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 중국까지 협박하는 깡패정권

0:00 / 0:00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명한 가을도 어느덧 끝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곧 추위가 닥칠 텐데, 이번 여름 수해로 집들을 잃은 분들이 하루빨리 새 보금자리를 잡고 입주하길 바랍니다.

이제 다음주면 11월 3일 화요일에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열립니다. 김정은도 평양에서 누가 될지 몹시 궁금하며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대미전략을 세울지 외무성과 통전부 등에서 고민하고 있겠죠.

그런데 여러분, 북한이 세울 전략이라는 것이 뻔합니다. 워낙 자기들이 잘하는 협박 전술 또 들고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협박 전술은 비단 미국이나 한국을 향해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심지어 우방 국가라는 중국을 대상으로까지 쓰고 있습니다.

오늘은 북한이 3년 전에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분리 독립 무장 세력에게 자동보총 등 무기를 넘겨주다 적발된 경악할 만한 사건을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리겠습니다.

북한이 위구르 독립 세력에게 무기를 넘기려 시도했던 사건은 3년 전, 2017년 10월 18일 열린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일명 19차 당 대회를 불과 일주일 앞둔 민감한 시점에 발생했습니다. 북-중 혈맹을 자랑하는 양국 간에 일어난 일이라곤 상상하기 힘든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현지 소식통들을 통해 파악한 사건의 내막은 이렇습니다.

당시 북한 평안북도와 압록강을 사이에 둔 중국 랴오닝 성 관전 현 공안당국은 북한에서 수상한 트럭 두 대가 강을 건너 온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평안북도 벽동군 동주리와 마주하고 있는 관전현 대서차진 림강촌은 중국이 북한에서 목재를 실어올 때 화물차가 경유하는 대북 임시통상구 다른 말로는 화물경유지로 활용되기 때문에 평소에도 북한에서 트럭들이 자주 드나듭니다.

첫 번째 차량은 변방대 초소도 통과해 압록강 옆 고속도로를 내달리다 단속에 걸려 체포됐는데, 이 차량이 체포되는 것과 동시에 이 차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수십㎞ 떨어져 오던 둘째 차량은 흔적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 지역 변강 고속도로 주변은 무인지경이 많기 때문에 단둥에서 파견된 무장경찰대가 일주일이나 꼬박 뒤져 깊은 수림 속에 처박은 두 번째 차량을 찾아냈습니다.

두 차량에는 북한산 자동보총, 권총 등을 포함한 각종 총기류가 가득 적재돼 있었습니다. 무기를 넘겨받아 화물차를 몰고 가던 사람들은 신장위구르자치구 무장 세력과 연결된 이들이었습니다.

조사 결과 이들은 “무기를 넘겨줄 테니 압록강까지 와서 받아가라”는 북한의 제안을 받고 움직이던 중이었는데 북한의 제안이 파격적이었습니다. “대금은 무기가 신장에 도착한 뒤 지불해도 된다”는 것인데, 이는 무기 밀거래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조건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선 북한이 돈 때문에 무기를 팔아먹으려 한 것이 아니라 일부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자극하기 위해 쇼를 벌였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실제 신장에 무기를 전달하기보단 일부러 정보를 흘려 중국에 적발되게 만들었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이 그런 쇼를 펼 동기도 충분했습니다. 사건 전달인 2017년 9월 3일 북한은 6차 핵실험을 감행한 뒤 “대륙간탄도로켓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성공적으로 단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9월 11일 ‘대북 제재 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는데, 이 결의안에 따라 대북 석유수출은 연간 400만 배럴로 제한되고, 정유 제품 수출은 기존보다 55% 줄어든 200만 배럴을 상한선으로 제한됐습니다. 동시에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출이 전면 금지되고 직물, 의류 중간제품 및 완제품 등의 섬유 수출 역시 전면 금지됐습니다. 여기에 북한과의 합작사업 및 유지·운영도 전면 금지됐으며, 해외 파견 북한 근로자의 신규 고용도 중단됐는데 하나하나가 모두 북한으로선 치명적 타격이 되는 조치였습니다.

이 결의안은 중국의 협조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했는데 중국도 자국 19차 당 대회를 한 달 앞둔 시점에 북한이 핵 실험을 진행한 것에 분노했고, 결의안이 채택되자마자 단둥을 비롯해 북-중 세관에서 유엔 결의안에 해당되는 수출입 물자를 압수 및 차단했습니다.

이번엔 북한이 중국을 대놓고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중앙통신에서 중국 정부와 언론에 실명을 거론하며 “다른 주권국가의 노선을 공공연히 시비하며 푼수 없이 노는 것을 보면 지난 시기 독선과 편협으로 자국 인민들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어지간히 잃은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욕설을 퍼부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비난도 모자라 북한은 현지 경찰서 습격 등 무장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아킬레스건’ 신장 위구르에 무기를 보내는 쇼까지 벌인 것입니다. 중국이 항의하면 “당신들까지 유엔 제재에 가담하니 앉아서 굶어죽을 판이라 우리도 눈에 뵈는 게 없다”고 주장하려 한 것이죠.

중국도 북한의 이런 속셈을 알기 때문에 북한의 무기 밀매 사건은 어느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고, 북한 정부에도 항의하지 않았습니다. 이듬해 3월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나며 북-중 관계는, 당시 남북관계가 그랬듯이 급격히 화해 무드로 반전을 거두었습니다.

무기 밀매 사건은 북한이 궁지에 몰리면 심지어 중국까지 실질적으로 협박하는 보기 드문 사례입니다. 얼마 전 중국과 북한에선 항미원조 참전 7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한국전쟁에서 19만 700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처음으로 전사자 숫자를 밝혔습니다. 이 정도면 부상자는 40만 명이 넘겠죠. 그렇게 많은 피를 흘리고 사수해준 북한이 3대 세습 독재국가가 돼 자기들까지 협박하는 오늘 이 상황이 중국도 얼마나 황당하겠습니까.

한국도 일본도, 중국도 깡패 이웃을 만나 참 피곤하게 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