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주 노동당 8기 3차 전원회의를 지켜보면서 제가 주목한 것은 노동당 제1비서가 임명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었는데 역시 임명되지 않았습니다.
1월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새 당 규약에 보면 노동당에 제1비서라는 직제가 새로 생기고 “당중앙위원회 제1비서는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대리인이다”고 규정한 대목이 있습니다. 대리인은 말 그대로 김정은이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때 그를 대신해 통치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다른 말로 후계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쪽의 많은 전문가들은 제1비서를 김정은의 업무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자리라고 분석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았습니다. 업무부담을 덜어주려면 벌써 전원회의도 3번씩이나 했는데 이미 임명해야 되겠죠. 지금도 임명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 자리가 결국 유사시 대비용 직책이란 의미입니다. 김정은이 죽거나 또는 수술 받거나 할 때 “이제부터 이 사람이 내 대리인이다”고 임명할 명분이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
김정은이 쓰러졌을 때 대행할 자리라면 그 자리에 누가 가겠습니까. 김여정밖에 할 인물이 없겠죠. 조용원이니 이병철이니 하는 사람에게 권한 물려주면 쿠데타 일으킬 수도 있으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혈육 밖에 답이 없습니다.
김정은의 형제는 김정철과 김여정인데 정치와 담을 쌓고 살았고, 북한 내에도 전혀 공개되지 않은 김정철을 갑자기 2인자에 올려놓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가장 가능성이 높은 김정은의 대리인, 노동당 1비서는 김여정이죠. 그런데 김여정은 나이가 어리고 직책도 갑자기 1비서에 갈 정도는 아닙니다. 그러니 지금은 일단 비워두고 있다가 정말 위급하면 임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당 규약에 김정은의 대리인을 명시한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당 규약에 대리인이란 단어를 박으라고 지시할 사람은 김정은 밖에 없는데 지금 김정은은 후계자를 거론할 나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1984년생인 김정은은 올해 만 37세입니다. 정치권력은 살아있는 생물입니다. 후계 구도가 정해지면 기성 권력의 힘은 급속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권력자들은 대개 생전에 후계 지명을 최대한 늦추려 합니다.
북한도 예외가 아닙니다. 김정일이 후계자로 내정된 시기는 1974년으로 김일성이 62세 때였습니다. 후계자로 공식 발표된 시점은 1980년 6차 당대회인데 김일성이 68세 때였습니다. 이후 예상대로 김일성은 점차 권력에서 밀려났습니다. 김일성에게 올라가는 보고는 김정일을 거쳐야 했고, 김일성은 급기야 핵심 권력을 모두 넘긴 1992년에 아들에게 아부하는 ‘송시’까지 쓰는 신세가 됐습니다. 제가 북에 있을 때 “백두산정 정일봉, 소백수하 벽계류” 이러면서 인민들 100% 외우게 했습니다.
김정일은 자기가 했던 짓이 있기 때문에 60세 넘어서도 후계 지명을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후계자를 지명하는 순간 자기의 절대 권력이 약해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져 한달 넘게 사경을 헤맨 뒤에야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했습니다. 그때 김정일은 66세에 벌써 뼈만 남아 걸음도 겨우 옮겼습니다. 내가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김정일을 휩쌓았을 겁니다. 자신의 몸 상태는 본인이 제일 잘 알겠죠. 실제 3년 뒤 김정일은 유언조차 남기지 못하고 급사했습니다. 아마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지 못했다면 김정일은 70세 넘어서도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 봅니다. 김정은은 아버지가 68세였던 2010년에야 공식 후계자로 대내외에 존재를 알렸습니다.
결국 김일성도, 김정일도 환갑을 훌쩍 넘겨 후계자를 정해 발표했습니다. 후계자는 절대 빨리 지정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만약 김정은이 환갑 넘어 산다고 확신하면 대리인 같은 것을 전혀 언급할 이유가 없습니다. 보통 30대 중반이면 벌써 죽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처럼 최고 의사들을 잔뜩 거느리고 있는데도 대리인을 만든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요.
“나는 오래 살지 못할 수도 있다. 죽을 가능성도 대비해 사후 혼란을 막고 올해 12살인 내 아들이 클 때까지 권력을 지켜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김정은은 벌써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이런 각도에서 보니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1년 남짓 보인 김정은의 비정상적인 행보가 이해가 되는 듯 합니다.
지난해 4월 태양절 기념 참배조차 하지 않아 김정은 사망설이 한국 언론을 달구었습니다. 김정은이 건강했다면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6월 갑자기 김여정이 등장해 대리인 행세를 했습니다. 개성공단을 폭파하고 자기 이름으로 형식이 이상한 담화문을 발표하기 시작해서 한국에선 김여정이 위임통치를 한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김정은이 멀쩡했다면 김여정이 설칠 리가 없는데, 그때 뭐가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닐까요. 대리인이 될 훈련을 했던 것일까요.
또 지난해 상반기부터 지금까지 김정은이 매우 포악해졌습니다. 장성택 숙청은 권력의 완전 장악이란 측면에서 이해되는 점도 있었는데, 지금은 김정은의 권위에 감히 도전할 세력이 없는데도 마구 죽입니다. 코로나 핑계로 죽이고, 노동당 경제부장 화형시키고, 박태성 선전비서도 죽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잔인함은 김정은의 정신 상태가 매우 좋지 못하고,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화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올해도 전국에 ‘제2의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선포한 뒤에 인민들은 고난의 행군에 보내놓고 자기는 4월과 5월에 사라졌습니다. 건강이 따라주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높죠. 물론 김정은의 건강은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할 문제이지만 인민은 여위어 가는데 혼자만 140키로로 살찌운 업보를 받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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