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장에 가야 할 김정은의 골동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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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주에 러시아와 이란에서 주목할만한 항공 사고가 2건이 발생했습니다. 우선 1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이륙한 여객기가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71명이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18일 이란에서 테헤란 공항을 떠난 여객기가 산에 추락해 역시 승객과 승무원 65명이 전부 사망했습니다. 이 두 건의 항공 사고는 북한을 크게 긴장시켰을 것입니다. 왜냐면 두 건 모두 북한과 크게 관계가 되기 때문입니다.

일단 러시아 추락한 여객기는 바로 김정은의 전용기와 동일 기종으로 우크라이나의 항공 설계국에서 만든 중단거리형 여객기 AN-148 기종입니다. 북한은 2014년에 이 여객기 2대를 대당 약 3000만 달러에 사왔습니다. 이중 한 대를 김정은의 전용기로 쓰는데, 북한 기록영화를 보면 2014년 8월인가 김정은이가 이 여객기 조종석에 앉아서 직접 시범 조종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김정은이 새 비행기를 사왔다고 신이 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러시아 비행기는 원래 사고가 많이 나기로 유명합니다. 이번 사고도 추락 원인이 기체 외부 속도 측정기가 얼어붙어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조종사가 속도가 느린 줄 알고 최고로 높이다가 기관이 과부하가 나서 불이 났다고 합니다.

김정은에게 전용기가 두 대 있는데, 하나는 이번에 김여정과 김영남이 인천에 타고 온 '참매 1호'이고 두 번째가 이번에 추락한 우크라이나 기종입니다. 참매 1호는 워낙 커서 지방 공항에 착륙하기 어렵기 때문에 김정은은 우크라이나 기종을 잘 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번 사고를 보고도 탈 엄두가 날진 모르겠습니다. 참매 1호도 완전히 낡은 비행기입니다. 구소련 일류신사가 제조한 일류신-62라는 기종으로 1970년대 중반에 제작됐고 지금은 생산도 하지 않습니다. 김정은의 전용기라는 게 40년이 넘은 노후 기종이란 뜻이죠.

한국의 항공사들은 20년만 넘으면 비행기를 페기시켜서 남쪽 여객기 평균 수명은 9.4년밖에 안됩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것보다 4배나 더 낡은 비행기를 김정은이가 타고 다닙니다. 항공기야 정비가 훨씬 더 중요하긴 하지만, 그래도 낡은 비행기와 새 비행기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외국에서 항공 사고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 수많은 비행기 사고가 기체 수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정은 전용기인 참매 1호도 2014년 11월 최룡해가 특사로 이걸 타고 러시아 모스크바로 가다가 기체가 고장 나서 회항한 전력도 있습니다. 아무리 북한 최고의 정비사들이 정비를 하고 있겠지만, 김정은의 비행기라고 해서 고장 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 김여정이 서울 왔다 평양에 돌아갈 때 저는 저 낡은 비행기가 고장나서 추락하면 어쩌나 이런 생각도 잠깐 했습니다. 만약 그랬으면 사랑하는 여동생을 잃은 오빠 김정은이 눈이 뒤집혀서 남조선 괴뢰들이 폭발물을 설치했다면서 전쟁을 하자고 하지 않았을지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김여정은 무사히 평양에 도착했더군요.

이란 여객기 사고는 경제 제재로 부품을 제대로 사오지 못한 나라가 겪는 애환을 고스란히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이란은 지금까지 30년 동안 여객기 추락 사고가 무려 13번이나 발생했습니다. 여객기는 추락하면 타고 있던 사람이 수십, 수백 명씩 다 죽기 때문에 대형 참사로 이어집니다. 그렇다고 너무 무서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란이니까 저렇게 유별나게 사고 나는 것이지, 다른 나라는 사고가 거의 없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가다 죽을 확률과 여객기를 타고 가다 죽을 확률을 비교하면, 자동차 사고 확률이 훨씬 더 높습니다.

이란과 북한은 둘 다 공통점이 있습니다. 둘 다 미국으로부터 '악의 축'으로 꼽혔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미국 주도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과 마찬가지로 이란은 민간 항공기를 수입하는데 제한을 겪었습니다. 세계 여객기의 절대 다수는 미국제인데, 미국에서 여객기를 팔아주지 않는 것입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이란 여객기는 수명이 25년이 된 낡은 여객기입니다. 물론 우리가 볼 때 낡은 것이란 뜻이지, 이란이 볼 때는 아닐 겁니다. 이란 여객기의 평균 수명이 27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란보다 훨씬 더 심각합니다. 북한의 유일한 항공사인 고려항공은 총 20여 대의 여객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 노후화돼 해외 운항에 투입되는 여객기는 4대 뿐이라고 합니다. 물론 요샌 경제제재로 어디 날아가고 싶어도 가진 못하지만, 오라고 해도 여객기가 없어 못 가는 것이 또한 현실입니다.

운행되는 4대도 그중 2대는 아까 사고가 난 우크라이나제 An-148 기종입니다. 다른 여객기 두 대는 러시아제 TU-204 기종인데, 이건 기체 수명이 17년쯤 됩니다. 이 정도면 북한에선 제일 새 여객기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2016년 7월 평양에서 베이징으로 가던 고려항공 TU-204 기종에서 화재가 발생해 중국 심양공항에 긴급 착륙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중국은 고려항공에 정비 부족의 책임을 물어 운행을 제한했습니다. 그랬는데, 작년 5월에 또 같은 비행기가 중국 상공을 날다 동체가 흔들리면서 날개 부품 일부를 떨어뜨리는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이러저런 이유로 지금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항공사로 매년 고려항공이 단골로 꼽힙니다. 이번에 김여정은 남쪽에서 시속 300키로로 달리면서도 흔들림도 전혀 없는 고속열차를 타보며 정말 부러웠을 겁니다. 김정은이 우물안 개구리처럼 북한 안에서 아무리 자기가 세계를 움직인다고 소리쳐봐야 현실은 한국 사람은 누구도 기겁해서 안 탈, 폐기해도 열백번 폐기했을 골동품 비행기나 타고 다니는 신세입니다. 빨리 문을 열고 나와 그런 불쌍한 신세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