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비웃음만 자아낸 노동당 대회

제7차 노동당 대회 폐막을 축하하는 청년학생들의 횃불행진.
제7차 노동당 대회 폐막을 축하하는 청년학생들의 횃불행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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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에 노동당 7차 당대회를 지켜보면서 저는 황당한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6일 노래 '세상에 부럼없어라'에 김일성상과 김정일상을 수여한다는 발표를 보면서 저는 노동당 대회의 희극 같은 운명을 예감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이 노래가 "위대한 수령을 아버지로 모시고 온 나라가 화목한 대가정을 이룬 사회주의 조국의 참모습과 당의 품속에서 참된 삶을 누려가는 우리 인민의 행복상을 격조높이 구가한 영원한 수령송가"라고 찬양했습니다.

참 어이가 없어 저는 허구픈 웃음이 나왔습니다. 세상에 부럼없다는 것은 무슨 헛소리란 말입니까. 수령 독재의 노예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분통터지게 하고 싶어서 안달이라도 난 것 같습니다. 김정은 앞에서 조선소년단 축하단원들이 연신 "세상에 부럼없어라"하고 외치고 김정은이 이를 흡족하게 지켜보더군요. 자신이 얼마나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10살 좌우의 그 아이들이 불쌍했습니다. 이 세상에 부러운 게 얼마나 많은지 인민들이 알 수 있는 길은 몽땅 꽁꽁 틀어막고, 너희들은 부럼 없이 살고 있다는 것을 믿으라고 강요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과연 그리 믿겠습니까.

외국에서 온 축하 전문이라고 노동신문이 실었을 때도 저는 "저들은 창피함도 모르는 집단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축하란 것을 보내온 외국 대통령이 달랑 2개 나라인데 하나는 시리아 대통령이고, 하나는 우간다 대통령입니다. 김정은보다는 못하지만, 어쨌든 둘 다 독재자로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인물들입니다. 다리 부러진 노루 한 곳에 모인다는 속담이 딱 맞습니다. 이 세상에 국가가 230개 정도 되는데, 달랑 두 명의 독재자밖에 축전을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은 북한이 얼마나 세계의 왕따가 됐는지를 생생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인민들에게 그걸 자랑이라고 노동신문에 버젓이 싣는 것을 보면서 저게 비웃음을 당할 일인 줄 과연 모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긴 노동신문 기자들도 비웃으면서 그걸 신문에 냈겠죠.

이번에 중국이 최소한의 성의를 표하기 위해 보낸 축전도 화제가 됐습니다. 축전에서 동지라는 호칭을 생략하고, 김정은에게 축전을 보낸다고만 돼 있었던 것입니다. 중국조차 이제는 더는 김정은을 목적이나 뜻이 서로 같은 동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것입니다. 중국은 작년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김정은에게 보낸 축전까지는 '김정은 제1서기 동지'라는 표현을 사용했었습니다. 또 중국은 다른 형제국가인 라오스, 쿠바의 당 최고지도자에게 보낸 축전에서는 동지라는 호칭을 예전처럼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1월 핵실험과 2월 미사일 발사 이후 김정은을 대놓고 무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북한 매체들은 중국이 축전을 보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 동지'라고 부른 것처럼 기만했습니다. 그러니 인민들은 이런 사정을 알지 못합니다.

이번 당대회는 그동안 '휘황한 미래'를 발표한다고 당국이 오랫동안 설레발을 쳐왔던 것과는 전혀 딴판인 대회였습니다. 그동안 당대회에선 '5개년 계획' '7개년 계획' '10대 전망목표' 등이 발표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김정은이 당대회에서 내놓은 것은 '5개년 전략'입니다. 내용을 보면 매년 신년사 때마다 의미 없이 되풀이하던 지키지 못할 말장난과 판박이일 뿐입니다. 그런 거라면 당대회까지 열어서 발표할 필요조차 없지 않겠습니까. 전기생산에 역점을 기울이겠다고 하는데, 그거 20년 전부터 듣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강산이 두 번 변할 동안 아직도 똑같은 타령입니다.

계획이나 목표에 비해 전략이란 것은 달성 못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지키지 못할 걸 아니까 이렇게라도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것을 양심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마 인민들도 바보는 아니라서, 약속 하나 내걸 처지가 못 되는 김정은을 속으로 실컷 비웃을 것이라고 봅니다. 아무런 경제적 희망도 제시하지 못한 이번 대회는 철저히 김정은에게 위원장 감투를 씌어주기 위한 목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저번 방송시간에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1비서면 비서 중에 첫 번째 비서란 뜻인데, 자기가 무소불위의 황제인데 남들과 똑같이 비서직함을 달고 있는 다는 것이 내킬 리 만무하다 새 감투를 쓸 것이라고 했습니다. 과연 노동당 위원장이란 직책을 새로 만들어냈는데, 이것도 웃기는 일입니다. 무슨 위원회가 있어야 위원장이 되는 거지 노동당 위원장은 또 뭡니까. 그럼 노동당이 노동당위원회인가요. 과거 김일성은 당중앙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김정은은 중앙위원회 위원장이라고 하면 김일성의 자리를 뺏어오는 것 같으니까 어색한 위원장이란 호칭만 만들었습니다.

인민들을 쥐어짜기만 했지, 혜택은 개뿔도 준 것이 없는 노동당 대회는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냥 그러고 그칠 인간들이 아니죠. 당대회 이후 무슨 '만리마속도'라는 구호를 만들어 인민들을 또다시 채찍질을 합니다. 좀 참신하기라도 하면 모르겠지만, 이건 김일성이 실컷 우려먹었던 천리마속도를 재각색해서 그대로 우려먹습니다. 머리도 상당히 나쁜가 봅니다.

동무는 만리마를 탔는가 하는 선전물을 보면서 황당했습니다. 그 만리마를 타고 어디로 가게요. 천리마를 타고 왔다는 것이 앞으로 간 것이 아니라 봉건 독재 세습 왕조로 역사의 시계를 돌려 거꾸로 갔습니다. 이제 만리마를 타고 더 빠른 속도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짐승으로 취급하던 수천년 전의 노예제 국가로 더 빠르게 거꾸로 갈 속셈인가 봅니다.

사실 북에서 진짜로 만리마를 탈 인물은 김정은 딱 하나밖에 없습니다. 김정은의 무게를 감당할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만리마란 것이 있다면 김정은을 태우고 번개같이 지구 밖으로 사라졌음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