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북에서 살 때 남조선은 자기밖에 모르는 자본주의 사회이고, 북조선은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사회주의 사회라고 배웠습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국가에서 걱정없이 보살펴 준다는 것이 북한의 선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남쪽에 내려와 보니, 여기가 더 사회주의 같은 그런 사례들이 너무 많아 놀랐습니다. 지금 보면 북한이 더 자본주의적이고, 남쪽이 더 사회주의적인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가령 북한이 입만 열면 자랑하는 무료교육, 무상치료제로 말한다면, 남쪽이 더 돈이 없어도 치료를 누구나 잘 받게 돼 있고, 교육도 12년제를 거의 무료로 다니다시피 합니다. 북한은 아프면 약부터 자기가 사다가 병원에 가야 하죠. 학교에선 내라는 것이 어찌나 많은지 사람들이 일제 때 월사금을 내던 시절이 그립다는 말을 하고 삽니다.
그리도 또 하나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노년의 복지 제도입니다.
북한은 600에 60 제도라는 것이 한때 있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유명무실해진지 거의 30년이 돼 가고 있으니 젊은 사람들은 뭔 말인가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60세가 돼서 은퇴하면 매일 배급 600그램에 북한돈 60원 준다는 제도입니다. 지금 60원으로는 쌀 10그램 정도 살 수 있으니 참 처량한 제도이긴 한데, 문제는 60원도 안 주죠.
그런데 남쪽에 와서 보니 국민연금이란 것이 있어서 여긴 나름 평생을 열심히 살면 적어도 국가에서 굶어 죽게 하진 않는 제도가 있더군요. 국민연금이란 것은 내가 젊을 때 일을 하게 되면 무조건 가입해서 돈을 부었다가 퇴직해서 65세가 되면 그 돈을 주는 제도입니다. 내야 하는 연금의 액수가 저의 경우를 보면 월급의 4%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4%도 제가 다 내는 것이 아니고, 제가 월급의 2%를 내고 회사가 2%를 냅니다.
이렇게 한 30년 자기도 모르게 국민연금이란 곳에 돈이 빠져 나가다 보면 저는 65세부터 죽을 때까지 매달 1000달러 정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래 살면 낸 돈에 비해 훨씬 많이 받고, 빨리 죽으면 낸 돈 보다 적게 받게 되겠죠. 어찌됐든 죽을 때까지 매달 1000달러를 받게 되고, 이렇게 되면 적어도 굶어 죽거나, 얼어 죽거나, 또는 입을 것을 못 입고 다니거나 그럴 정도는 아닙니다. 물론 회사 다닐 때 자기가 저축한 돈으로 기본적으로 살게 되지만 국민연금이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국민연금이 의무적으로 모든 근로자들에게 매달 돈을 떼어가다 보니 엄청난 돈이 쌓이게 됩니다. 올해 현재 국민연금 총액은 무려 6000억 달러를 넘습니다. 상상이 되십니까? 내년에는 한 8000억 달러가 됩니다. 북한의 1년 국민총생산액이 200억 달러도 되지 못하는 것 같은데, 북한이 8000억 달러를 쌓아 놓으려면 지금 수준에서 40년 꼬박 어디다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합니다.
국민연금은 이 많은 돈을 어떻게 할까요?
나름 또 굴려서 부풀려서 국민들에게 연금을 지불하려 합니다. 은행에 가만 놔두면 지금 수준에서 2~3% 정도 이자가 생깁니다. 그것만 해도 6000억 달러의 2%면 120억 달러가 해마다 생기는 것이죠. 그런데 이 돈을 은행에 넣어두면 욕을 먹습니다. 국민연금 제도를 도입한 다른 나라들도 이 돈을 은행에 넣지 않습니다.
그럼 어디다 넣을까요? 바로 주식과 부동산 등에 투자를 합니다. 가령 삼성전자 주식도 사놓고, 대한항공 주식도 사놓고, 국내만 사는 것이 아니라 미국 원유회사에도 투자하고, 중국 증시에도 투자하는 식입니다. 그러자니 최고의 전문가들이 앉아서 이 돈을 어떻게 굴릴지 매일 연구합니다.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수익률이 7%라니 은행에 두었을 때보다 몇 배의 이자를 법니다. 2017년에는 전 세계 주식 시장이 호황이라 21.8%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그때 5000억 달러 정도 운용했으니 1년 동안 추가로 무려 1000억 달러가 더 생겨난 셈입니다. 이렇게 늘어난 돈은 그 돈을 낸 국민에게 노후 자금으로 더 주게 됩니다. 물론 작년처럼 국제 시장이 안 좋았을 때는 마이너스 0.9% 정도 손해도 보았습니다.
그런데 국민연금보다 더 좋은 것이 남쪽에선 공무원 연금, 교원 연금, 군인 연금입니다.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니고, 일반적인 국민연금보다 3배 정도 더 좋습니다. 물론 재직 기간과 직책에 따라서 다르지만 일반적인 공무원을 한 30년 하다가 은퇴하면 65세도 아닌 60세부터 매달 거의 3000달러씩 받습니다. 교원도 마찬가지고, 군인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러니 남쪽에서 요새 젊은 사람들은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교사, 군인이 되려고 엄청 경쟁이 심합니다.
물론 공무원을 하면 민간 직장보다는 연봉을 적게 받습니다. 그 대신 은퇴하면 현직에 있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연금을 맞춰 주려고 합니다. 그러나 공무원이나 교사, 군인으로 산다는 것은 부자가 될 확률은 거의 없지만, 북한식으로 따지면 가늘고 길게, 먹고 사는 걱정에서 해방돼 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마 이런 이야기를 북한 주민들이 들으면 놀라실 겁니다. 특히 교사나 군인의 경우 더 놀라겠죠. 내가 60살에 은퇴하는데, 그 다음에 죽을 때까지 매달 3000달러씩 준다니 이 얼마나 훌륭한 나라입니까. 북한은 은퇴해도 아무 것도 없지 않습니까?
이런 나라 만들려고 남쪽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화가 나는 것은 북한 사람들이라고 고생을 안 한 것이 아닙니다. 나름 열심히 자기 자리에서 수십 년을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체제와 지도자를 잘못 만나니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늙은 다음에 남는 것이 없습니다. 결국 해답은 이미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잘못된 제도와 지도자를 바꾸는 길 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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