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느덧 2018년의 마지막 방송시간이 됐습니다. 제가 이 방송을 10년이나 했으니, 이번이 올해의 마지막 방송이란 말도 열 번쯤 한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시간에 말씀 드렸듯이 아직도 미국을 여행 중에 있습니다. 네바다 사막을 횡단하고, 로키 산맥을 넘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북에서 탈북해 지금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동생 두 명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번 여행이 끝난 뒤에 셋이 함께 책도 하나 낼까 생각 중입니다. ‘북한 청년들의 철천지 원쑤의 나라 미국 횡단기’ 이런 시각에서 풀어내면 재미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합니다.
저희가 미국을 돌아다니면서 가장 유용하게 의지한 기술은 위성위치추적 기술의 발달입니다. 정말 이것이 없으면 현대인들은 어떻게 살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지피에스라고 불리는 위성위치추적 기술은 세계 어디에 있던지 저의 위치를 찾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전 세계인 누구나 휴대전화와 같은 기기만 있으면 무료로 자기 위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16년 전에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지도책을 펴고 목적지를 찾아가야 했는데, 교차로가 나타날 때마다 지도를 펴놓고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지도책을 쓰는 운전자가 거의 없습니다. 자동차나 휴대전화에 목적지 주소를 입력하면 차가 그곳까지 스스로 안내해 줍니다. 차와 휴대전화에 있는 네비게이션이란 기기가 50미터 앞에서 우회전하라, 2키로 앞에 주유소가 있으니 기름을 넣으라, 50키로 앞에 비가 오니 주의하라 하는 식으로 다 알려줍니다. 배고프면 주변에 어디에 맛있는 식당이 있는지도 알려주고, 목적지 도착 시간까지 모두 알려줍니다. 도중에 혼잡한 도로가 있다면 우회하라고도 알려줍니다.
이런 위성항법장치 덕분에 저희는 미리 어디엔 몇 시에 도착하고, 그 다음에 또 어디로 이동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물론 옛날에 지도도 없을 때도 사람들은 다녔겠지만, 요즘 사회에선 이것이 없으면 사람들이 어떻게 다닐까 싶습니다.
요즘은 어느 나라에 가서든 휴대전화에 약속 장소 주소를 입력해 보내주면 상대의 휴대전화에 그 주소로 어떻게 가는 게 제일 쉬운지 바로 뜹니다. 차로 가면 몇 분, 버스는 몇 분, 지하철은 몇 분하는 식입니다. 시간뿐만 아니라 택시 타고 가면 돈이 얼마 나오고, 버스 타면 얼마 나오고 이런 것도 알려줍니다.
저희가 호텔을 예약도 하지 않고 현지에 도착해 찾아도 휴대전화에는 근처에 있는 호텔들의 거리와 가격이 모두 뜹니다. 이중 가장 적합한 곳을 찾아 휴대전화로 예약하고 이동하면 됩니다. 그러니 어디 가서 밥 먹지 못할까, 잘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 위성위치추적체계는 전 세계 대다수 국가가 미국에서 정보를 공짜로 얻어서 씁니다. 미국은 이 체계를 만들기 위해 지구 궤도에 위성 30개를 쏘아 올렸습니다. 원래 이 체계는 40년 전에 군사용으로 만든 위성항법장치인데, 처음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로 적을 정확하게 폭격하려고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1983년 소련이 사할린 상공에서 대한항공 여객기를 격추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때 대한항공 여객기가 소련 영공을 침범했는지가 큰 논란이 되자 미군은 위성위치추적 체계를 민간에 공개했습니다. 덕분에 전 세계 사람들은 이를 통해 엄청난 도움을 받고 있고, 저희 역시 그러합니다. 운전자가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자율주행 자동차도 이 기술에 의존합니다. 주소만 말하면 차가 위성에서 자기 위치를 스스로 받으면서 목적지까지 알아서 가기 때문입니다.
위성 위치 추적 장치 덕분에 미군은 북한의 모든 움직이는 군사적 대상에 대해서도 언제든 타격이 가능합니다. 위성 세 개 이상이 해당 목표의 실시간 이동 좌표를 파악해 미사일에 알려주면 미사일이 좌표를 받아 궤도를 수정하며 그 대상을 타격합니다. 사실 김정은에겐 제일 무서운 기능이죠.
이런 점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도 자체의 위성항법체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미사일의 좌표를 정해주는 것이 바로 위성 위치 추적인데, 만약 전쟁이 나서 미국이 이 체계를 중국과 러시아가 쓰지 못하게 막으면 중국과 러시아의 많은 미사일이 무용지물이 됩니다.
그래서 러시아는 24개의 위성을 운영하고 있고, 중국은 현재 15개쯤 띄웠습니다. 그렇더라도 정확도는 미국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2년 뒤쯤이면 1미터 이내로 오차가 줄여질 것인데, 군사위성이 여기에 한 번 더 교정을 보면 불과 10㎝ 단위로 정확하게 좌표가 정해집니다. 이건 참 무서운 일이죠.
위성은 비단 위치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지도도 제공합니다. 덕분에 저는 미국에 앉아서 평양이나 고향을 몇 백미터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볼 수 있습니다. 평양이 어떻게 변했는지, 내 고향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그 상공에 비행기를 타고 떠있는 것처럼 계속 볼 수 있는 것이죠.
세상이 이렇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제가 북에 있을 때는 어딜 가려면 그냥 사람들이 다니는 곳으로 따라 다녔는데, 여기 와서 위성으로 내려다보니 저 길로 질러가면 빨리 갈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북한 사람들은 위성의 도움은커녕 자기 사는 곳의 지도조차 구입할 수 없습니다. 자기가 사는 도시는 그냥 눈으로 보이는 평면만 볼 뿐이지 위에서 전체적으로 내려다보는 그림은 상상이 잘 안되는 것입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통일이 된다면 저는 고향에 갈 것인데, 서울에서 고향까지 한번도 차로 가본 일이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자동차가 알아서 전방 몇 미터에서 우회전하라, 좌회전하라 이렇게 알려주는 것을 그대로 따라가면 바로 고향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을 다녀보니 정말 여러분들도 이런 최신 문명의 혜택을 하루 빨리 누렸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생겨납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