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김정은이 안보입니다. 4월 13일 제6차 세포비서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뒤 이달 28일까지 45일 동안 딱 세 차례만 잠깐 얼굴을 선보였습니다. 15일 태양절 참배와 기념공연 관람, 4월 29일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제10차 대회 참가자들과의 기념촬영, 5월 6일 조선인민군 군인가족 예술소조 공연 관람이 전부입니다. 45일 동안 공개행보는 공연을 두 번 보았고,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참배와 기념촬영이 전부입니다.
작년에도 김정은은 4월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뒤 4월 15일 ‘태양절’ 참배도 하지 않고 20일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5월 1일 김정은이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가했다가 다시 24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에 나타날 때까지 23일 동안 또 사라졌습니다.
이게 비단 2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봄만 되면 김정은은 없어집니다. 명색이 지도자인데 어디에 가서 뭘 하는지 아는 사람도 없고, 세계에서 제일 게으른 지도자가 되는 겁니다.
그럼 어디에 가 있을까요?
여기는 위성으로 북한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의 행방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들이 나옵니다. 5월 10일 위성사진에 김정은의 원산 별장에서 60m 길이의 대형 요트가 바다에 나갔습니다. 이 요트는 김정은이 집권 이후 약 800만 달러를 주고 이탈리아에서 몰래 구입해 들여간 초호화 요트입니다. 김정은의 별장에서 김정은의 요트를 탈 수 있는 사람은 본인과 직계 가족밖에 없겠죠. 김정은이 원산 별장에 있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이 요트가 원산 별장 주변 사진에 찍힌 건 2017년 이후 총 19번인데, 이중 15번이나 김정은의 원산 일대 방문 시기와 겹쳤습니다. 이는 김정은이 원산에서 호화 휴가를 즐기다가 한 번쯤 ‘나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밖에 나와 돌아봤다는 의미입니다. 북한 언론에선 이것을 현지시찰로 보도합니다.
그런데 이런 행태는 김정일 시절부터 그랬습니다. 김정일이 지방 현지시찰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 대개는 그 주변에 김정일의 호화 별장이 꼭 있습니다. 즉 시찰을 위해 그 지방을 방문한 것이 아니라, 그곳 별장에 놀러 갔다가 바람도 쏘일 겸 근처 공장이나 농장, 군부대를 한번쯤 돌아보는 것입니다. 김정은의 최근 행보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김정은 집권 이후 달라진 것이라면 원산 인근에 대한 시찰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원산 별장에 워낙 많이 가다보니 원산 인근 시찰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김정은이 계속 원산에만 집중해 찾아오니 강원도 간부들이 긴장돼 죽겠다고 하소연할 지경이라고 합니다.
김정은이 원산을 즐겨 찾는 이유는 바로 자신이 태어난 고향이 이곳이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은 원산 송도원야영소 강 건너편에 있는 원산 특각, 즉 602초대소에서 태어났습니다. 김정은이 태어났던 1984년은 김일성이 생존해 있을 때였습니다. 김정일은 아버지에게서 본처 김영숙 외에 다른 여성과 애를 낳고 살고 있다는 ‘불륜’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고용희는 멀리 원산에 숨겨두었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평양이 아닌 원산이 고향이 된 김정은에겐, 소중한 어린 시절 추억도, 이미 사망한 모친과의 추억도 다 이곳에 있을 겁니다. 그러니 틈만 나면 원산 별장을 찾아 따뜻한 봄 휴가를 만끽하는 것 같습니다. 이미 김정은은 원산에 엄청난 돈을 투자해 완벽한 휴양지로 갖추었습니다. 집권 이후 전용 비행장, 전용 기차역, 승마장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인근 마식령에 스키장까지 만들었는데, 겨울에 김정은이 스키를 타고 싶은 날마다 이 스키장은 문을 닫고 김정은의 전용 스키장이 됩니다. 여름엔 요트를 타고 통천 앞바다 섬 리조트를 방문해도 됩니다. 이곳은 3개의 섬을 통째로 김정은 전용 휴가지로 개조한 곳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다른 때는 몰라도 올해는 호화로운 봄 휴가를 즐기면 안 되지 않을까요.
김정은은 지난달 8일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나는 당중앙위원회로부터 시작해 각급 당조직들, 전당의 세포비서들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인민들에게 ‘고난의 행군’을 선포하고, 자신부터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하겠다고 하고선 이후 45일 동안 딱 3차례만 잠깐 얼굴을 보이고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원산에선 호화요트가 떴습니다. 인민들은 고생길에 내몰고, 자신은 초호화 음주가무를 즐기는 것입니다.
지금 인민은 어떻게 삽니까. 경제는 시궁창에 떨어지고, 인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동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원래 5월은 농촌지원의 달인데, 올해는 평양시 5만 세대 공사를 벌여놓았기 때문에 아파트 공사장에도 다녀야 합니다. 아마 평양 시민 대다수가 각종 동원에 정신 차릴 틈이 없을 겁니다.
인민은 동원에 내몰고 채찍질하고 김정은은 호화요트에서 비싼 술을 마시며 낚시를 즐기는 이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양심이 없어도 이렇게 양심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포악하고 이기적인 지도자를 위대한 장군님이라고 칭송하며 살아야 하는 북한 주민들이 너무 불쌍합니다.
지금 북한을 보면 고전소설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변학도의 잔치에 참가해 읊은 시가 떠오릅니다. 북한 사람들도 이 시는 잘 알고 있습니다.
“금준미주 천인혈 옥반가효 만성고 촉루락시 민루락 가성고처 원성고”
이 시를 번역하면 이런 내용입니다.
“금잔의 맑은 술은 천백성의 피요 옥반의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불눈물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높도다”
지금 북한 현실과 똑같습니다. 제가 이몽룡이 돼 북한으로 쳐들어가 가혹한 변학도 김정은을 내쫓고 인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하고 싶은 것이 지금 저의 심정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