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만 천국에, 인민은 지옥에

0:00 / 0:00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주 방송에서 저는 북한이 코로나를 구실로 국경을 철저히 폐쇄하고 북중 무역을 꽉 막았지만, 김정은 일가와 최고위급을 위한 사치품과 의약품은 예외적으로 꾸준히 수입해 들여간다는 내용을 전했습니다.

제가 입수한 7월 북중 무역 통계를 보면 1680만 달러를 수입했는데, 수량을 보니 봉화진료소에서나 쓸 수 있을만한 정도의 양이고 또 특정 상표의 사탕과자를 2㎏ 사들여가고, 접이식 의자를 5개 사 가는 등 김정은을 위한 상품들만 들여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자기는 필요한 것을 다 몰래 수입해 쓰면서 인민들은 밀수는 물론 중국과의 접촉도 철저히 차단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6월에 국가 기간시설 공사를 위해 중국에서 물자를 수입하려고 중국 사업가를 북에 데리고 들어간 무역일꾼을 처형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요즘 김정은이 얼마나 많은 공사판을 벌여놓고 아래 간부들을 닦달질 합니까. 얼마 전에도 보통강 주택공사장을 방문했던데 어디 그뿐입니까. 평양종합병원부터 시작해, 평양시 5만 세대 건설도 그렇고, 의주 비행장 대규모 방역시설 완공도 그렇고 아무튼 주는 것은 없이 하라는 것 투성입니다.

올해 2월에도 5개년 계획 올리라고 해서 올리니 이게 또 원하는 것만큼 숫자를 적지 않았다고 김두일 경제비서를 현장에서 끌어내가고, 또 숱한 간부들 해임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경제비서가 무슨 신입니까. 철강재, 시멘트 이런 것을 중국에서 들여오지 못하게 하면서 아파트 건설 과제는 잔뜩 부여하니 도대체 무슨 수로 김정은 비위를 맞춘다는 말입니까.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이 북한 간부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못 하면 못 했다고 처벌하고 죽이고 하니 무조건 하긴 해야 하는데, 북한엔 건설에 필요한 물자가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고위간부들의 선택은 못해서 목 잘리는 것보다는 편법을 써서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었습니다. 못하면 딱 눈에 보여 처벌 가능성이 100%인데, 중국에서 몰래 물자를 구입해 마무리하면 들키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살 확률이 더 높은 것은 몰래 중국에서 물자를 들여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래 간부에게 지시했겠죠. “아이고, 나 죽겠다. 내가 몰래 이러저런 판을 깔아줄거니 네가 중국 가서 이런 물자나 투자자 좀 끌어와라” 이러겠죠.

그래서 이 무역일꾼이 움직였고, 중국 사업가를 데려갔습니다. 눈으로 현장을 보여주고, 이러이러한 것들이 필요한데 이걸 해결해주면 앞으로 북에서 이러이러한 이권을 보장해주겠다 이렇게 할 작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처럼 철저한 감시 사회에서 이게 어떻게 걸렸습니다. 운이 나빴던 것이죠.

김정은이 대노해서 이 무역일꾼은 즉시 체포돼 처형됐습니다. 자기 사적 이해관계를 위해 그런 것도 아니고, 김정은이 지시한 공사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한 것인데 너무 한 것 아닌가요. 이 사건 때문에 북한 고위간부들이 줄줄이 처벌됐을 겁니다.

저는 북한 간부들 두둔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지만, 한편으로 보면 불쌍하기도 하네요. 이러면 이랬다고 죽이고, 저러면 저랬다고 죽이고. 살아날 경우의 수가 없네요. 달아나려고 해도 달아날 수도 없고요.

6월 29일 김정은이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해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 사건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엄중한 후과가 초래됐다”고 하면서 고위 간부들을 무리로 처벌한 일이 있었죠.

이 사건으로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해임된 것으로 보이고, 최상건 교육 및 보건담당 비서는 회의 중에 끌려 나가 어떻게 됐는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박정천 군 총참모장은 원수에서 차수로, 김정관 국방상은 차수에서 대장으로 강등됐습니다. 윗 사람들이 이렇게 처벌되면 그 아래 수십 명이 줄줄이 같이 처벌받습니다. 이 사건이 바로 제가 말씀드린 무역간부 처벌과 연관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급이 높아도 무역간부 정도가 자기가 중국사람 데리고 가고 싶다고 하면 들어가겠습니까. 더 윗선이 있을 것이고, 신의주 세관도 위에서 지시 떨어져야 통과시켜 줄 수 있을 겁니다. 그 정도 윗선이면 리병철이 아닐까 저는 조심스럽게 추정해 봅니다.

무역일꾼이 데리고 갔던 중국 사업가는 북한에 억류돼 있다고 합니다. 이 사람도 북한 도와주려고 갔다가 졸지에 봉변을 당하게 됐습니다.

이 사업가가 처음 북에 간 것도 아니고, 나름 오랫동안 북한과 교류했던 사업가라고 하는데 과거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그 사업가는 솔선수범해서 북한과 거래하는 건 그만큼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다른 중국 사업가들에게 깨우쳐주었다고 봐야죠.

이 사업가를 꺼내기 위해 중국이 노력한다고 하는데, 언제가 됐던 데려 가긴 할 겁니다. 그 사람이야 뭔 죄가 있겠습니까.

심지어 김정은은 해외 외교관 교류까지 차단하고 있습니다. 리진쥔 북한 주재 중국대사도 작년 3월에 임기가 끝나 돌아가야 하는데, 북한이 새 대사를 받길 거부해 어쩔 수 없이 평양에 있습니다. 중국이 그냥 특별비행기 한 대 내서 딱 대사 한 명만 순안공항에 내려놓고 오겠다고 했는데 북한이 그것도 안 된다고 했답니다. 리진쥔 중국 대사는 물자가 부족한 평양에서 1년 반 동안 인질처럼 생활하느라 고생입니다.

이렇게 자국 무역일꾼은 처형하고, 중국 사람은 인질로 잡고 있으면 자기부터 솔선수범해야지 자기는 필요한 것들 다 수입해 쓰고 있습니다.

올해 4월 세포비서 대회에서 김정은은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고 했는데, 새빨간 거짓말이었습니다. 김정은은 잘 살고, 인민들만 고난의 행군을 하는 겁니다. 이게 이번만 그런 것이 아니고 북한 역사 내내 그래왔고, 그것이 바로 김 씨 왕조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