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에서 꺼낸 공산주의

0:00 / 0:00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아버지가 갖다 버린 공산주의를 다시 쓰레기통에서 주어 와서 써야 하는 김정은의 불쌍한 신세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2002년 10월 김정일은 “사회주의도 못 하는 처지에 이상적인 공산주의를 논할 처지에 있지 않다”고 말했는데, 이후 공산주의라는 용어는 북한의 헌법과 당 규약에서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올해 개정된 노동당 규약에 당의 목표로 “조선노동당의 최종목적은 인민의 이상이 완전히 실현된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데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사라졌던 공산주의란 용어가 부활한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공산주의가 뭔지 더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북한은 공산주의에 대해 “능력에 따라 일하고, 수요에 따라 분배받는 사회”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는 공산주의 전 단계로, 일하는 만큼 분배하는 사회이고 공산주의는 일하는 것에 상관없이 분배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공산주의가 뭔지 제일 무식한 사람 중의 하나가 생전에 공산주의자로 자처한 김일성이었습니다. 김일성의 지식수준을 제일 잘 아는 사람 중의 한 명이 김일성의 비서로 일했던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인데 그가 생전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해방 후에 북에 들어온 김일성파는 대졸 출신은 한명도 없었고 중학교 다닌 사람도 3명 정도 밖에 안돼 일반적 지식수준이 낮았다. 공산주의에 대한 이해도 낮아 김일성은 공산주의를 ‘이밥에 기와집’ 정도로만 이해했다”는 것입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죠. 그렇다면 서방국가는 이미 공산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거네요. 북한 옆에 중국도 공산주의 사회겠네요. 윗대가리부터 그러니 북한 사람들의 공산주의에 대한 이해도는 바닥입니다.

공산주의 누가 만들었습니까? 맑스, 엥겔스 이런 사람들이 만들었죠. 노동당 규약에도 ‘맑스-레닌주의의 혁명적 원칙을 견지한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걸 그대로 믿으면 안됩니다. 맑스 엥겔스의 대표적 저서가 ‘공산당선언’, ‘자본론’ 이런 책이 아닙니까. 그런데 이 책이 북한에선 금지서적입니다. 시중에 팔리지도 않고 또 일반 도서관에도 없고 김일성대 도서관 정도에 가면 1950~1960년대 출판된 낡은 책이 있습니다. 그때 이후 발행하지 않았다는 거죠. 그리고 이 책은 엄격한 절차를 거친 뒤 빌려볼 수 있습니다.

제가 김일성대 다닐 때 누가 그러더라고요. 맑스 엥겔스 저작을 빌리면 보위부에 요주의 인물로 찍힌다고요. 김일성주의, 주체사상 이런 책은 안보고 맑스주의를 보겠다면 이상한 놈이 되는 겁니다. 그럼에도 저는 빌렸는데, 받아보니 먼지가 수북하게 앉은 것이 김일성대에선 그걸 빌려보는 사람도 없다는 의미겠죠. 봐도 옛날 구어체로 써 있고, 한자가 가득해서 이해하긴 어려웠습니다.

김정일은 아버지에게 잘 보여 후계자를 따내기 위해 1970년대 초반 주체사상이란 것을 고안해내고, 1974년에는 주체사상이 곧 김일성주의라고 하면서 “온 사회를 김일성주의화하자”는 구호도 내놨죠. 이때부터 맑스-엥겔스는 북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그런데 해보니까 공산주의는 고사하고 사회주의 사회라고 규정했던 정의의 발뒤꿈치에도 도달하지 못했죠. 결국 김정일은 공산주의를 떠들수록 비웃음만 사는 현실에 부닥치자 공산주의란 용어를 생전에 헌법과 노동당 규약에서 폐기했습니다. 그리고 공산주의 논리라면 북한의 세습도 설명할 길이 없는 겁니다.

그런데도 김정은이 올라서서 이걸 다시 부활시켰습니다. 2009년 헌법에서 사라졌던 공산주의가 2016년 헌법에서 부활했는데, 2010년 당 규약에서 빼버린 공산주의 용어도 다시 이번에 새로 나타났습니다.

그럼 왜 공산주의란 용어가 김정은에게 굳이 필요할까요. 사회주의도 못해 지옥으로 가면서 왜 유토피아적 이상이 필요했을까요. 김정은이 공산주의자라서요? 천만에요. 사회주의의 약빨이 다 떨어져서 좀 쎈 약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스스로 사회주의 사회라고 하는데, 주민들이 볼 때는 이따위가 사회주의냐, 이걸 왜 건설했냐는 불만이 나오는 것이죠. 이젠 사회주의가 뭔지 북한 사람들이 다 알아버렸습니다. 그래서 유토피아적 이상을 그린 공산주의를 내세워 “저기를 가자”고 다시 선동하는 겁니다.

왜냐. 도깨비는 우리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지도 못한 공산주의에 온갖 분칠을 해서 북한 주민을 또다시 꼬드기는 겁니다. 또 3대 세습의 당위성을 설명하는데도 공산주의를 비틀어 쓰면 유용합니다. “공산주의로 가야 한다. 갈 길이 멀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자면 탁월한 수령의 영도가 필요하다. 그게 나다”는 논리를 설파하는데 공산주의란 용어가 필요한 것이죠.

김정은은 어차피 내가 죽기 전에, 아니, 10대 세습을 해도 공산주의란 것을 만들 수도 없는데, 아버지는 대대손손 노예들을 부리는데 쓸 수 있는 이 좋은 카드를 왜 버렸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북한 주민들은 앞으로 “갈 길이 머니까 수령이 채찍질해도 참으라”는 강요를 받게 되는 겁니다.

어째서 북한은 갈수록 이렇게 퇴보를 하는 걸까요. 공산주의를 버리고 시장경제로 가야 살 길이 나아지는데, 공산주의를 한다고 하던 다른 나라들에서 이미 쓰레기통에 다 처넣은 지 오랜, 심지어 아버지까지 쓰레기통에 넣은 낡은 사상을 또 꺼내왔습니다. 3대 세습 왕조 복고풍에 사상까지 복고를 하는군요. 공산주의는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을 배제한 사상이라 전혀 현실성이 없습니다. 북한에서 가장 이기적이고, 자기가 잘 살기 위해 인민을 착취하는 인간이 바로 김 씨 일가인데, 그들이 무슨 공산주의를 입에 담습니까.

김정은은 점점 미쳐가는 것 같습니다. 이미 공상주의가 된 공산주의가 김정은의 장난감까지 되는 비참한 신세가 됐습니다. 맑스 엥겔스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일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