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저번에 말씀드리려다 시간 없어 못 다했던 북한 지역 발전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여기 서울에는 북한을 연구하는 정부 기구, 학술 기관, 단체 등이 정말 많고, 조사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달에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에서 진행한 탈북자 조사 발표 세미나에 토론자로 갔었습니다. 참, 서울대 소리가 나오니 제가 북에 있을 때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런 대학 이름을 많이 들었지만 어느 대학이 제일 좋은 대학인지는 몰라 몹시 궁금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한국에 와보니 여기서 제일 좋은 대학으로 서울대를 쳐주더군요.
그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란 곳에서 최근 4년 동안 막 북한을 탈북해 나온 북한 주민을 매년 100명 이상씩 인터뷰해서 북한 사회를 연구해왔습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북한 주민들은 가계 소득의 평균 20% 정도를 뇌물로 바치고 살며, 중앙당 간부와 법 기관 종사자들을 제일 부자로 여긴다는 등의 흥미로운 대목도 많습니다. 여긴 소득의 10%를 세금으로 떼 가는데, 거긴 20%를 간부들이 꿀꺽하네요.
제일 잘사는 지역을 꼽으라고 했더니 라진과 신의주를 꼽았습니다. 2011년, 2012년에는 라진이 제일 잘 산다고 대답하는 응답이 많았는데, 이후 2년간은 신의주가 제일 잘산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제일 못사는 도시를 꼽으라고 했더니 4년 내내 꼽힌 도시가 바로 사리원이었습니다. 라진, 신의주는 중국과의 교류가 활발한 곳입니다. 사리원은 내륙 지역이라 중국에서 물품을 사올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바다를 끼고 있나 아니면 내다 팔 자원이 있나 여러 모로 잘 살기 불리한 곳입니다. 아마 북에서 거주 이전의 자유가 주어진다면 주민들이 제일 많이 빠져나갈 곳이 사리원이고, 제일 많이 몰릴 곳이 신의주나 라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리원은 해방 전부터 그나마 이름이 좀 있던 도시입니다. 옆의 송림에 제철소가 있어서 일자리도 많았고 서울과 평양을 잇는 도로 상에 있는 터라 상업도 발달했었는데 지금은 제일 살기 힘든 도시가 돼버렸습니다. 오늘날 북한이 교역을 할 곳이 중국밖에 없으니 라진과 신의주가 잘 사는 도시로 꼽히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물론 잘 살기는 평양이 훨씬 더 잘 살겠지만 여긴 수도니 빼고, 오늘은 지방만 이야기합시다.
그런데 통일이 됐다고 생각해봅시다. 설령 통일이 안됐더라도 남북 경제통합이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봅시다. 그래도 라진과 신의주만 잘 살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은 여러분들도 감을 잡으실 거라 봅니다. 남쪽과 붙어 있는 개성은 엄청난 지리적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도 개성공단에서 물품을 생산해 한국에 갖고 오지 않습니까. 싼 인건비가 있으니 한국 기업들이 북에는 앞 다퉈 들어가겠지만, 이왕이면 본사와도 가깝고 물건을 실어오자고 해도 가까우면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통일 단계에 들어가면 가장 잘 사는 도시는 개성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인천 건너편에 있는 해주도 잘 살 가능성이 매우 큰 도시가 될 겁니다.
지금 한국은 사실상 섬나라입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북쪽은 꽉 막혀 버렸으니 해외 교류를 선박과 항공기에 거의 100% 의존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열리면 이젠 섬나라의 신세에서 벗어나 철도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를 거쳐 대륙과 연결되게 됩니다.
이 철도와 도로가 경유하는 도시들은 개발 가능성이 큽니다. 즉 남쪽에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노선 상에 있는 사리원 평성 정주 신의주 지역들이 제일 먼저 개발되고 발전될 것이라 봅니다. 물류의 흐름이 형성되는 곳은 자연스럽게 돈이 모입니다. 지금 신의주와 라진이 잘 사는 이유도 중국의 물자가 북한으로 흘러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리원은 그때쯤이면 제일 가난한 도시라는 오명을 벗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과 평양을 잇는 중간 지점의 요충지이기 때문에 엄청난 개발 바람이 불 것이라 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잠재력이 있는 도시는 어디일까요. 라진은 나중에도 계속 잘 살 수 있는 지리적 요충지에 자리 잡은 도시입니다. 배후에 아직 개발 잠재력이 풍부한 거대한 동북 3성을 끼고 있기 때문이죠. 동북 3성에서 해외로 나가려면 나진항의 존재가 절대적입니다. 라진은 한국으로 치면 제2도시인 부산에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진에 가까우니 그럭저럭 먹고 살 청진을 제외하면 동해안은 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한국도 동해안 지역은 별로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원산은 좀 예외가 될 수 있겠다고 봅니다. 평양까지 고속도로도 있고, 철도도 있으니 일본이 북한에 들어가는 관문이 될 여지가 높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함흥을 포함한 함남도 자강도 양강도는 지금도 별로 발전된 지역이 아니지만 앞으로도 잘 살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은 아니라고 봅니다. 강계의 경우 지금은 군수공업으로 먹고 살지만 통일이 돼서 군사력이 축소되면 먹고 살 거리를 다시 찾아야 할 겁니다. 거기 기계들은 구식이어서 기계공업으로 전환되기도 어려울 것 같고 차라리 항만 가까운 지역에 기계공장 새로 짓는 것이 나을 겁니다. 또 군수공업은 워낙 최첨단 장비와 기술이 들어가는 분야라 통일 후에도 남쪽 지역에서 발달하지 강계는 아닌 것 같군요.
이상 지리적 이점을 말씀드렸는데 좋은 지리적 장점을 갖고 있는 지역에 사시는 분들은 희망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제가 유망 지역으로 꼽지 않은 지역에 사시는 분들은 이동의 자유도 없는 나라에서 어쩌란 말이냐 하실 수도 있지만 땅을 옮길 수는 없잖습니까. 미래를 위해 사람이 움직여야죠. 한국은 그런 인구 이동이 이미 일어났습니다. 앞으로 통일이 되면 북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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