38년 만에 가장 적은 생산량을 기록했습니다. 그 이유는 재배면적이 2.2% 감소한데다, 올해는 폭염과 잦은 강우로 작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1인당 연간 쌀 예상 소비량이 60kg도 되지 않는 59.1kg이기 때문에 38년 만에 최소 생산량을 기록해도 쌀이 9만 톤 남아돌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쭉 보면 쌀은 원래 엄청 남아돌았습니다. 그때마다 정부는 일정한 양을 사들여 창고에 쌓아왔습니다. 그래야 쌀값이 폭락하지 않고 농민들의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햇볕정책 시기에는 정부가 사들인 양 중에 매년 40만 톤 정도를 북에 지원했지만, 2008년 이후 대북 쌀 지원은 더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남아도는 쌀을 사들이면서 한편으로는 벼 재배면적을 줄여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논을 줄이는 정책도 펴고 있습니다. 요즘엔 벼를 심지 않고 다른 작물을 심으면 농가에 보조금까지 줍니다. 벼 재배면적을 올해 5만 정보 정도, 내년에 5만 정보 줄여서 2년 동안 10만 정보를 줄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것도 참 남과 북이 차이가 있는 것이 북한은 간석지를 막아 논을 만든다는데, 한국은 논이 남아돌아가 이걸 줄이는 정책을 펴니 참 대조적인 것이죠. 아무튼 올해는 쌀이 9만 톤 남긴 했지만, 매년 몇 십만톤씩 사들이던 것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수치입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작년에 35만 톤을 사들였지만, 올해는 사들이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쌀값이 작년보다 30% 급등했습니다. 80kg 마대가 작년에는 120달러 정도 했는데, 올해는 170달러 정도합니다. 사실 1년에 60kg도 먹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 올랐다고 난리날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워낙 작년에 비해 많이 비싸지니 시중에는 북에 쌀을 보내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거짓 정보까지 퍼지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북에 쌀을 보낸다고 해도 결국 정부가 사들여 가야 하는 것인데, 이렇게 비싸지면 비용 부담이 커서 하기 쉽지 않겠죠.
더 문제는 2008년에 대북 식량지원이 중단된 것은 대북 제재 조치 때문인데, 2018년에 와서 대북식량 지원을 하고 싶어도 이번에는 북에서 받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큽니다. 배가 부른 것이죠. 북한은 지금 쌀 뿐만 아니라 다른 대북 인도지원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쪽 민간 대북지원 단체들의 평양 방문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연예인, 체육 선수, 기자, 정치인이 줄줄이 방북하는데 과거 100번 넘게 북에 다니며 인도적 지원을 했던 사람들은 정작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금 “전처럼 밀가루나 약품을 와서 사진 찍고 가는 식의 방식은 이제 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쌀이나 약품 같은 것을 들고 오지 말고 규모가 크고 돈 되는 사업을 하자고 그럽니다. 약품 지원이랑 하자고 하면 북측 간부들이 오히려 “공부를 좀 다시 해오라”고 하며 배짱을 부린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북한의 이런 변화는 이젠 핵도 있겠다 미국과 협상해 큰 걸 얻어내는 마당에 푼돈은 안받겠다는 속셈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큰 사업은 또 미국, 유엔 등의 제재에 저촉되기 때문에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대북 지원이 중단된 것을 보면서 저는 참담한 심정을 느낍니다. 아니, 북한이 지금 배 내밀 때입니까? 쌀 같은 것은 굶어죽는 사람이 없어 받지 않겠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여전히 북에는 의약품 같은 것이 턱없이 부족해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북한을 지배하는 특권층들이 자기 배가 이젠 불렀다고 인민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참 화가 납니다. 결론은 인민을 사랑하지 않는 독재 체제는 빨리 사라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