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을 떠들썩하게 만든 문수원사건

평양 창광원에서 관계자들이 시설물을 소독하고 있다.
평양 창광원에서 관계자들이 시설물을 소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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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동아일보에서 기자를 하면서 북한 소식을 내부 소식통들을 통해 전달받는데, 이번 9월 태풍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소식도 속속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보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위부가 지금 태풍 피해 지역과 외부와의 전화를 전부 감청하면서 외부 선을 찾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가령 검덕에서 2000명이 죽었다고 하면, 전화로 2000명을 말한 사람을 잡아들여 간첩으로 처형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부 소식통의 신변 안전을 위해 보도를 할 수가 없는데, 한편으론 그만큼 김정은이 내부 소식이 외부에 새나가는 것에 민감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북한에서 처형과 숙청 소식이 자꾸 들려오는데, 김정은의 폭정이 점점 잔인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오늘은 집중 도청이 시작되기 전에 들었던 평양 문수원사건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이미 영화배우 리설희까지 연루돼 추방된 문수원사건을 알고 계신 분들도 있겠지만, 소문을 통제하는 북한에서 정확한 내용을 다 듣긴 어렵기 때문에 제가 이야기해드리겠습니다. 물론 저도 서울에서 파악했기 때문에 아주 정확하진 않을 수도 있지만, 전반적인 내용은 맞을 겁니다.

지난달 20일에 평양에서 문수원사건 관련 대검거선풍이 벌어져서 리설희 포함 숱한 사람들이 추방됐습니다. 어디로 갔냐하면, 높고 가파른 산이 앞뒤로 막혀 해가 4시에 진다고 알려진 양덕과 맹산의 오지에 끌려갔습니다.

이 사건이 어떻게 터졌는지 제가 파악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지만 문수원은 창광원과 더불어 북한의 대표적인 종합편의시설입니다. 창광원과 비슷한 시기인 1982년에 건설됐는데, 보통강구역에 창광원이 있고, 대동강 건너편 주민을 위해 동대원구역에 문수원을 건설했죠. 평양산원 정문에서 약 200m 정도, 현재 평양종합병원을 짓는 곳에선 도보로 약 15분 거리에 있죠.

그런데 북한의 큰 대중목욕탕들엔 대개 사우나 시설이 설치된 ‘비밀의 방’들이 존재하는데, 이런 곳에는 권력자와 부자들이 단골로 찾아와 마약과 성매매를 한다는 것은 비밀도 아닙니다. 문수원도 다를 바가 없었는데 2008년 새 단장을 하면서 전용 비밀공간을 고급스럽게 꾸몄다고 합니다. 시내 중심부에서 좀 떨어져 있으니 단속에서도 비교적 안전했고 서비스가 좋다는 소문이 나서 단골들도 많았는데, 이곳은 최근까지 무탈하게 영업되다가 올해 엉뚱한 곳에서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함께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엉뚱한 사건은 평북 철산에서 벌어졌는데, 이곳 한 외화벌이 조개양식기지의 젊은 책임자가 연쇄살인으로 체포된 것입니다. 말이 기지이지 사실상 개인 회사처럼 운영됐는데, 책임자는 일찍이 아버지에게서 기지를 물려받아 풍청거리며 살던 북한판 재벌 2세라 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돈 좀 있는 사람치고 마약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이 책임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양식기지 안 여성들은 물론, 외부 여성들도 데리고 와 마약과 성매매를 했습니다. 이 정도 일은 북한에서 비일비재한 것이라 뇌물을 정기적으로 상납하면 걸릴 일도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가 뱃놀이를 한다면서 쩍하면 여성들과 배를 타고 나가 놀았는데, 말을 듣지 않는 여성은 죽여서 바다에 던져버렸다는 겁니다. 북한에선 그가 이런 식으로 죽인 여성이 30명이 넘는다고 소문이 났는데, 젊은 여성이 사라지면 탈북했다고 믿는 북한이라면 가능할 법도 한 일입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흔적을 없애느라 수장한 여성의 시신이 떠올라 발견되는 바람에 책임자의 경악할만한 범죄가 드러나게 됐고, 족치니까 평양에도 수시로 가서 문수원에서 즐겼다는 진술이 나왔습니다.

워낙 엽기적 사건이라 김정은에게 보고가 들어갔는데, 김정은이 철저히 조사하라고 한 이상 아무리 높은 권력자들이 문수원의 뒤를 봐준다 해도 안 되죠. 조사 결과 문수원을 즐겨 찾은 간부들이 줄줄이 나왔고, 문수원에서 직원으로 채용한 젊은 여성 접대원은 당연하고, 인근 대학 여대생들까지 성매매에 가담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문수원 인근에는 평양음악무용대학과 평양연극영화대학이 있는데, 저도 대학 때 그 사거리에 가면 정말 전국에서 뽑혀 온 예쁜 여대생들이 많았습니다. 이중에 지방에서 온 애들은 돈이 없으니 결국 간부들의 정부가 되거나 성매매를 한 것입니다.

김정은이 성매매한 간부와 성매매업자 등 6명인가 총살했다고 들었습니다. 이중 식당 마담도 있는데, 이 식당 마담이 배우 리설희 남편의 정부였다고 합니다. 리설희라면 민족과 운명에서 김형욱의 정부로 나왔던 모습이 기억되는데, 그때 가슴 가리고 목욕하는 장면과 베드신이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총살되고, 연루자들이 처벌되면서 리설희도 이제부터 심심산골 농민으로 살게 됐습니다. 떵떵거리며 살던 수많은 권력자와 부유층이 하루아침에 몰락하니 사람들은 시원하다고 박수도 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이번 사건의 최대 수혜자는 김정은입니다. 대북제재와 국경 폐쇄로 외화가 급격히 고갈되는 와중에 때맞춰 돈 많은 자들이 알아서 걸려들었으니 민심도 얻고 추방된 부유층의 재산도 몰수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북한에선 어떤 명목의 범죄와의 전쟁, 부패와의 전쟁이 진행되든 결국 ‘꿩 먹고 알 먹고, 둥지 털어 불 땔’ 사람은 김정은입니다. 그러나 체제를 지탱할 권력자와 부유층의 돈을 빼앗아 자기 배를 채우다간 탈이 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곳곳에 은밀한 별장을 차려놓고, 최고의 미녀들을 데려다 방탕하게 노는 자가 바로 김 씨 일가인데, 제일 큰 범죄자가 새끼 범죄자들을 처벌하고 죽인 꼴이니 간부들은 분노하게 될 것입니다. 길게 보면 지나친 식탐과 폭식은 결국 자기 몸에 해가 돼서 돌아오는 법이죠. 김정은도 예외는 아닐거라 믿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