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 북한이 코로나를 구실로 국경을 철저히 폐쇄하고 북중 무역을 꽉 막았지만, 김정은 일가와 최고위급을 위한 필수품 수입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제가 최근 입수했습니다. 인민들은 시계 배터리조차 들여올 수 없어 시간이 멈춰진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김 씨 패밀리는 여전히 자기만의 호화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얼마 전 중국 세관총국이 작성한 올해 7월 북-중 무역통계를 입수했는데, 7월 한 달 동안 북한은 150여개 품목에 1680만 달러를 중국에서 수입했습니다. 수량, 가격이 1달러 단위까지 자세히 나와 있는 자료인데, 인민들을 위한 수입품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7월 수입 품목은 식품, 의약품, 술과 담배, 의류 등 다양한데, 이번엔 의약품 수입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680만 달러 중 의약품만 약300만 달러어치를 들여갔습니다. 단연 눈길을 끄는 대목은 당뇨병에 쓰는 인슐린과 류미티스 관절염에 주로 쓰는 코르티손 수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입니다. 인슐린은 40만 달러 이상 수입했고, 코로티손은 1만 7000달러어치를 수입했습니다.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에게 물으니 “북한이 최근3년 동안 인슐린과 코르티손 치료제를 들여간 적은 없는데 이번에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건 제가 볼 때 김정은을 위한 것 같습니다. 김정은 체형으로 볼 때 당뇨병과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다고 추정하는데, 실제로 김정은은 과거 지팡이에 의지해 나타나거나 쩔뚝거리며 부자연스럽게 걷는 모습을 여러 차례 노출했습니다.
물론 이것만 보고 이게 김정은을 위한 의약품이냐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의약품 수입 액수를 보면 김 씨 일가와 최고위층을 위해 존재하는 봉화진료소에서만 쓰기에도 넉넉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1년 반 동안 코로나로 인해 북중 국경이 완전히 폐쇄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 들여간 의약품 수량은 그동안 점점 비어가는 봉화진료소 의약품 창고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닌가 추정됩니다.
단일 품목으로는 인슐린과 비타민 약 36만 달러를 들여갔고, 그 외 암페실린은 약 9만 달러, 페니실린 약 1만 달러, 세파마이신 6000달러 등 항생제도 들여갔고, 의료용 반창고 등도 1360달러어치 들여갔습니다.
봉화진료소가 아닌 일반 환자들을 위한 것이었다면 반창고를 불과 1360달러어치만 사갈 수 있겠습니까. 그것도 코로나로 인한 국경 폐쇄 와중에 말입니다. 인슐린과 비타민을 거의 80만 달러어치나 사간 것만 봐도 김 씨 일가와 북한 고위층이 주로 많이 걸리는 병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전 세계에서 당뇨병 발병률이 가장 낮은 곳은 북한이 아닐까요. 당뇨병은 잘 먹어서 비만으로 주로 생기는 병인데, 잘 먹지 못하는데다 각종 동원으로 시달리는 인민들은 비만이 아닌 영양실조를 걱정해야 합니다. 북한에서 당뇨병을 걱정할 계층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들여간 의약품은 당뇨병 치료제가 압도적으로 많으니 이거야 말로 북한 현실과 너무나 판이하게 차이가 나는 역설적 장면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이번 수입 품목이 김 씨 일가를 위한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는 다른 항목은 식료품을 들 수 있습니다. 코코아가 들어있지 않은 사탕과자를 불과 2㎏, 209달러어치만 사갔다던가, 로열젤리를 약 1480달러어치 사간 것이 대표적입니다. 국가간 무역에서 특정 상표의 사탕 과자와 로열젤리를 209달러, 1480달러어치를 사갔다면 그게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이걸 보고 인민들을 위한 식품 수입이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요. 인조 꿀과 크림 및 설탕 종류도 4425달러어치를 들여갔습니다. 북한에는 질 좋은 진짜 꿀도 많을 텐데 굳이 중국에서 인조 꿀을 들여간 것은 누구 입맛을 맞추기 위한 것은 아닐까요.
술은 불과 2만 달러어치를 들여갔는데, 김정일 시절에 벌써 그의 저택엔 최고급 술 1만 병이 넘게 쌓여있다고 했습니다. 그 술 창고는 아직 마르지 않았나 봅니다. 그 외 각종 천도 100만 달러어치 사갔는데 열병식이나 각종 행사를 위해 특별히 주문한 것이겠죠. 김정은이 회의를 열면 간부들도 김정은과 스타일이나 색깔이 똑같이 맞춘 옷을 입고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것을 위해 수입했을지도 모릅니다.
150여개 품목 중엔 천으로 씌운 금속 재질의 접이식 의자도 1개당 100달러씩 모두 5개 사 들여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 간부를 위해 특정 접이식 의자 딱 5개를 사가진 않았을 것이고, 김정은이 외부 현지시찰을 갔을 때 앉기 위한 의자나 또는 바닷가에서 피서를 즐길 때 필요한 접이식 의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입항목에서 가장 많은 액수를 차지하는 것은 타이어로 약 475만 달러어치를 사갔습니다. 사실 타이어는 현재 각종 건설을 벌여놓은 북한 실정을 볼 때 매우 중요한 품목이긴 합니다만 김정은의 경호에도 타이어가 많이 필요합니다. 김정은이 시찰을 나갔다고 하면 경호부대가 며칠 전부터 출동해 그 지역을 4겹으로 에워싸고 개미 한 마리 드나들 수 없게 만듭니다. 한 번의 시찰을 위해 수 백, 수천 명의 경호부대가 차량을 타고 움직이니 타이어가 얼마나 많이 필요하겠습니까.
북한이 7월에 중국에서 수입한 1680만 달러어치 물품 중엔 인민을 위한 것은 없었습니다. 요즘 북한에선 굶어죽는 사람들이 나온다는 소식도 들리는데, 인민은 장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고 일체의 수입과 밀수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김 씨 일가는 자기들이 필요한 것들은 다 알아서 사다 쓰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수입품목만 봐도 북한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주 명백해집니다. 북한은 김 씨 왕조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