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5만 세대 건설의 진짜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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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 평양엔 5만 세대 건설이 새로 시작됐습니다. 김정은 시대 평양에 건설된 가장 대표적 거리가 미래과학자거리와 여명거리인데, 각각 2500세대와 4800세대 규모입니다. 김정은은 매년 미래과학자거리와 같은 규모의 거리를 4개씩, 여명거리와 같은 규모의 거리를 2개씩 건설하고 이걸 5년이나 밀고 나가겠다는 겁니다.

과연 지금 북한에 그럴 힘이 있나요. 대북제재로 수출이 중단되고, 국경까지 폐쇄돼 돈도 없는데 왜 이런 엄청난 건설판을 벌여놓았을까요. 그 본질을 오늘 폭로하겠습니다.

김정은은 지난달 5만 세대 착공식에 참석해 “도전과 장애가 그 어느 때보다 혹심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런 대규모 건설을 하는 것 자체가 상상 밖의 엄청난 일이다”고 했습니다. 아니, 자기 입으로 혹심하다고 인정했으면 하지 말아야지 왜 할까요. 평양의 주택난이 심각해서요? 아니면 평양 민심을 얻으려고요? 모두 진짜 이유가 아닙니다.

평양시 5만 세대 건설은 앞으로 인민의 주머니를 털어내서 진행될 것은 분명합니다. 평양에 건설판이 벌어지면 평양사람들이 죽어나죠. 평양 시민은 5년 내내 외진 곳에 건설 다니는 것에 기절할 지경일 겁니다. 그러니 민심을 얻으려 하는 일이 절대 아닙니다.

김정은이 저렇게 대규모 공사판을 펼쳐놓은 진짜 본질은 심각한 경제난 때문입니다. 경제난을 겪는데 대규모 건설을 한다는 것은 아주 역설적인 이야기인데, 사실이 그렇습니다. 지금 북한은 대북제재와 국경봉쇄로 식료품이나 생필품 물가가 몇 배에서 수십 배로 뛰었습니다. 무역으로 벌어들이는 외화는 평양에 모이는데, 들어오는 돈이 없으니 평양 사람들의 주머니도 비어갑니다. 돈은 못 버는데 물가만 오르면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지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 평양에서 대외무역에 종사했던 무역간부들부터 시작해 의류 임가공 공장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수십 만 명이 사실상 실업자가 됐습니다. 수출을 해야 외화가 생기는데, 이게 끊긴 겁니다. 그나마 북에선 외화를 좀 만지던 중산층이 벌써 1년 넘게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고 점점 버틸 능력이 소진되고 있습니다. 수십 만 명의 실질적 실업자와 외화는 끊겼는데 천정을 모르고 치솟기만 하는 물가가 바로 김정은이 건설을 시작한 진짜 이유입니다.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김정은의 노예들이 할 일이 없어 빈둥거리면 모여서 불만만 늘여놓고 자칫 반정부 행동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그걸 막으려면 뭔가 거대한 목표를 만들어 채찍질하며 쳐 몰아야 합니다. 살기가 어렵다는 불평불만을 늘여놓을 시간, 심지어 생각할 시간도 주지 말고 채찍질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평양 시민 전체를 내몰 일이 뭐 있겠습니까. 건설 밖에는 답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김정은은 자기 분수에 맞지 않게 엄청난 건설 목표를 내걸고 평양 사람들, 아니, 북한 주민 전체를 내몰기 시작한 것입니다. 군대에서 일을 만들어서라도 시간을 보내게 해야 병사들이 딴 생각 안하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건설이 시작되면 실제로 불평을 말하거나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수십 만 명이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들고 건설장에 왔다 갔다 하면서 육체가 고달파져 다른 건 할 수가 없죠. 동원 안 되는 사람들은 또 그들대로 매일 건설장에 지원하라는 닦달질을 당하며 어떻게 하면 물자를 낼까를 고민합니다.

각 기관별로 과제를 설정하고, 누구는 잘 했니 누구는 못 했니 하면서 칭찬하고 처벌하면 사람들이 머리 속에 온통 어떻게 하면 과제를 수행할까 그래서 어떻게 하면 처벌을 받지 않을까 이런 생각만 채우고 살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김정은에 대한 불만이 날아가고, 아파트가 올라가는 것을 보면 시선이 거기에 꽂히게 되는 겁니다.

핵심은 백성은 가만 놔두면 안 되니 부단히 못살게 굴려야 딴 생각 못하게 한다는 겁니다. 옛날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공사도 통치자들이 폭동을 일으키지 못하게 백성들 갖다 채찍질해 내몬 결과입니다. 북한 독재자들은 3대를 세습하면서 이런 원리를 꿰고 있죠. 그래서 늘 백성을 전투니 운동이니 하며 노예처럼 몰아세웁니다.

‘아리랑’ 집단체조도 돈이 안 되는 것을 왜 계속 하겠습니까. 가장 골치 아프고 사고도 많이 치는 청년들 10만 명을 엄격한 규율 속에 혹사를 시키면 몸이 고달프게 돼 머리가 단순해지고 사고 칠 힘도 없어지게 됩니다. 또 집단체조를 통해 명령에 복종하게끔 어려서부터 세뇌를 시키는 겁니다. 집단체조의 본질은 바로 그것입니다.

올해는 코로나 봉쇄 때문에 청년뿐만 아니라 온 평양 시민들이 아우성이니 이번에는 청년, 중년, 노년 할 것 없이 전체 시민을 내몰 수 있는 초대형 공사판을 벌이는 것입니다.

이 수법은 김정일한테서 배운 것입니다. 기억나시죠. 김정일은 2008년 후계세습에 착수하는 동시에 “평양에 2012년까지 10만 세대를 건설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총동원령이 떨어지고 평양 22개 대학 전체가 문을 닫았습니다. 대학생들은 학업을 중단하고 1년 9개월 동안 공사판에 동원됐고, 결과 “새파란 아들에게 3대 세습하냐, 여기가 왕조냐”고 불만을 할 힘도 없게 됐습니다. 10만 세대 목표를 걸고 1만 세대도 완공하지 못했지만, 시민들이 건설 중단 명령이 떨어져 ‘해방의 만세’를 부를 때에는 이미 3대 세습도 마무리된 뒤였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년 1만 세대를 짓지 못해도 김정은은 괜찮을 겁니다.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여야 시민들이 마지막 기운까지 짜내게 되고, 체제를 반대할 에너지를 딴 데 쏟는 것입니다. 그리고 달성하기 어려워야 김정은이 나가서 화를 내면서 관계자들을 숙청하며 공포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왜 평양에 공사판을 벌여놓고 인민을 내모는지 그 본질을 깨달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