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새 북쪽이 조용합니다. 김정은, 김여정 모두가 어디 숨었는지 잘 보이지도 않는군요. 삼복이니 원산 송도원 별장에서 물놀이를 하면서 즐겁게 보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요즘 조용히 살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시간 그 이유가 무엇일지 한번 말씀드릴까 합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는 것입니다. 불과 석 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의 결과를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지만, 누구보다 초조하게 지켜볼 사람은 김정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해 조 바이든 대통령 시대가 열린다면 2018년과 2019년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오가며 벌였던 김정은의 대미 외교도 실패로 막을 내리게 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등장하는 것은 북한의 입장에서 불길한 징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이든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 임기 내내 미국 부통령을 지냈고, 부통령이 되기 전엔 미국 연방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는데, 오바마 대통령 시절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였습니다. 그냥 가만 놔두는 것인데,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북한에겐 최악일 겁니다.
북한은 현재 사상 최강의 제재를 받고 있고 올해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인한 타격까지 겹쳐 내부 경제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나 대북제재를 풀어야 하는데, 손에 든 카드가 마땅치 않습니다. 핵실험과 보유,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과 발사라는 전략적 카드는 이미 다 써먹었고, 미국을 압박할 ‘신선한’ 카드가 거의 고갈된 상황입니다.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팔짱을 끼고 4년 내내 동북아의 작은 나라 북한을 무시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면 결국 말라죽어가는 것은 북한일 따름입니다.
김정은은 내년 대미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지, 미국을 어떻게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만들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그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김정은은 6월에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강행하며 한반도 정세를 전쟁 상황으로 내몰았습니다. 트럼프가 움직이지 않으면 우린 정말 막 나가겠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보름 만에 강경 정책을 딱 중단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저는 5월말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이든 후보와 거의 20%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이 상태로 가면 다음 미국 대통령은 조 바이든이 됩니다. 이런 상황이니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는 지금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어떻게 하나 지지율을 올려야 합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은 전쟁을 치르는 대통령은 거의 재선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즉 전쟁이 일어나면 현직 대통령에게 매우 유리하다는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도 누구하고라도 전쟁을 하고 싶은 심정이 됐을 거란 의미입니다.
북한은 미국의 눈치를 보는데 달인입니다. 아무리 강경하게 나가는 시늉을 하더라도 미국이 북한을 칠 수 있다는 위험을 인지하면 늘 멈춰왔습니다. 이번에도 트럼프가 재선될 줄 알고 나 좀 봐달라고 강경하게 나가다가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니 아차 싶었을 겁니다.
이거 우리가 너무 세게 나가면 미국에 북한을 공격할 빌미를 줄 것이고, 그럼 얻어맞을 수 있겠다 판단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이건 제가 김정은 머리 속에 들어갔다 온 것이 아니니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 판단이긴 합니다.
대남 강경정책을 펴서 미국을 움직이려던 김정은은 이제 누가 대통령이 될지 석 달 넘게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대통령이 가려지면 바로 그와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미국에서 새 행정부가 출범해 안정될 때까지 반 년 정도 또 시간적 여유가 필요합니다. 즉 김정은은 내년 6월까지 별로 할만한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기간 동안 북한은 버텨야 하는데 현실은 녹녹치 않지요. 대북제재로 달러 들어오는 길은 막혔고, 관광을 통해 달러를 벌기로 했던 계획도 코로나 때문에 물거품이 됐습니다. 이제는 관광객이 온다고 해도 받을 수 없게 됐으니 삼지연 관광지구, 양덕 온천지구, 원산갈마 관광지구 공사에 매달렸던 김정은의 마지막 희망도 사라졌습니다.
이제 달러가 나올 곳은 중국과 한국 정도밖에 없는데, 한국은 아무리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 해도, 유엔 대북제재를 크게 위반하면서까지 북한과 경제 협력을 하거나 달러를 퍼주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즉 크게 얻을 것은 없다는 뜻입니다.
현 시점에서 북한에게 실질적, 그리고 유일한 구세주는 중국밖에 없습니다. 결국은 중국에서 모자라는 식량과 비료, 원유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김정은은 올 하반기 대중 외교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김정은이 쓸 수법은 뻔하죠. 시진핑 주석에게 매달려 살려달라고 읍소하거나 또는 한반도 정세 긴장을 원치 않는 중국을 자극시켜 도와주지 않으면 이판사판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협박 전술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의 올 6월 강경 행보는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압박하기 위한 협박 전술의 시작으로 보이는데, 적어도 두 달은 갈 줄 알았는데 제가 볼 때 너무 일찍 제동을 걸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중국에게서 원하는 약속을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북중 밀약은 대개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아 알 수는 없고, 저도 궁금합니다.
김정은과 김여정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어떤 선택을 하던 인민이 혜택을 보는 그런 선택이면 좋겠지만, 김 씨 일가는 인민보단 자신들의 목숨이 가장 먼저라는 것은 역사가 증명해주었습니다. 오늘 정세 분석은 여기서 마치려 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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