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왜 보통강 건설장에 자주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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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코로나 봉쇄가 점점 길어지면서 북한의 상황이 계속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민생 경제는 정말 나락에 빠져들고 있는데 김정은은 홀로 자기만의 정신 상태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인민생활에 안중에도 없는 김정은이 요즘 가장 크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바로 평양 보통강주택지구 건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통강 옆에 다락식 주택을 건설한다고 하는데 3월에도 가고, 4월에도 가고, 8월에도 가면서 빨리 짓지 않는다고 연일 독촉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왜 이 주택지구 건설에 이렇게 안절부절못하면서 몰입하고 있을까요.

보통강주택지구라는 것이 사실 알고 보면 규모가 크지도 않습니다. 800세대 아파트를 건설한다고 하는데 한국 같으면 그냥 중소 건설사가 뚝딱 지으면 되는 규모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능력이 김정은이 그렇게 몇 번씩 찾아가서 독촉해도 아파트 800세대 건설하기도 버거운가 봅니다. 하긴 코로나로 북중 국경을 다 막아놓아서 건설자재를 수입하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빨리 올라가겠습니까. 골조는 그럭저럭 완공한다고 해도 내부에 가구와 욕조 이런 것들을 고급스러운 것으로 들여놓으려면 중국에서 들여가야 합니다.

북한은 작년에 김정은이 평양 종합병원 건설을 벌여놓고 10월 10일까지 무조건 완공하라고 했는데 그것도 하나 마무리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병원 하나 짓는 능력도 안 되는 겁니다. 물론 외부는 완공됐는데 의료 설비를 들여가지 못해 지금 1년이 넘도록 그러고 있는데 그럴 거면서 작년 여름에 현지에 찾아가 공사 속도가 빠르지 못하다고 또 숱한 간부들 목을 날렸죠. 어차피 올해 말에도 완공되지 못할 것을, 그때 숙청된 간부들만 억울하기 그지없는 일이죠. 병원도 마무리 못하면서 저렇게 아파트 건설은 독촉하는데 이건 과연 기한 안에 마무리될까요.

저는 병원은 못해도, 이번 보통강 호안다락식 주택지구는 어떤 방법을 쓰던지 빨리 완공돼 입주까지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작년에 김정은이 직접 준공식 첫 삽을 떴던 병원보다 아파트가 먼저 완공된다는 뜻이죠.

제가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북한은 보통강구역 다락식 주택 건설이 완공되면 공로를 세운 과학자와 교육자, 문필가, 예술인 등에 선물한다고 이미 못을 박았습니다. 즉 공로자들에게 준다는 뜻인데, 그게 누구일까요. 아파트를 받을 대상에 대해 예상해 볼 수 있는 단서가 이미 있습니다. 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 73주년을 맞아 전날에 김정은은 평양 중구역에 위치한 당 본부 청사 잔디밭에서 연회를 열었습니다. 연회 사진을 보니 100명 남짓 참가한 것 같습니다. 학자, 군인, 예술인 등이 다 참가했죠. 이들에 대해 북한은 당일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는데, 이 사람들이 다음 날인 9월 9일 열린 열병식에 참가했습니다. 이때 북한 매체가 이들을 가리켜 ‘노력혁신자, 공로자’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보통강구역 다락식 주택 건설이 완공되면 공로자들에게 준다고 했는데 딱 답이 나오죠. 그날 연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바로 보통강 주택에 입주할 대상인 것입니다. 물론 800세대니까 대상은 더 있겠지만, 연회 참가자들은 입주 1순위 대상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1순위 중의 또 1순위가 누구일까요. 그건 바로 연회가 끝나 찍은 단체 사진에 답이 나와 있습니다. 보면 김정은 옆에 있는 이춘희 아나운서와 인민배우 가수 김옥주가 딱 붙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춘희 아나운서야 다 늙었지만 과거 공로를 봐서 공로자에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김옥주는 김정은 시대에 급부상한 가수입니다. 아니, 올해부터 급부상했다고 봐야 맞습니다. 최근 김정은의 행보를 보면 김옥주를 좋아해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뭘 노래를 부른다고 하면 다 김옥주입니다. 어떤 연주회에 가선 26곡 중 23곡을 김옥주가 부르게 했고, 같은 노래를 3번이나 재청해 듣기도 했습니다. 자기가 듣기 좋다고 주변 사람들도 다 김옥주 노래만 좋아해야 하나요. 너무 주변 눈치를 보지 않습니다. 이번 9.9절 행사에서도 숱한 공로자들 중에 하필 김옥주를 옆에 세우고 사진을 찍었고 또 다음날 열병식에서 김옥주는 또 혼자 독창을 부릅니다. 진짜 해도 해도 너무 합니다.

자, 이렇게 좋아하는 여성에게 보통강 옆 경치가 좋은 곳에 고급 주택을 지어 선물하려는데 이게 빨리 진척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계속 가서 독촉하는 것이겠죠. 거기에 살 사람들이 누구인지 김정은이 어떻게 다 알겠습니까. 그러나 머릿속에 ‘김옥주에게 하루빨리 집을 지어 선물하고 싶은데’라는 생각은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지 않을까요. 이런 순애보에 감동해야 하나요.

김정은 시각에선 평양종합병원을 건설해 봐야 거기서 치료받을 인민들이 어차피 개돼지들인데 급할 것이 없죠. 그렇지만 보통강 주택은 김옥주에게 빨리 선물해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 의식이 있습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제가 보통강 고급 주택이 평양 종합병원보다 먼저 완공될 것이라고 보는 겁니다. 어디 한번 그렇게 되는지 함께 지켜볼까요.

이런 김정은의 행보가 인민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요. 사람들은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자기는 호화주택 수백 채 건설에 몰두해 있으니 누가 봐도 어이가 없는 상황이죠. 고급주택 건설에 몰입한 김정은과 죽겠다고 아우성인 인민들이 너무 비교가 됩니다. 이제 보통강변의 가장 좋은 위치에 호화 아파트가 완공돼 김옥주를 포함한 기득권 세대들이 입주를 하고 그걸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할 때 인민들은 더욱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을 겁니다. 아마 입주가 끝난 뒤에 김정은이 김옥주의 집에 찾아가진 않을까요. 지금처럼 김옥주에게 빠져 주책머리 없는 모습을 보이는 상태라면 그러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이현주,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