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에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제주산 귤 200톤을 선물로 보낸 것을 놓고 남쪽 사회가 시끌버끌합니다. 이번에 보낸 귤은 9월 남북 정상회담 때에 김정은이 남쪽에 칠보산 송이버섯 2톤을 선물로 보내준 것에 대한 답례 형식입니다. 원래 우리 민족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서나 선물 받으면 또 답례하는 것이 미풍양속이라 송이선물에 대한 답례로 제주도 귤을 보낸 것은 저는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이번에 보낸 제주도 귤은 10㎏짜리 상자 2만개에 담아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공군 수송기 4대가 하루에 두 번씩 모두 네 차례로 나눠 평양까지 운반해 주었습니다.
이 귤을 누가 먹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김정은이 과학자라든가 예술인이라든가 이런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겠죠. 북한에도 중국산 오렌지가 많이 들어가 있어 귤이 더 이상 귀한 과일은 아니겠지만, 제주도 감귤은 특히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것이라 맛이 다를 겁니다. 이번에 귤을 북에 보내준 것을 놓고, 남쪽의 대다수 국민들은 잘했다고 하는데, 일부 보수로 자칭하는 정치인들이 북에 조공했다는 식으로 또 시비를 걸어 화제였습니다. 저는 어떻게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를 하는가 싶어 답답했습니다.
제주도 귤은 예전엔 북에 꽤 많이 갔습니다. 1998년 12월에 처음으로 대한적십자사 명의로 100톤 북에 선물로 갔고, 이어 북에 감귤 보내기 사업이 이어져 1998년부터 2010년 사이에 매년 12번씩 모두 4만 8328톤의 귤이 북에 갔습니다. 거의 5만 톤이면 엄청난 양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평양에 사는 사람들은 장마당에서도 제주도 귤은 한번쯤은 먹어 보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제주도에서 귤을 북에 보내는 것은 비단 북한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귤 재배 농민들에 대한 지원의 측면도 있습니다. 1998년에 처음 대북 귤 지원이 이뤄졌을 때, 당시는 너무 감귤이 많이 달려서 어디에 처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농가들이 판로가 없으니 결국 정부에 좀 도와 달라 이래서 정부는 정부 예산으로 그 귤을 사서 북에 보냈습니다. 실제 남쪽은 쌀도 남아나서 매년 정부에서 수십 만 톤씩 정부가 사서 보관하다가 가축 사료로 풀기도 합니다. 이런 점은 북에서 모든 것이 부족하게 사는 여러분들이 이해하시긴 어려울 겁니다.
실제로 2000년 9월에 제주도에서 남북 첫 국방장관 회담이 열렸는데, 당시 단장으로 왔던 김일철 인민무력부장도 이런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갔습니다. 그때 김일철 부장이 제주도에서 한국 국방장관과 차를 타고 회담장으로 이동했는데, 여기에서 50분 갈 거리를 25분 더 늘여서 일부러 제주도 해안도로를 삥 돌아가도록 일정을 만들었습니다. 제주도 구경 시켜준 것이죠.
그때 9월이면 제주도는 온통 감귤이 무성할 때였습니다. 김일철 부장이 그걸 보고 신기해 하니까 한국 국방장관이 "요즘 귤이 쓰레기가 돼서 우리 군대가 쓰레기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김일철이 "그건 또 무슨 말이요"하면서 강하게 호기심을 보이더랍니다. 그래서 한국 국방장관이 "제주도에서 귤을 공짜로 줄테니 군에서 제발 가져가서 먹어 달라고 한다. 귤이 너무 풍년이 들어서 값이 폭락했으니 농사지어도 육지까지 운송비도 안나온다. 그러니 군에서 다 가져다 먹으라고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건 남쪽의 풍요를 자랑하기 위해 꾸며낸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실제 그때 한국은 해군 상륙정까지 동원해서 귤을 실어다 전군에 나눠주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김일철 부장이 표정이 변하더랍니다. 그 귀한 귤이 여기선 쓰레기라니 하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올해도 제주도엔 귤이 많이 달렸는데, 양도 양이지만 날씨가 딱 맞춰줘서 맛이 아주 좋습니다. 앞으로 남북 관계가 좋아져서 맛 좋은 제주도 귤이 북에 많이 가고, 남쪽에서도 북한의 송이나 털게 이런 것을 좀 가져다 먹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요새 제주도를 자주 가는 편인데 9월 말 추석 때 제주도에 가서 무려 7일이나 놀았고, 지난달에 또 갔었고, 이번 주말에 또 갑니다. 강연 초청이 오면 가는데, 제주도 가기가 지방 다른 지역에 가기보다 어쩌면 더 빠릅니다. 서울의 김포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가면 바로 제주도거든요. 그러니 김포공항까지 가는 시간까지 감안해도 두 시간 안 걸립니다.
저는 제주도에 갈 때마다 감회가 남다릅니다. 처음 제주도에 갔을 때 "북한을 뛰쳐나와 내가 여기까지 와보는구나"하는 감회를 느꼈는데, 그게 이어지는 겁니다. 북에서도 장군님 남해에 모시고 싶다는 그런 노래가 있는데, 저는 김일성도 김정일도, 김정은도 이루지 못한 제주도에 와보는 꿈을 이뤘습니다. 제가 먼저 성공한 것이죠.
또 김정은도 가보지 못한 외국도 많이 자유롭게 다니고, 그가 느끼지 못하는 풍요도 많이 느낍니다. 북한 김 씨 가문이 북에서나 왕 노릇하지 실제 자기 마음대로 다니고, 자기가 보고 싶은 걸 마음대로 보고 그러고 삽니까. 제가 김정은보다 더 많이 누리고 있는 것이 꽤 많습니다.
아마 이런 생각을 해서인지 실제로 한국에 온 탈북민들도 가장 가고 싶은 곳을 제주도로 꼽는 사람이 진짜 많습니다. 또 제주도는 실제로 가 봐도 감탄을 자아낼만한 풍경과 볼거리들이 정말 많습니다. 지난 9월에 마라도를 처음 가봤는데, 그냥 섬일거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더군요. 아직 한라산 백록담은 걸어서 5~6시간 간다니 시간이 없어 못 올라가봤는데 나중에 거기도 올라갈 겁니다. 물론 김정은은 숨이 차서 절대 걸어 올라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김정은이 남쪽에 답방을 오면 한국에선 백록담까지 직승기로 태워 구경시킬 생각을 하는데, 아무튼 그렇게 해서라도 남쪽에 와서 제주도 구경해보고 가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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