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제 인민군 창건일은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제가 북에 있을 때는 인민군 창건일이 다가오면 걱정이 늘었습니다. 학교에서 인민군 원호물자라고 자꾸 뭘 바치라고 하는데, 집에서 쓸 것도 모자라 죽겠는데, 수건 비누 칫솔, 치약과 뭐 이런 세면도구나 공책과 같은 학습용품 챙겨서 학교에 갖다 바쳐야 하니 말입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들어가선 거의 수탈 수준으로 원호물자라고 강제로 돈을 거두어들였습니다. 중간에 간부들이 다 떼먹고, 진짜 군부대엔 얼마나 갔는지 모르겠네요.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군인들 생필품은 국가가 당연히 줘야지 왜 개인들에게서 걷어서 갖다 줬을까요. 전 세계 어느 군대에도 없는 일입니다.
또 인민군 창건일이 되면 "인민군대 형님 오빠들, 조국을 굳건히 지켜주시고, 우리는 공부를 잘해 형님을 뒤를 따라 용감한 인민군대가 되겠습니다"라는 식의 위문편지를 써서 바쳐야 합니다. 뭐 한국도 옛날엔 10월 1일 국군의 날에 위문편지를 썼다고 하는데 지금은 강제로 쓰게 하는 일이 다 사라졌습니다.
아이들이 원호물자와 편지를 바쳐야 했다면 어른들은 직접 돼지도 잡고 떡도 해가지고 마을 주둔 부대에 찾아갔습니다. 요새는 점점 인심이 야박해지니까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어른들은 자식들이 다 군대에서 고생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아직까진 비록 없는 살림이지만 불쌍하고 애틋한 마음으로 음식을 장만할 것이라 믿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강원도 황해도 전연(휴전선 부근)에선 요즘 군인들 영양실조 때문에 정말 큰 문제죠. 탈영해도 처벌을 못 할 정도고 군화나 군복도 제대로 지급 안돼 몰골이 말이 아닙니다.
군대가 아니라 거지라도 그런 상거지가 한국엔 없는데, 북한이 외부소식을 꽁꽁 틀어막고 사상교육만 시키니 북한군인 중에는 인민군이 세계 최강인 줄 믿는 군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긴 그렇게 믿는 것이 비단 군인만은 아니더군요. 요즘 제가 운영하는 인터넷 블로그에도 어떤 북한 사람이 들어와 글을 남기는데 보면 너무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올 정도입니다. 뭐 인민군에 스텔스잠수함도 있고, 핵 추진 전략잠수함도 있고, 세계 어느 곳이든 타격할 수 있는 핵 타격탄도미사일과 핵 어뢰를 탑재한 전략잠수함도 있답니다. 비행기처럼 빨리 가는 핵 어뢰도 있다는데, 진짜로 이렇게 믿고 있는 것이라면 참 상태가 심각하죠.
일전에 땅크 부대 출신 군관이었는데 그 탈북자가 말하길 자기 부대에선 땅크 포로 원자탄을 쏠 수 있다고 교육을 받았답니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됩니까. 그리고 땅크의 위력은 소리와 진동에 있다면서 한국 땅크를 압도하기 위해 북한 땅크 소리가 더 크다는 교육도 시킨답니다. 이건 뭐 소리를 겨뤄서 전쟁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요즘 북한에서 어쩌지도 못하면서 남쪽을 향해 전쟁할 듯이 입만 살아서 하루에도 성명만 몇 개씩 내보내는 것을 보면 정말 소리로 전쟁을 하려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여러분 기록영화 보면 수백 문의 방사포가 쭉 늘어서서 섬에 포탄 막 퍼붓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해 보이시죠. 요즘 전쟁에선 그렇게 포 수백 문이 늘어선다는 것은 같은 날에 제사를 지내겠다는 말밖에 안됩니다. 그거 보여주기 위해서나 필요한 장면이지 실제로 그렇게 됐다가는 단 1분 내로 축구장 몇 개씩 초토화시키는 폭탄이 쏟아져서 전멸입니다. 여기 사람들은 북한의 군부대 관련 기록영화를 보면 웃습니다. 딱 보면 실전에선 전혀 쓸모없는 보여주기 위해 연출한 장면들이거든요.
심지어 얼마 전 조선중앙TV에선 하도 기관총이 1940년대산 고물이라 방아쇠를 당겨도 총알이 나가지 않아 사수가 당황해 하는 장면도 얼핏 나와서 사람들이 웃었습니다. 더 정말 황당한 것은 북에 돌아가는 소문이죠. 제가 북에 있을 때 들었던 소문 중엔 이런 소문도 있습니다. "미국 군사 대표단이 왔을 때 장군님이 우리 위력을 보여주라 해서 어느 바닷가에 데려갔는데 잠시 후 병사 두 명이 자동보총을 메고 나와서 멀리 섬을 향해 두 방을 쏘았더니 섬이 사라졌다." 이 소문 안 들어본 사람 없을 겁니다.
또 이런 소문도 있습니다. 1990년대 전연에서 남조선과 전투가 있었는데 인민군이 밀리니까 병기 참모가 병기 창고에서 최고사령관의 승인을 받아서만 쏘게 돼 있는 별이 그려진 탄약상자를 열고 자동보총에 장전해 조준도 없이 쐈더니 남조선 괴뢰군이 순식간에 연기처럼 사라졌다. 이러루한 소문이 북에선 많이 돕니다. 지금 와서 보면 저는 이것이 소문 만들어 퍼뜨리는 중앙당 소속 비밀부대가 신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 이런 황당한 거짓말을 퍼뜨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거짓말을 진짜로 믿는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여러분들, 아무리 폐쇄된 사회에서 사시더라도 환상과 현실은 구분해서 냉철하게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인민군대가 세계에서 최고인 것은 탈영병수, 구식 무기보유 대수 이런 것들밖에 없습니다.
예전에 이라크전이 벌어졌을 때 이라크가 석유 팔아 돈이 많으니까 소련제 T-72 최신형 땅크를 엄청 사왔습니다. 인민군의 현재 최신형 땅크보다 더 좋죠. 그런데 전쟁 나고 단 며칠 만에 이라크 땅크 3,700대, 장갑차 1,857대가 파괴됐는데, 이라크 땅크는 3,700대가 파괴될 동안 미군 땅크를 단 1대도 못 파괴했습니다. T-72를 갖고서 말입니다. 요즘은 이런 시대입니다. 이게 20년 전 전쟁인데 지금은 북한은 그때 무기 그대로이고 여기는 무기가 엄청 더 발전했습니다. 실제 전쟁 나면 인민군 땅크 사단이 몽땅 전멸하는 동안 한국 땅크 1대를 파괴하면 정말 대단한 겁니다.
현실은 이렇습니다. 여러분이 통일성전이니, 남조선 3일 만에 점령한다느니 하는 거짓말에 속아서 세습왕조의 아둔한 병졸 노릇을 충실히 하다가 영양실조 환자가 되는 일은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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