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코로나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는 소식을 여러분들도 노동신문 등을 통해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세계 경제가 급격한 침체를 겪으면 이듬해엔 허약한 독재 국가들이 마치 태풍을 만난 낡은 배처럼 차례로 뒤집어지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비유해 말한다면 바다에서 바람이 불면 바로 파도가 일어나지는 않지만, 30분쯤 뒤에 파도가 높아지고 뒤이어 배들이 뒤집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큰 배가 가라앉는 것이 아니라 낡고 작은 배부터 가라앉겠죠.
과연 어떤 사례들이 있을까요. 미국 뉴욕에 월가라고 하는 세계 최대 주식시장이 있다는 사실은 여러분들도 아실 겁니다. 월가의 주식 시세는 여러 지수로 결정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다우존스지수입니다.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다우지수가 폭락합니다.
그럼 얼마큼 하락하면 대폭락이라고 할까요. 고점 대비 35%, 즉 3분의 1 정도 주가가 빠지면 대폭락이라고 봅니다. 21세기 들어 다우지수가 35% 이상 빠진 적이 세 번 있습니다. 첫 번째는 2002년 직전 고점대비 35%가 빠졌고, 두 번째는 2009년 국제금융위기 때인데 거의 50%나 빠졌고, 세 번째가 바로 올해인데 코로나 영향으로 37% 이상 빠졌습니다. 이렇게 주가가 고점 대비 35% 이상 떨어진 시점의 이듬해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독재국가들이 줄줄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2002년 대폭락이 있은 이듬해인 2003년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됐습니다. 물론 이건 미국의 침공이 결정적 요인이니 경제 침체와 연관하긴 무리가 있지만, 이라크 말고도 2003년부터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 독재 정권들이 줄줄이 무너졌던 ‘색깔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2003년 장미혁명으로 그루지아에서 11년 집권했던 에두아르두 세바르드나제가 쫓겨났고, 2004년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으로 야누쿠비치 축출, 2005년 튤립혁명으로 키르키즈스탄에서 15년 장기집권 아스카르 아카에프가 축출된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러면 2009년 주가가 대폭락을 겪은 이듬해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2010년 튀니지에서 아랍의 봄이 시작돼 제인 벤 알 리가 축출됐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리비아에서 무아마르 알 카다피, 이집트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에멘에서 알리 압둘라 살레, 알제리에서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수단 오마르 알 바시르가 무너졌습니다. 시리아에서도 바사르 알 아사드 정권이 붕괴 직전에 갔죠.
이걸 어떻게 해석할까요. 세계 경제에 대공황 수준의 충격이 오면, 그 충격을 가장 크게 받는 국가는 선진국이 아니라 바로 경제가 허약한 독재 국가들이기 때문입니다. 다우존스가 폭락하면 미국은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전 세계에 뿌렸던 달러를 걷어가고, 그럼 중남미,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들이 돈이 없어 금융위기에 몰립니다.
아랍의 봄은 가난해서 못살겠다며 청년이 몸에 불을 질러 시작됐는데 붕괴된 독재국가들에서 모든 시위는 경제 문제였습니다. 올해 역시 주가가 37% 빠졌는데, 올 가을에 코로나가 다시 유행되게 되면 이 충격은 엄청나게 될 겁니다. 그러면 과거 사례에 비추어 내년쯤부터 가장 허약한 독재국가들에 그 충격이 갈 겁니다.
오늘날 허약한 독재국가들이 어딥니까. 이란과 북한, 투르크메니스탄이 대표적입니다. 러시아와 중국도 독재이긴 하지만 여긴 강대국이라 사이즈가 다릅니다. 이란, 북한, 투르크메니스탄 중에 제일 위험한 것은 이란으로 보입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데다 경제의 중추인 국제 원유가격이 바닥이라 내년도 그 나라 경제가 어떻게 될지 상상이 안 됩니다. 저는 이란은 내년에 매우 위험하다고 봅니다.
그럼 북한은 어떨까요. 20세기 후반 고난의 행군 거치고 나와서 21세기 들어 북한이 지금보다 더 허약해진 때는 없었고, 앞으로 더 급속히 허약해질 것입니다. 강력한 제재로 돈이 들어올 길이 막혔고, 코로나로 셀프 봉쇄까지 하면서 이렇게 철저하게 돈줄이 마른 적이 없습니다. 돈이 없으면 올해에 당장 영향이 있지 않습니다. 바람과 파도처럼 시차를 두고 영향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가령 돈이 없으면 비료 못 사오고, 그러면 올해 농사 망치고, 그 충격은 내년 봄쯤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과거 북한의 ‘고난의 행군’도 원조를 받아오던 소련이 무너지고, 3년 뒤쯤부터 북한 경제에 미친 충격이 단 몇 달 안에 나타나 사람들이 무리로 굶어죽었습니다. 명색이 국가인지라 충격을 흡수할 여력은 좀 있지만, 일단 어느 정도 버티다 더는 못 버티게 되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위기가 닥쳐오는 것입니다. 북한도 지금 제재와 코로나 봉쇄에서 겨우 버티고 있지만 어느 순간 한계에 다다르면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 위기에서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지 않고 버틸 가능성이 더 높긴 하지요. 북한이 어디 인민들이 못 살겠다고 나와서 시위를 할 자유가 눈곱만큼이라도 있는 곳입니까. 그러나 정권 유지와는 별개로 인민들은 다시금 고난의 행군 때처럼 굶어 죽어가게 될 것입니다.
과거 고난의 행군 때에는 굶주리다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탈북이라도 했지만, 이제는 국경을 완전 꽁꽁 봉쇄해서 도망치기도 어렵습니다. 그냥 서서히 달아오르는 가마 안에 들어간 개구리처럼 북한 인민들은 꼼짝달싹 못하고 죽어가게 될 것입니다. 정말 상상만 해도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능력도 없는 어린 김정은을 왕으로 섬기며, 이제는 심지어 김여정 교시까지 학습하며 사는 처지가 됐는데, 또 굶어죽는다 이게 말이 됩니까. 김정일 시절에는 처음이라 경황이 없었다 쳐도, 아들 시절에 다시금 이렇게 굶어 죽을 수는 없습니다. 인민들이 눈을 뜨고 뭉치면 과거의 고난은 다시 반복되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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