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 우두머리 38부장의 죽음

사진은 북한 삼지연의 소백수 초대소.
사진은 북한 삼지연의 소백수 초대소.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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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들은 노동당 38호실이란 말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김 씨 일가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비밀금고의 역할을 하는 부서였는데 2008년에 비슷한 역할을 하는 39호실과 통합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런데 인민군 총정치국에도 숫자 38이 붙은 특수한 비밀조직이 있습니다. 총정치국 38부의 임무는 김 씨 일가의 초대소를 관리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옛날 왕궁에서 내시나 환관들이 하던 일을 하는 부서이고, 38부 부장은 그들 우두머리인 상선이나 태감과 같은 위치라고 보시면 됩니다.

북한에 김 씨 일가의 초대소가 몇 개나 있을까요. 초대소 또는 특각으로 불리는 김 씨 일가의 전용 별장은 전국에 30여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중에 평양에만 10개가 넘습니다. 백화원초대소나 고방산초대소처럼 외부에 좀 알려진 것들도 있지만, 대개는 북한 사람들도 잘 모르는 비밀 시설입니다.

이런 초대소들은 김정일 때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는데 평양의 대표적 비밀 초대소는 문수거리에 있는 문수초대소, 모란봉 자락에 있는 모란초대소, 혁신역 근처에 있는 비파초대소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초대소는 요리사를 제외하면 모든 근무 인원들이 군인들입니다. 여성들은 모두 5과 선발을 통해 뽑아 온 미녀들인데, 아무래도 민간 신분보다는 군복을 입혀 놓고 관리하는 것이 비밀유지나 운영에서 편리하기 때문에 이들을 인민군 총정치국 38부라는 부서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습니다. 호위국에서 초대소를 관리해도 되겠지만, 사치스러운 생활이 경호원들에게 들키는 것이 싫은지 호위국은 경비만 서게 하고 술 시중드는 일은 따로 부서를 하나 만든 것 같습니다.

김 씨 일가가 집에서 술을 마실 때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집에는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에 접대를 받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외부에 초대소를 만들어놓고 궁녀와 같은 5과 대상 미녀들을 채워 넣으면 이곳저곳 다니면서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고, 외부 심복들을 불러 파티를 열기에도 적절한 것입니다.

초대소가 30여 곳이 넘는 것은 여기저기 다니면서 질퍽하게 놀기 위한 목적도 제일 클 겁니다. 아무래도 한 곳에만 계속 다니면 질리겠죠. 한편으로 보면 한 곳에만 계속 다니면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부터 어떻게 보겠습니까. “우리 장군님은 일은 안하고 밤마다 여기 와서 여자 끼고 놀고, 우리가 저런 인간 섬기고 있냐”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러니까 숱한 초대소 만들어놓고 특정 초대소에 어쩌다 가야 “장군님이 열심히 일하다가 어쩌다 쉬시려 왔구나, 잘 봉사해야겠다”는 생각 가질 것이 아니겠습니까.

김정일은 이런 초대소를 잔뜩 만들어 흥청망청 살다가 죽었는데, 이걸 또 김정은이 물려받아 잘 쓰고 있습니다. 거기서 즐기다 보면 “아, 아버지 오래 살지 않고 빨리 죽어 일찍 나에게 물려줘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내가 오래오래 잘 쓸게요”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2014년 4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확실한 정보이지만,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초대소 직원들 박살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자세한 언급은 삼가겠습니다.

혁신역 앞에 있다는 비파초대소에 김정은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이설주랑 같이 왔다고 합니다. 여느 때처럼 술을 마시고 놀고 하다가 갔는데 일어난 시각이 밤 10시 반부터 11시 사이입니다. 아무래도 이설주랑 같이 오면 그냥 점잖게 술을 마시는 분위기였을 것이고, 혼자 오거나 심복들을 데리고 오면 여자들 끼고 질펀하게 놀겠죠. 김정일 때는 그랬습니다.

김정은이 돌아간 뒤 비파초대소 근무성원들이 38부 부장과 함께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38부장은 중장이었는데 이 사람은 김정은이 어느 초대소에 나타났다고 하면 총책임자이기 때문에 현지에서 모든 것을 지휘합니다. 상선이 원래 그런 일을 하는 자리죠.

그리고 김정은이 자리를 뜨면 그 초대소 근무성원들이 모여 “이번에 장군님 모시는 행사를 잘했다”고 격려하고, 잘못한 것이 있으면 지적도 하면서 총화를 한 뒤 그날 봉사조가 격려의 차원에서 회식을 하는 것이 모든 초대소의 관행이었다고 합니다. 김정은이 먹다 남은 음식이 아마 산더미일 것이니 이걸 버리기보단 자기들이 먹자는 목적도 있겠죠.

이날도 38부장이 “행사 이번에 잘 치뤘어. 수고했어. 한잔 하라우” 이러면서 부하들을 격려했는데, 그날따라 술을 좀 과하게 마시고 골아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날 새벽에 김정은이 뭔 생각이 났는지 38부장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38부장은 그걸 받지 못하고 그냥 잤습니다.

특징적인 것이라면 이날 김정은과 이설주가 술 먹고 일어서기 전에 설탕없는 진한 블랙커피를 한 잔씩 마시고 갔답니다. 밤 11시 전후에 말입니다. 아마 김정은이 밤에 술을 마시곤 블랙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커피를 마시고 잠이 안와서 이 생각, 저 생각하다가 뭐가 생각나서 전화했겠죠. 그런데 38부장이 취해서 안받은 겁니다. 그러니까 무시당했다고 생각했는지 화가 나서 38부장을 죽이라고 한 것 같습니다. 38부장은 잠도 채 깨기 전에 끌려가 총살을 당했습니다.

2014년 4월이면 김정은이 장성택을 죽인 뒤 여독을 청산한다며 수천 명을 숙청할 때였습니다. 매일 수십 명의 살생부에 사인을 할 때이니 상선 목숨 같은 것이 얼마나 하찮겠습니까.

오늘 사례는 비파초대소 한 곳에서 일어난 사례일 뿐입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북한에선 이런 끔찍한 학살극이 얼마나 벌어지겠습니까. 김정은이 매일 사람을 죽여도 외부에 알려진 것은 한정됐다는 겁니다. 하도 죽여서 이젠 김 씨 일가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아는 사람도 다 죽고 북한에 남아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 씨 일가는 그 죄의 대가를 어떻게 받으려 저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