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발사 때도 사라진 김정은

0:00 / 0:00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무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심지어 흉년이 들어 사람들이 굶어죽어도 전통 명절인 추석은 어김없이 돌아옵니다. 이번 추석은 어떻게 보내셨는지요.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수해 피해까지 입었다는데 예년에 비해 크게 못해진 추석 차례상을 보며 한숨을 쉰 분들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 코로나로 이동까지 차단하니 가족, 친척이 한자리에 모이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매년 아무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꼬박꼬박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지만, 북한의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고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다간 죽어서 지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살아서 지옥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북에서 이미 보았죠. 고난의 행군 때 숱한 사람들이 힘없이 쓰러져 시체가 역전들에 뒹구는 현실을 보면서 이게 생지옥이구나 생각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때의 기억이 생생한데, 이제 또 그런 시절이 또 펼쳐진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상상입니다.

왜 북한만 그런 세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까. 한 동족인 남쪽은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 와중에도 성공적으로 경제를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올해 한국 국민 총생산은 광활한 영토와 인구를 가진 러시아와 브라질을 밀어내고 세계 10위로 올라설 것이 확실시되고, 8,9위와의 격차도 크지 않아 경우에 따라 세계 8위의 경제 강국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한국은 수출 순위에서 세계 6위이고, 수입 순위에서 세계 9위입니다. 이렇게 작은 영토와 인구로 이 정도의 경제력을 키운 것을 보면 우리 민족은 참 대단한 민족입니다. 더구나 인구가 몇 억이 되는 것도 아니고, 과거 남을 침략했던 제국주의 국가도 아닌데 이 정도로 경제를 발전시킨 나라는 한국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한민족인 북한은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불쌍하고 가난한 나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더 기가 막힌 것은 발전이란 것이 없이 매년 빠르게 퇴보를 합니다. 전쟁을 치르는 것도 아니고, 내전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정말 기가 막힌 현실입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지도자의 문제입니다. 김 씨 3대가 세습 정권을 유지하면서 북한을 지옥으로 끌고 가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요즘 김정은을 보면 과연 북한을 발전시킬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김정은 집권 초에 김정일보단 좀 낫지 않을까 기대를 걸었던 제가 부끄럽습니다. 김정은을 보면 이젠 뭘 할 의지도 잃고 그냥 사람들 잡아 죽이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지 않느냐는 생각도 듭니다. 9월 중순에 북한에서 순항미사일 발사 실험도 했고, 열차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도 공개했습니다. 사실 북한에서 만든 순항미사일이나 열차 미사일은 한국에 별로 위협도 되지 않습니다. 유사시 철도부터 다 끊고 모든 기차굴이 다 감시 대상이 되는데, 어디 숨기겠습니까. 또 그 무거운 미사일을 싣고 다닐만한 궤도도 변변치 않아 이번 발사 장면을 보니 콘크리트 침목을 아예 빽빽하게 깔고 그 위에서 쏘던데, 그런 선로가 북에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냥 우리 이런 것도 있다고 자랑하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과거엔 그런 발사 시험이 있으면 김정은이 꼭 나타났습니다. 김정은은 뭘 쏜다고 하면 거기에 그리도 집착해 꼬박꼬박 나타나 미사일이나 포탄이 날아가는 것을 보면 활짝 웃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미사일 발사 시험장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올해 김정은이 평양 밖을 벗어난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회의나 열병식에 가끔 얼굴을 보이고, 주택 건설 현장에 다닌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 좋아하는 미사일 발사장에도 안 나타나고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요. 북한 상황이 나락으로 빠지는데 이렇게 게으름을 피워도 되는 겁니까. 이건 아버지보다 훨씬 못한 것이죠. 김정일은 그래도 고난의 행군 때 사람들이 굶어죽으니 호화 별장에서 마냥 앉아 놀 수는 없어 바깥바람 좀 쏘이고 싶으면 주기적으로 인근에 준비한 연극 무대에 나타났습니다. 물론 연극 무대는 대체로 몇 달 전부터 방문을 준비한 군부대들이었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나마 얼굴을 보이며 쪽잠에 줴기밥을 먹으며 불철주야로 전국을 누빈다는 선전을 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을 보십시오. 어딜 다니지 않는데 쪽잠에 줴기밥을 먹으며 인민을 위해 불면불휴의 노고를 바친다고 선전할 수 있겠습니까.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아무리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는 데는 세계 최고 선수들이긴 하지만, 나타도 안 나는 김정은을 열심히 현지지도 한다고 조작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겁니다.

김정은이 올해 만 37세인데 벌써 이렇게 뻗으면 어떻게 합니까. 애초부터 다니지 않았던 것은 아니고 초기엔 정말 많이 다녔죠. 저는 김정은이 집권한 첫해 첫 군부대 방문 보고 아버지와 좀 다르구나 싶어 기대를 잠깐 했습니다. 김정은이 2012년 8월 쪽배를 타고 연평도 맞은 편 무도방어대를 찾았을 때 단체사진에 영양실조 환자들도 보였습니다. 병사 바꿔치기가 없었던 것이죠. 목이 가느다란 병사들을 보면 김정은의 마음이 달라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몇 년 그러고 다니며 병사들 속에 파묻혀서 사진도 찍고 그러더니 답이 없다는 것을 알아버린 듯합니다. 그래서 이젠 아예 안 가기로 작정한 것 같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김정은이 군부대 방문해 병사들을 챙기는 걸 거의 보지 못했는데, 이젠 그 좋아하는 미사일 발사장에도 나타나지 않네요. 아버지는 연극이라도 했는데 김정은은 이젠 연극도 안 할 생각인 듯합니다. 만사 귀찮고 답이 없는 현실에 짜증도 나겠죠. 그런데 김정은은 명색이 지도자입니다. 거긴 도망치는 자리가 아닙니다. 아무리 막막해도 현실과 마주쳐 풀어나갈 생각을 해야지 아예 현실조차 보기 싫어하면 북한이 어떻게 됩니까. 미래가 없는 암울한 북한이 참 안타깝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이현주,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