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주 토요일, 그러니까 11월 11일은 중국에서 물건을 대규모로 할인해 파는 '광군제'라는 날로 유명합니다. 광군제는 독신자의 날이란 뜻이라 합니다. 원래 중국에서 혼자를 의미하는 1이란 숫자가 4개 나란히 있는 11월 11일을 독신자의 날로 여겼습니다. 그러다 2009년 즉 8년 전에 알라바바라는 중국의 인터넷 판매 회사가 독신자의 날에 혼자 사는 사람들은 물건이나 사면서 외로움을 달래라, 그러니까 이날엔 물건을 대폭 할인해서 판매하겠다 이렇게 공지한 것입니다.
규칙도 있습니다. 첫째는 11월 11일에 판매하는 상품은 9월 15일부터 판매하던 가격보다 10% 더 눅어야 한다, 둘째로 12월 11일까지는 절대 11월 11일에 제시했던 가격보다 더 눅게 팔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9월부터 12월 사이에 제일 상품 가격이 눅은 날이 11월 11일이다 이렇게 정해놓은 식이죠. 그러니까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좀만 기다렸다가 가격이 대폭 할인되는 11월 11일에 사는 겁니다.
이런 행사는 원래 기원이 미국입니다. 미국에는 11월 넷째주 목요일이 추수감사절인데, 다음날인 금요일에 집에서 있지 말고 물건 사려 나오라고 해서 대폭 할인해주는 전통이 1950년대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날을 블랙프라이데이라고 하는데 진짜 싸게 팔다보니 하루 동안 미국에서 1년 동안 팔리는 상품의 20%가 이날 팔린답니다.
중국이 이걸 흉내 낸 것인데, 올해 11월 11일 하루 동안 두 개의 인터넷 매점에서 판매된 물건의 전체 가격이 무려 500억 달러라고 합니다. 한 매점에선 이날 0시에 땡하고 종을 친 뒤 28초 만에 1억5000만 달러어치의 물건이 팔렸다고 합니다.
광군제 때엔 중국사람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모두 살 수가 있고 중국 기업뿐만 아니라 전 세계 유명 기업들이 모두 중국 인터넷에서 물건을 팝니다. 그것도 연간 최저가로요. 중국의 광군제는 지금 세계에서 제일 부자나라라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매출보다 5배나 더 많습니다. 엄청난 것이죠.
11일 24시간 동안 중국의 대표적 인터넷 상점인 알리바바라는 곳에 전 세계 225개 국가에서 무려 14억8000만 건의 주문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세계 인구가 70억 명인데, 얼마나 주문량이 많은지 감이 오시죠.
그런데 도대체 사람이 몇 명이면 이렇게 15억 건의 주문을 다 받아놓을 수 있을까요. 한 사람이 하루 1000건씩 담당한다고 하면 150만 명이 앉아서 주문 받아야 하는데,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입니다. 광군제 제품 주문과 배송은 인간의 힘으로 처리하기 힘들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 중국 인터넷 매점이 도입한 비책이 바로 인공지능과 로봇입니다. 인공지능은 주문 단계에서 벌써 고객의 성향을 판단해 적절한 상품을 주문해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심지어 물건 판매도 인공지능이 하는데, 수십 억 개의 물건 중에 소비자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물건이 있으면 그 물건의 장점을 내세워 소개도 합니다.
이번에도 어떤 장화를 인공지능이 딱 살펴보곤 "중국에서 최고 흥행한 영화 뭐뭐의 주연배우 아무개가 신고나왔던 것입니다"고 소개하는 바람에 이 장화가 순식간에 매진됐답니다.
인공지능은 고객 상담도 합니다. 이걸 위해 만든 인공지능 로봇은 고객이 물어보는 내용의 90% 이상을 이해할 수 있으며 하루에 무려 350만 명의 고객을 상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은 몇 명이 전화기 앞에 마주 앉아 있어야 350만 명 상담할 수 있을까요. 상담원 한사람이 하루에 고객 350명씩 상담해도 1만 명이 앉아 있어야 할 일을 로봇 한대가 다 해버립니다.
제품의 포장과 운송은 로봇이 담당합니다. 알라바바가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 자동화 물류 창고에선 약 200대의 로봇이 24시간 일하며 하루에 100만 건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데 사람보다 3배나 더 효율적으로 일한다고 합니다. 로봇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일감을 배분해 사람이 별로 개입할 일도 없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세상이 이렇게도 빨리 발전해가고 있나 싶어 소름 끼칠 정도로 놀랍니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다른 실례를 하나 들면, 지난해 3월 '알파고'라는 인공지능 로봇이 바둑을 제일 잘 두는 인간 기사를 압도적으로 이겨 화제가 된 일이 있죠. 그런데 1년 남짓 뒤에는 이 알파고를 다시 100대 0으로 이기는 '알파고제로'라는 인공지능이 만들어졌습니다.
알파고는 과거 유명한 바둑기사들이 두었던 수를 모두 학습해 최적의 수를 찾아내는 것에 반해 알파고제로는 불과 36시간 만에 독학으로 바둑을 익혔다고 합니다. 즉 인간의 지식이 전혀 개입되지 않고, 그냥 바둑 규칙만 입력해주고 알아서 독학으로 바둑을 배우게 했더니 36시간 만에 세계 1등을 했다는 것이죠. 바둑의 수는 우주의 원자 수보다 더 많다고 합니다. 거의 무한대인 셈인데, 알파고제로는 그걸 불과 0.4초 만에 계산해 수를 둔답니다.
이런 일은 저도 상상이 안 됩니다. 하루 만에 500억 달러어치가 팔리는 중국의 인터넷 상점도 정말 놀랍습니다. 불과 40년 전엔 중국 사람이 북한 친척집에 올 때 해진 옷을 꿰입고 왔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반세기도 안돼 이렇게 차이날 수 있을까, 그동안 북한은 뭐했나 싶어 안타깝습니다.
또 하나는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 엄청난 일들을 해내고 있고, 그것도 매년 제 머리로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북한은 저게 뭐냐 싶습니다. 북한은 반세기 전이나 지금이나 그냥 사람이 호미와 낫을 들고 농사를 하고 있는 풍경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빛의 속도로 달리는 세상과 아직도 봉건시대에 머물고 있는 북한의 모습을 대조해보면, 북한 인민의 처지가 너무 안타까워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