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을 우습게 여기다 치르는 참혹한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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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미국이 최근 대북 금융제재 카드도 꺼내들었는데, 북한과 금융거래를 하면 국제 금융망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미국 재무장관은 "외국 금융기관은 미국과 거래할지, 북한과 거래할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은 이미 조선중앙은행 조선무역은행 농업개발은행 등 북한 은행 10개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과 거래하면 미국 금융망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금융제재는 북한의 금융망을 봉쇄시키는 효과를 낳습니다.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인 이상 어떤 나라도 미국과의 거래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의 대표적 대북 금융제재는 2005년 9월 마카오 방코델타은행 제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미국은 북한의 자금세탁을 돕던 마카오 방코델타은행을 아주 살짝만 건드렸습니다. 그냥 "주요 우려대상 은행이다"하고 명단에 이름만 올렸죠.

그런데 파급 효과는 실로 어마어마했습니다. 세상에 은행이 수없이 많은데 하필이면 미국에 찍힌 은행에 자기 돈을 맡길 사람은 없습니다. 결국 은행 고객들이 갑자기 달려들어 자기 돈을 빼갔고, 은행은 파산을 막기 위해 보유 계좌를 전부 동결했습니다. 즉 돈 빼가지 못하게 입금과 출금을 모두 막아버린 것입니다. 이때 북한 소유의 계좌 50여개에 전체 금액은 2400만 달러 정도도 동결됐습니다. 이것이 당자금 즉, 김정일의 개인 돈이라고 하더군요. 그걸 못 찾게 되니 북한이 당시 정신 나갔나 싶을 정도로 눈이 뒤집혀 버리더군요.

북한 말로 시범껨이란 말이 있죠. 방코델타은행이 북한과 거래하지 말하는 미국의 경고를 무시했다가 시범껨에 들어 망하게 몰리니까 전 세계 모든 은행들이 놀랐습니다. "아이쿠 미국에 찍히면 안 되겠다"고 판단해 미국이 말도 안했는데 알아서 자기 은행에 있는 북한 자금을 전부 동결했고 북한과 거래를 중단했습니다. 그 결과 북한은 어떤 은행에서도 계좌를 만들 수 없었고 세계 각국의 자금 역시 인출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사례를 통해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 중국의 경제력이 아무리 급성장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전 세계의 기축통화는 달러이고, 미국과 금융거래를 중단하면 모든 은행은 망합니다. 그러니 미국이 제재를 하겠다고 하는데 무서워 북한과 거래를 하겠습니까.

오늘날 북한은 중국 은행들 하고만 겨우 해외 거래를 하는데, 이거 막히면 큰일이죠. 무역자금 결제를 할 수 없으면 대외무역이 붕괴됩니다. 수십, 수백 만 달러를 보따리에 싸들고 다닐 수도 없지 않습니까. 미국은 군사력만 최강인 것이 아니라 세계의 금융도 틀어쥐고 있고, 미국의 금융 제재에 맞설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물론 청취자 여러분이 이런 이야기를 쉽게 알아들을 수 있을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북에는 은행에 못 가본 사람이 태반이기 때문입니다. 은행은 자기 돈을 맡기거나, 또는 어려울 때 돈을 빌릴 수도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북한 은행은 오래 전부터 이런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여러 차례 화폐개혁 한다면서 은행에 맡긴 돈을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으로 만들다 못해, 그 휴지가 된 돈조차도 없다고 안주니 그게 은행입니까. 강도인 것이죠. 인민들은 이제는 무서워서 은행에 돈을 맡길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은행에 맡긴 돈은 내 돈이 아니라 나라돈이라 생각해야 편하죠.

결국 인민이 선택한 길은 장롱에 돈을 숨겨 놓는 것인데, 그것도 못 믿을 북한 돈이 아닌 달러로 숨겨놓습니다. 이걸 외부 세계에선 북한의 장롱 달러라고 부릅니다. 북한이 앞으로 대북제재로 돈줄이 마르게 되면 장롱 달러를 뺏어내려 할 것입니다. 벌써 대성신용개발은행 같은 곳은 5만 달러를 1년 맡기면 7% 이자를 주겠다며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라면 맡기겠습니까. 언제 무슨 방침이 나와 내 돈 뺏길지도 모르고, 걸핏하면 돈 출처 어디냐고 조사가 들어오겠죠.

은행도 이를 의식해서인 듯 신용이 은행의 첫째가는 원칙이고, 손님들의 위탁자산에 대해 철저한 비밀담보를 해주겠다고 선전합니다. 그런데 이걸 믿을 수 있나요? 은행이 정말 김정은과 보위부보다 더 쎕니까. 절대 아니죠. 나중에 궁지에 몰리면 언제 무슨 방침 나올지 누가 압니까. 보위부 수법 알잖습니까. 나를 범죄자 만들어 수용소나 감옥에 보내곤 돈 뺏는 거 어디 하루 이틀입니까. 돈 많다는 것 알려지는 순간 나는 칼을 빼든 권력기관들의 표적이 되는 것입니다.

북한은 이미 인민의 신용을 철저히 잃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선 신용이 곧 생명입니다. 국가든 은행이든 신용을 잃으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걸 북한 권력자들만 모릅니다. 수시로 화폐 개혁해 인민들의 돈을 빼앗아 먹을 땐 좋았죠. 그러나 이런 일은 인민의 믿음을 스스로 발로 차버린 꼴이 됐고, 결과 이제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당과 지도자를 믿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이걸 다시 회복하긴 어렵습니다. 자기 인민한테도 이렇게 신용 지키길 우습게 아는 북한이 외부엔 신용을 지킬까요? 지금 북한이 저렇게 참혹한 제재를 당하는 이유도 결국 계속 거짓말하면서 국제사회에 신용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대북 제재가 미국 탓이라 주장하지만 여러분, 자기 인민에게도 신용을 지키지 않고 사기를 치는 정권이 미국과 약속을 지켰겠습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선 신용을 잃으면 다 잃습니다. 강력한 대북제재는 세계에 거짓말을 하고 뒤돌아서선 핵과 미사일 개발과 같은 망나니짓을 한 것에 대한 대가이고, 자업자득입니다.

북한은 국제 사회 앞에 신용을 회복하지 못하면 소생하기 어렵고, 이건 김정은이 존재하는 한 불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결국 북한은 김정은이 없어져야 잘 산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