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현지시찰의 비밀을 파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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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5월 24일 송도원야영소로 가던 평양 제1중3학년 학생 50여 명이 마식령에서 버스가 굴러 전원 사망했다는 소식을 얼마 전에 들었습니다. 외국이라면 전 세계 모든 언론들이 중요하게 다룰 뉴스인데, 북한이다 보니 외부에 알려지지도 않았습니다.

한국만 해도 이런 교통사고면 최소 20만 달러 이상 보상받는데 북한은 보험도 없어서 죽거나 다치면 자기만 손해입니다. 물론 자식을 잃은 부모들에게 돈이 보이겠냐만은, 보상은 둘째 치고 사고 소식에 입을 다물라고 지시받았으니 마음껏 울지도 못하는 심정 당사자가 아니면 누가 알겠습니까. 3학년이면 아마 평양 학생들일 것이고, 나름 잘 나가는 집 자식들이겠지만, 그러면 뭘 합니까. 말도 못하는데 말입니다.

1월 19일에도 마식령 스키장에 가던 버스가 역시 마식령에서 굴러서 평양 시민 3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들었습니다. 북이나 남이나 올해는 이상하게도 대형사고들이 많네요. 물론 북에선 이 정도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고는 대형사고 축에 끼지도 않죠. 김정은이 강원도에 스키장과 야영장 새로 꾸린다 법석을 피운 이후에 벌써 몇 명이 죽는 겁니까. 건설하다 죽어, 놀려가다 죽어, 아무리 스키장 야영장이 번뜻해도 갈 때엔 "이거 가다가 죽지 않을까" 올 때는 또 "내가 무사히 집에 갈 수 있을까" 이런 공포 속에 다니다보면 즐겁겠습니까.

좀 터무니없는 것은 북한이 송도원 야영소를 꾸려놓고는 남쪽의 세월호 참사를 비난하는데 정말 많이 울궈먹었다는 점입니다. 북쪽은 낙원이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데 남쪽은 지옥이라 수학여행에 떠났던 아이들이 죽어 울음소리만 넘친다고 말입니다. 뻔뻔하게도 버스 추락으로 아이들 50명 넘게 죽은 뒤에도 북한은 낙원이고 남쪽은 지옥이라고 계속 선전해왔습니다. 물론 북에 사는 여러분들에게야 이런 식의 선전이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겠지만, 제가 볼 땐 북한 선전부가 너무 철면피합니다.

제가 사고 기사를 쓰면서 송도원 야영소 위성지도로 보다가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여러분들 보면 김정은이 강원도에서 정말 많이 놀고 있죠. 작년엔 마식령 스키장, 올해는 송도원 야영소...왜 여기만 갖고 이러냐 이런 생각이 드실 겁니다. 김정은이 함경북도나 자강도엔 가지도 않지요. 물론 자꾸 찾아와서 뭐라 지시를 자꾸 내리면 거기 사람들만 피곤해지니 북쪽 사람들은 제발 여기 오지 말고 그냥 강원도에서 놀라고 마음속으로 빌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김정은은 원산 쪽에서 뱅뱅 도는 일이 많은데, 포 사격이나 상륙훈련을 해도 원산 쪽에서 많이 하고, 얼마 전에도 해군 전대장들을 송도원 불러다 수영훈련 시키더군요. 마식령이 위험하니까 김정은은 원산에 갈 때는 자긴 직승기나 경비행기를 타고 갑니다.

왜 원산 많이 가냐 했더니 송도원 야영소 위성사진 보고서야 잘 알았는데, 김정은이 태어나고 스위스에 가기 전까지 한 열 몇 살 때까지 지낸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 특각(별장)이 바로 송도원 야영소 옆에 붙어있더군요. 야영소에서 북쪽으로 불과 수십 m, 작은 강 하나 건너면 바로 김정은이 살던 특각이 있습니다. 김정은이 지금도 자기 고향집인 그 특각에서 여름이면 수영도 하고 제트스키 타고 놉니다. 송도원 옆 아니면 저기 통천 앞에 섬이 세 개가 있는데 거기도 별장들이 있습니다. 한 섬에는 해수욕장, 다른 섬엔 승마장, 그 옆에는 요트장 이런 식입니다. 김정은이 불러서 원산에 가본 미국 농구선수 로드먼이 말하기를 자기는 외국에서 온갖 호화별장 많이 봤어도 그렇게 호화로운 별장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요트만 60m 넘는 것을 포함해 여러 척 있다고 해서 보니 진짜 위성사진에도 특각 안에 요트 몇 대가 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원산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송도원 야영소 위쪽 특각은 최고 명당자리에 부지가 야영소보다 훨씬 더 크고 안엔 외국제 최고급 전용 물미끄럼틀도 있습니다. 위성으로 보면 다 보입니다. 그래서 위성지도가 일반에 공개된 뒤 아랍에선 왕족들의 숨겨진 호화생활이 다 드러나 사람들이 분노해서 시위가 잇따르죠. 북한에 인터넷이 절대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여러분들이 위성사진으로 김정은 특각 다 들여다보고 지금껏 속고 살았다고 분노할까봐 그럴 겁니다.

김정은은 여름이면 이설주랑 여기 와서 수영도 하고 물미끄럼틀도 타고, 요트도 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심심하면 주변 돌아보는데, 특각에서 나오는 다리 바로 옆에 송도원 야영소가 있습니다. 올해 반년도 안 된 사이에 김정은이 야영소를 네 번이나 찾았는데, 반년 새에 이렇게 특정 대상을 많이 찾은 적이 없습니다. 이상하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자기 특각 옆이라 그런 겁니다. 간부들 원산까지 불러놓고, 자기는 특각에서 걸어서도 슬슬 나갈 수 있으니 말입니다.

예전에 김정일이 어디 현지 지도했다고 하면 저는 오, 어느 특각 놀려갔다가 들렸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허구헌날 놀기만 하겠습니까. 심심하면 주변도 돌아보게 되는데, 그러면 옆에 아첨꾼들이 장군님이 불철주야로 인민을 위해 애쓰신다고 선전하죠. 그런데 김정은도 똑같아 보입니다. 가는 곳에는 꼭 특각이 있죠. 작년에 어쩌다 자강도 갔다 했더니 창성에 갔더군요. 거기 분들도 아시겠지만 거긴 김정일의 압록강 특각이 있고 지하엔 유사시 중국으로 도망칠 수 있는 통로까지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김정일이 더욱 사랑했는지 모릅니다. 보나마나 여름이니까 정은이가 거기 놀려갔다가 간 김에 창성도 한번 돌아본 거겠죠. 특각 없는 지방을 한번 보십시오. 어디 나타나 납니까.

여러분들도 이런 내막 알고 이제부터 김정은 가는 곳들 보십시오.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에게도 맨날 놀려 다니지 말고 특각 없는 지역도 좀 가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