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개방으로 살길을 찾는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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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새 정세가 확 바뀌는 상황을 여러분들도 신문과 방송을 통해 지켜보며 여러 가지 기대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주에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에 들어가 김정은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일정과 의제를 조율했습니다. 폼페이오에게 김정은은 북한에 억류해 두었던 미국인 3명 석방이라는 선물을 주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노동신문을 보니 1면에 통째로 김정은과 폼페이오 회동 소식으로 도배를 했네요. 그러면서 김정은이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만족한 합의를 했다고 말한 것으로 소개했습니다.

만족해 한 것은 김정은만이 아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인 억류자 3명이 미국에 도착할 때 새벽 3시지만 비행장에 직접 마중 나갔습니다. 그는 “나는 북미 정상회담이 매우 큰 성공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결코 없었고, 이 같은 관계는 결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위대한 일이 일어날 수 있고,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은과 트럼프 모두 만족했다고 하니, 북미 정상회담은 이미 열리기 전에 성공한 듯싶습니다.

트럼프가 위대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만족해할 이유가 뭐겠습니까. 그들이 원한 것은 북한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그것도 최대한 빨리 폐기하는 것이었습니다. 핵과 미사일까지 놓아버리면서 김정은이 바라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북미 수교를 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대북 제재를 푸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도 원하는 것을 얻었기에 만족해 할 것입니다.

사실 이런 회담에서 양측이 모두 만족하기는 쉽지 않은데, 둘 다 좋아해서 저는 좀 놀랐습니다. 트럼프가 비행장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정말로 김정은이 무엇인가를 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자신의 나라를 진짜 세계로 데려 오기를 원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추어주는 말일 수도 있지만, 그가 김정은을 두 번씩이나 만난 폼페이오 한테서 결과를 보고 받은 뒤에 한 말임을 주목해야 합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 CIA 국장 출신인데, 정보기관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김정은과의 면담에서 뭔가 느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 그를 속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요즘에 정말로 북한을 개혁시켜 인민들을 잘 살게 만들어야겠다는 진정성을 폼페이오가 봤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게 진심이길 간절히 바랍니다.

일단 경제를 키우려면 핵과 미사일을 폐기하고 개혁개방으로 나오는 길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우리가 개혁개방을 하면 내 정권이 유지될까” 이런 우려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내심 갈등도 많겠죠. 조금 앞으로 갔다가 위험하면 뒤 돌아서서 망설이겠죠. 그는 중국에 가서 시진핑을 만나서 “일찍 등소평의 길을 가야 했었는데”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즉 일찍 개혁개방을 했어야 했는데 못했다는 자책이겠죠.

그런데 일찍 했어야 하는 건 김정일의 몫이었죠. 김정일도 2000년대 초반 7.1경제개혁을 하면서 개혁개방을 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2~3년도 안돼 개혁조치를 더 이상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김정일은 60살이 넘은 고령이었고, 몸과 마음이 병든 상태였습니다. 아프면 만사가 귀찮아 지는 법이고, 결국 김정일은 이대로 가면 북한의 미래는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내가 죽을 때까지만 버티자는 아주 이기적인 선택을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지금 34살입니다. 앞으로 살날이 창창하게 남았습니다. 이대로 가면 북한 경제는 점점 구렁텅이에 빠집니다. 이제라도 개혁개방으로 방향타를 돌려야 김정은이 앞으로 몇 십 년을 걱정없이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김정은이 체제가 흔들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봅니다. 경제만 비약적으로 발전하면 북한 인민은 계속 김정은 만세를 부르겠죠.

북한뿐만 아니라 지금 전 세계를 보면 경제를 다른 나라보다 더 빨리 발전시켜 업적을 쌓는 지도자는 계속 국민의 지지를 받아 장기 집권하는 추세로 갑니다. 김정은이 개혁개방의 기수로 북한 인민의 앞장에 서서 이끌고 간다면 분명히 인민의 박수갈채를 받을 것입니다.

지금 중국을 보십시오. 시장경제를 해도 공산당 통치는 흔들리지 않고, 시진핑은 장기 독재를 할 수 있는 헌법 개정까지 얼마 전에 했습니다. 푸틴의 러시아를 보십시오. 여긴 시장경제를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다당제까지 도입했어도 지금 20년 가까이 푸틴의 장기 집권을 이어갑니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보다 훨씬 주민통제력이 강합니다. 그러니 김정은은 체제가 흔들릴 걱정일랑 하지 말고, 인민들 박수를 받는 일만 하면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믿어도 됩니다.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가면 아마 중국이나 베트남 개혁 방식을 연구해 따라가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나라들이 여전히 공산당이 통치하면서도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경제부흥을 달성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인구 2400만 명으로 중국의 상해 인구 밖에 안됩니다. 방향만 잘 잡으면 이 정도 인구는 얼마든지 잘 살 수 있습니다.

개혁개방으로 갈 때 엄청난 외자 유치가 절실히 필요할 겁니다. 그런데 외국에서 뭘 믿고 북에 투자합니까? 과거 베트남은 신뢰를 보여주기 위해 베트남 전쟁 때 패배해 탈출했던 어제의 적들부터 고향에 돌아오게 해 기업을 하도록 했습니다. 북한으로 치면 탈북자부터 받아들여 처벌하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게 한 것입니다. 이 정도 되니까 외국에서 “아 베트남이 진짜 변하나 보구나” 이렇게 인정하고 투자했습니다.

중국도 화교 자본부터 받았습니다. 저는 김정은도 탈북자를 적극 받아들여 처벌하지 말고 외국에 신뢰를 보여주길 바랍니다. 잃는 것은 많지 않아도 얻는 것은 정말 클 것입니다. 그렇게 2~3년 뒤 탈북자들이 고향방문을 하는 순간을 보길 간절히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