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세계에서 사는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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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근 또 함경남북도에 집중 폭우가 쏟아져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작년에도 큰 피해를 보았는데 올해 또 수해라니 그곳 사람들도 답답하겠습니다.

어쩌면 폭우가 쏟아지고 복구하고 하는 것이 매년 되풀이되는 연례행사처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은 올해 거의 피해가 없는데 왜 폭우가 쏟아지면 북한만 피해를 봅니까. 저는 이것이 인재라고 봅니다.

나라가 잘 살면 강하천 정비, 산림 조성 등에 돈을 쓰게 됩니다. 이건 이윤이 남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가 돈을 써야 제대로 정비가 됩니다. 대표적으로 한국은 이명박 정부 시절 남쪽의 대표적인 강 4개를 정비하는 데만 200억 달러 이상 썼습니다. 산림녹화도 꾸준히 해서 산에 나무가 너무 빽빽해 사람이 오르기가 어렵습니다.

산에 나무가 무성하고, 언제들을 만들고, 강바닥을 파내면 아무리 큰 비가 와도 끄떡없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땔감이 없어 산에 나무들을 베어내고, 언제는 다 낡아빠져 언제 무너질지 모르고, 강바닥을 파낼 생각도 하지 않으니 비만 오면 물이 넘쳐 피해가 반복됩니다.

결국 나라가 가난하면 별 것도 아닌 자연재해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해마다 큰물로 많은 사람들이 죽는 나라들을 보면 다 가난한 개발도상 국가들입니다.

이것이 인재인 이유는 결국 어떤 지도자를 만났는가에 따라 나라가 선진국이 되는가 후진국이 되는가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김 씨 일가를 지도자로 만나 되지도 않는 공산주의로 간다고 하면서 세습독재 국가를 만드는 데만 신경을 쓰니 국력은 후진국 중에서도 꼴찌가 됐습니다.

더 답답한 것은 후진국이라 해도 이제라도 정신 차려 올바른 방향으로 가면 잘 살 수 있는데, 지금 김정은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돈을 탕진하고, 그것 때문에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아 무역도 꽉 막히고, 코로나가 퍼져도 전 세계는 여전히 경제적 교류를 활발히 하는데 북한만 문을 꽉 닫고 있습니다. 세상이 가는 방향과 반대로 더 정신없이 뛰어가는 것입니다. 이게 김정은이 통치하는 북한의 현실입니다.

사정이 이런데 김정은만 아무런 생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올해도 김정은을 자세히 보면 점점 더 이상해지고, 특히 눈치는 개나 줘버린 것 같습니다. 이젠 왕 놀이 오래 하다보니 자기가 어떤 무소불위의 파워를 갖고 있는지 알아버렸는지, 간부들이나 인민들의 시선 같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례 중에 오늘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권영진 총정치국장을 들 수 있는데, 그는 1월에 계급이 상장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가 1월 노동당 대회에서 대장이 됐는데, 한 달 뒤에 또 차수로 진급했습니다. 그러니까 한 달 만에 상장에서 차수로 껑충 올랐는데 이게 정상적인 승진입니까. 어느 조직이든, 심지어 깡패조직에도 서열이 존재합니다. 서열을 지켜줘야 조직원들은 충성을 하게 되고, 서열 파괴는 조직의 사기와 직결됩니다.

북한에도 상장 위에 대장이 많겠는데, 갑자기 아랫놈이 벼락같이 승진해 올라가 보십시오. 물론 올라가봐야 칠성판이 가까워지니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권영진의 승진을 보고 자기가 무시당했다고 불만 가지는 고위 장령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이런 것은 무시하고 눈치도 안 보는 것 같습니다. 6월 말에 군 서열 1, 2, 3위인 이병철, 박정천, 김정관 한꺼번에 강등된 것도 이런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눈치는 당연히 안보고, 조직의 충성도 따윈 고려하지 않는 것인데 이러면 간부들이 진심으로 충성할 마음이 생기겠습니까.

더 기막힌 두 번째 사례는 7월에 인민배우가 된 가수 김옥주를 들 수 있습니다. 30대 김옥주가 인민배우 칭호를 받았는데, 김정은이 좋아하면 그럴 수도 있죠. 문제는 눈치 안보고 좋아한다는 겁니다.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나 김옥주를 너무 좋아해”를 무려 네 번씩이나 계속 보여줍니다. 6월 국무위원회 연주단 공연에서 연주된 26곡 중 김옥주 혼자서 22곡을 불렀는데, 이건 뭐 그냥 김옥주를 위한 독창무대죠.

그런데 이게 한 번이 아니고 1월 당 대회 폐막공연에서 김옥주는 공연의 서곡, 종곡, 독창 무대 몽땅 차지했습니다. 2월 설명절 경축 공연 때에도 김옥주는 김정은의 바로 옆자리를 차지하고 사진 찍었고, 2월 16일 광명설절 기념공연에선 김정은이 재청을 두 번이나 해서 김옥주가 ‘친근한 이름’이라는 김정은 찬양가를 한 공연에서 똑같은 노래를 무려 세 번이나 했습니다. 자기는 좋아도 다른 사람들은 뭔 죄가 있어 같은 노래 세 번이나 들어야 합니까.

공연장에 사람들 가득한데 이건 뭐 주변 의식도 하지 않는 거죠. 7월 11일에 예술인 표창 수여식에선 김옥주가 김정은 옆에 찰싹 붙어 앉고, 같은 날에 찍은 또 다른 사진에는 아예 연인처럼 어깨를 안고 허리 감싸고 그러고 사진 찍었습니다.

명색이 국가 지도자인데 체통도 없이 한 여자에게 이리 주책머리도 없고, 눈치도 보지도 않고 좋아해도 됩니까. 이설주도 옆에 있는데 말입니다.

북한 사람들이 속으로 비웃건 말건 시선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나만의 세계에서 사는 김정은의 현재 심리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김옥주는 또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습니다. 요즘 사라진 여배우가 너무 많습니다. 공훈배우 송영, 청봉악단 대표가수 김주향, 모란봉악단 대표 가수들인 선우향희, 류진아, 김유경, 박미경, 김설미, 정수향 이런 가수들이 다 안보이고 김옥주만 남았네요.

인민들은 굶어죽겠다 아우성치고, 거기에 수해마저 해마다 반복되는 데 김정은은 자기만의 세계에서 행복하게 사니 북한이 앞으로 잘 살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