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 한국에선 탈북 여성들이 인기가 많습니다. 생활력도 강한데다 남자들에게 잘 해준다고 알려져서 그런데, 제 주변에도 탈북 여성 소개해달라고 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습니다.
북에서 살아봤고, 한국, 중국, 일본을 다 가본 개인적 경험으로 보면 남자에게 잘 대해주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때 여성이 장마당에 나가고, 집에 돌아와 밥하고, 애보고, 청소도 다 도맡아 할 동안 남자는 까닥하지 않는 집이 많았지요. 돈 버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이젠 청소 정도는 하는 남성도 늘었지만, 그래도 여성은 여전히 무시를 당합니다.
예전에 중국에 갔다가 똑같은 사회주의 제도인데 문화가 너무 달라 충격을 받았습니다. 많은 중국 남성들이 장보고 요리하고, 애보고, 빨래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가정에서 여성의 목소리도 더 컸습니다.
그럼 북한은 왜 저렇게 남자들이 더 큰소리를 치며 살까요.
저는 왜 그런지가 궁금했었는데, 김정은에게 보고가 되는 진짜 북한 인구통계자료를 입수했는데 거기에 해답이 있더군요. 통계에 따르면 북한이 인구 2500만 명이라고 발표하는 것은 가짜였고, 실제는 2000만 명이 좀 넘었습니다. 국력이 커 보이려고 인구 숫자를 항상 조작해 왔던 것입니다.
북한의 성비는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성비란 전체 인구 중에 여성 100명 당 남성이 몇 명인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보통 나라들은 남자 100명이라면 여성은 101명~102명 정도 나옵니다. 여성이 약간 더 높은 것은 일반적으로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몇 년 높기 때문에 그런건데, 젊은 층은 여성이 100명이면 남성도 100명으로 비슷합니다. 그래야 결혼할 때 짝이 맞지요. 한국의 경우엔 남녀 성비가 100.4로 남성과 여성이 비슷합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성비가 가장 문제가 되는 나라는 중국입니다. 2020년 중국의 성비는 105.3이지만 젊은 층으로 갈수록 성비 불균형이 심각합니다. 25~29세는 106.7, 20~24세는 114.6, 15~19세는 118.4까지 치솟습니다. 1가구 1자녀 정책의 영향으로 남자아이만 선호하다보니 나타난 현상인데, 젊은 남성 12명 중 1~2명은 결혼할 짝을 찾을 수 없고, 중국 전체로 보면 남성 약 4000만 명이 짝을 찾을 수 없는 것입니다. 장가가고 싶어도 여자가 없어 홀아비로 늙으면 이건 심각한 사회적 문제입니다. 중국 남성은 결혼을 하려면 여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경쟁해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의 성비는 중국과 정반대인데다, 훨씬 더 심각했습니다.
북한 인구 중 남성은 45%도 안됐고, 여성은 55%가 넘었습니다. 가장 최근의 성비는 80.9에 그쳤는데, 여성이 10명이라면 남자는 8명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정도면 세계에서 남성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 중 압도적 1위입니다. 북한 여성 10명 중 2명이 짝을 찾지 못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더구나 북한 여성은 결혼에 대한 욕구가 아주 강한 편입니다. 요즘 한국엔 혼자 살겠다는 여성이 늘어나지만, 북한에선 결혼해 애가 없으면 모자란 여성처럼 취급되죠. 결혼을 하려면 여성들끼리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고, 반면 남자는 모자라도 장가는 쉽게 갈 수 있는 인구 구조를 갖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여성이 남자에게 잘해줄 수밖에 없죠.
보고서엔 왜 남자가 그 정도로 적은지 원인이 설명돼 있지 않지만, 1950년 6.25전쟁 때 남성이 워낙 많이 죽어 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전후 살아남은 남자는 금값이 됐고 여성은 결혼하려면 혼수 정도는 몽땅 장만해야 남자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죠. 지금도 북한에선 결혼할 때 여성이 가전제품과 장롱, 이불 등을 다 가져가는 지역이 태반입니다. 한국은 결혼할 때 남자가 여자보다 돈을 두세 배 더 쓰지만, 북한은 결혼자금을 여성이 훨씬 더 많이 쓰는 것입니다. 또 북한은 태아의 성별을 알려준다거나 낙태를 하는 것이 불법이니 아이 성별을 골라 낳을 수도 없습니다. 하긴 성별을 알고 싶어도 성별을 판별하는 장비가 북한에 과연 몇 대나 있을지 의문이긴 합니다.
더 놀라운 점은 성비 불균형이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진다는 것입니다. 1980년 남성 비율이 46%가 넘었는데, 2008년부터 44%대로 떨어졌습니다.
전쟁이 끝난 지도 60년이 돼 가는데 왜 그럴까요. 이건 북한은 남성으로 살기엔 최악의 환경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남성은 17살 때부터 10년씩이나 군에 가서 안전장비도 없는 각종 위험한 공사판에 동원돼 무리로 죽어가고, 사회에서도 각종 동원에 더 많이 시달립니다. 또 보드카 때문에 남성이 빨리 죽기로 유명한 러시아처럼 술도 엄청 마셔대며, 의료 환경도 뒤떨어졌습니다. 그러니 여성이 아무리 잘해준다고 해도 빨리 죽는 북한 남성의 삶이 절대 부럽지 않습니다.
저는 탈북 여성에게 환상을 품는 주변 친구들에게 빨리 꿈에서 깨라고 말합니다.
한국 성비는 100.4이니 탈북여성은 더 이상 결혼 시장에서 경쟁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남들 하는 것만큼만 해도 결혼하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진짜 불쌍한 것은 탈북 남성들입니다. 북에선 남자가 빨리 죽기엔 최악의 환경이지만 그래도 큰소리치며 살았는데 한국에 오니 갑자기 상황이 변했습니다. 아무래도 빈손으로 오다보니 돈도 없이 가난한데다 여성을 사귀려면 경쟁 사회의 맨 밑바닥에서 노력해야 하니 참 불쌍한 조건이 된 셈입니다.
저는 여기 살면서 북한 여성이 남성한테 참 잘해주는데 하고 그리운 생각도 들다가도 빨리 죽을 환경에서 벗어나 한국에 온 것이 더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결혼이고 재산이고 뭐고 오래 사는 게 저는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죠. 아무튼 김 씨 일가가 세습하는 왕국 북한은 뭐 정상적인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