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영장의 운전 솜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지난달 5일 군인가족 예술소조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지난달 5일 군인가족 예술소조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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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번 주 방송에서 김정은이 어디 사라졌는지 궁금하다고 했는데, 이번 주에도 역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지난달5일 인민군 가족 예술소조경연에 잠깐 모습을 보이고 사라졌으니 벌써 한 달째 두문불출입니다.

이 와중에 원산 별장에선 김정은이 즐기는 징후가 여전히 포착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논과 밭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또는 비를 맞으며 고생하고 있을 동안, 또 어떤 이들은 아파트 공사장에서 장군님께 충성을 하라는 독촉을 받으며 없던 힘까지 짜내고 있는 동안 북한의 위정자들은 노예주처럼 살고 있습니다.

김정은도 이제는 완전히 자신감이 생겼나 봅니다. 집권 초기에는 그나마 인민을 위한 지도자인척 학교에도 가고 유치원에도 가고, 섬에도 가고 하면서 인자한척 온갖 연극을 다 하더니 이제는 독재자의 맛을 알아버린 것이죠.

김정은은 지금 이런 속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이 노예들은 내가 1년 나타나지 않아도 찍소리 하지 않고 하라는 대로 할 인간들이구나. 그렇다면 내가 굳이 힘들게 도시와 농촌을 다니며 연극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냥 가끔 나타나서 고위 간부 몇 놈 모가지 따고, 전국 도시들에서 공개처형 가끔 해주면 노예들은 겁이 나서 시키는 대로 잘 할 수밖에 없을 거다’라고 말입니다.

아, 참 제가 한 가지를 빠뜨렸습니다.

채찍은 채찍이고, 이와 별개로 김정은이 얼마나 신적인 존재인지를 여러분들에게 계속 각인시켜야 하겠죠. 그래야 자기들은 따라 갈 수 없는 능력을 가진 하늘같은 신을 모신 노예들이 말을 잘 들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것도 정도껏 해야지 제가 김정은 우상화 도서를 입수해 보면 정말 어이가 없어 웃음도 나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북에서 이걸 믿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오늘 2014년에 출판된 ‘우러러 따르는 김정은 동지’라는 소위 혁명일화집에 나오는 하나의 사례를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78페이지에 보니 ‘몸소 탱크 운전도 해보시며’ 하는 제목이 나오는데, 이걸 보면 인민을 얼마나 개돼지로 보는지 잘 나타납니다.

이 해설이 어떤 상황을 묘사한 것이냐 하면 여러분들도 김정은 집권 이후 방영됐던 기록영화에서 보셨을 겁니다. 김정은이 1차 세계대전 때에나 탔을 법한 허접한 탱크를 타고, 큰 머리에 탱크 모자를 겨우 끼워 넣고, 중앙고속도로, 춘천-부산 374㎞라고 눈밭에 적혀 있는 옆을 달리는 장면 말입니다. 이걸 놓고 북한은 위대한 영장의 모습이라고 선전했죠.

기록영화에선 장면만 나왔는데, 혁명일화집을 보니 더 가관입니다.

일단 김정은이 몰았다는 탱크를 보면 너무 한심해서 눈이 감길 지경입니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만든 탱크가 전 세계 강대국 중에서 제일 허접했습니다.

일본 탱크는 기관총만 맞아도 구멍이 뻥뻥 뚫릴 지경이어서 미군도 상대하다가 “쟤네들은 다른 것은 잘 만드는데, 왜 탱크는 이렇게 한심하게 만들었지”라고 놀랄 지경이었습니다. 물론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이 상대할 아시아에는 탱크란 개념도 없어서 철판 정도 두께의 탱크면 무적이었거든요. 그러니까 그 정도로 만들었다가 유럽의 전차전에서 계속 성능을 높여온 미국 탱크 만났다가 완전히 벽을 만난 느낌이었죠.

아무튼 그런 허접한 탱크를 북에서 노동계급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중탱크는 못 만들어서 러시아에서 사와야 하지만, 경탱크는 한번 만들어보자 시도해 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상대할 한국의 국산 전차는 세계에서 네 손가락 안에 드는 강력한 탱크입니다. 미국 독일 러시아의 가장 최신 대표 탱크와 성능이 비슷하고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산은 압도합니다. 이건 세계 군사 전문잡지들의 평가입니다.

이런 강력한 한국군의 탱크를 김정은이 모는 장난감 같은 것이 상대한다니 유치원 아이가 어른 상대하는 수준도 못되고, 그냥 굴러다니는 관이라 봐야 할 듯 합니다.

아무튼 그런 허접한 것을 타고 김정은이 위대성을 선보였다고 합니다. 김정은은 직접 운전대를 잡고 몰고 나가 사격장에서 떨어진 탄피를 비롯한 장애물 모두를 재치 있게 피해나가며 속도를 떨구지 않았다고 자랑합니다.

아니, 북한 사람들은 뭐 머리가 없나요. 명색이 탱크인데 탄피를 피해 다녀야 한다니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탱크가 차도 막 깔고 가는 데 김정은 대단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머리를 짜내다보니 자기들 탱크가 탄피도 뭉개고 갈 형편이 안 된다는 것을 자인한 셈입니다.

또 실탄사격도 하려 했는데 실탄이 없어서 그냥 내렸다는 대목도 있고, 그리고 다음 대목에는 속도를 더 내려 했는데 포탑 위에 있는 사람들이 떨어 질까봐 더 못 냈다고 흰소리를 칩니다. 기록영화를 보면 포탑에 장성 한 명이 앉아있긴 합니다. 저는 이 탱크 속도가 얼마나 되는지 진심으로 궁금합니다. 책에선 자기들이 만든 새 탱크라고 자랑했는데, 이후 더 생산할 형편이 못되는지, 아님 창피한 줄은 알아서인지 그 자랑하기 좋아하는 열병식에도 내놓은 적이 없습니다.

어디 탱크 뿐입니까. 김정은이 군부대 시찰을 했다고 하고 관련 사진이 나올 때마다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현대전에 써먹을 수 없는 고철더미들 뿐입니다. 그걸 갖고 위대한 영장이 어쩌고저쩌고 하니 정말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그 외에도 이 책을 보면 어린 시절에 차를 몰았다는 내용도 있고요. 보트를 몰고 서방 보트의 ‘제왕’을 이겼다는 내용도 나옵니다. 세계 어느 나라나 어린이가 차를 몰고 보트를 몰면 부모가 잡혀갑니다. 자랑할 것을 자랑해야죠.

아무튼 저는 오늘 아주 사소한 사례만 말씀드렸는데, 지금도 이따위 위대성을 계속 선전하며 인민을 김정은의 노예로 부려먹으려고 애를 씁니다. 말하면 말할수록 한숨만 나오는 북한의 현실입니다. 제발 한 달째 보이지 않는 김정은이 그냥 영영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