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 15일에 김정은이 노동당 중앙위 제7기 20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하면서 평양의학대학을 완전히 박살낸 듯 합니다.
노동신문을 보니 “엄중한 형태의 범죄행위를 감행한 평양의학대학 당위원회와 이에 대한 당적지도와 신소처리, 법적감시와 통제를 강화하지 않아 범죄를 비호, 묵인, 조장시킨 당중앙위원회 해당 부서들, 사법검찰, 안전보위기관들의 무책임성과 극심한 직무태만행위에 대하여 신랄히 비판됐다”라고 돼 있는데, 이 정도면 또 피바람이 불겠네요.
요즘 김정은의 심기가 좋지 않아서인지 숙청의 강도가 예전하고 확실히 다릅니다. 예전에는 간부들 누구 처형하는 식으로 했는데, 몇 달 전부터 아예 쩍하면 해산을 시키고 여럿을 동시에 죽이고 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8월에 온성군 당위원회, 보위부, 안전부, 국경경비대 몽땅 해산시키고 열 몇 명을 죽이고,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 몽땅 농촌으로 내쫓았죠. 비슷한 수법으로 통으로 들어내는 방식이 신의주세관에서도 일어났고, 또 평원군 안전부도 완전 해산시켰죠.
이번에도 평양의학대학 당위원회 몽땅 해산되고 그 안에 있던 사람들 죽거나 농촌으로 농민이 돼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제는 아버지 때는 죄를 지어도 봐주던 당중앙 간부들까지 봐주는 법이 없습니다.
인민들은 이 추워지는 때에 80일 전투에 내몰고 자기는 어느 구석에 틀어박혀서 25일이나 얼굴도 안보이다가 나타나서 한다는 일이 숙청이네요. 25일 동안 어떻게 지냈을까요.
요즘 김정은의 독재가 점점 악독해지는 것을 보니 심기가 매우 불편한가 봅니다. 되는 일도 없는 것은 아는데, 이설주는 왜 또 거의 9개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요. 가정에서도 심기 불편한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요. 김정은에게 찍혀 죽은 간부들이 얼마나 되는지 이루 말할 수가 없는데, 공개돼 알려진 사람보다 조용히 사라져 없어진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도 탈북한 고위급 간부를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부총리 겸 재정상을 했던 박수길이 어떻게 죽었는지 들었습니다. 박수길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북에서도 거의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여러분들도 고위급이 얼굴 보이다가 안 나타나면 또 어떻게 됐겠지 싶어 관심도 돌리지 않겠지만, 그래도 김정은 정권의 악행을 고발하기 위해 제가 오늘은 박수길이 어떻게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는지를 여러분들께 말씀드리려 합니다.
박수길은 한국 언론에도 종종 등장하는 인물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고, 북한 매체에선 해임이라고만 나왔습니다.
여러분들은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이 화폐개혁의 책임을 지고 2010년 3월 어떻게 비참하게 공개 처형됐는지 들은 기억이 있을 겁니다. 워낙 한국 언론에서 떠들썩했던 사건이죠. 김정은이 집권해야 하는데, 돈이 국가 수중에 없으니 무리하게 화폐개혁을 했고, 주민들 수중에 있던 돈을 무효화시켰습니다. 이것은 국가의 화폐 발행권을 되찾아오려는 시도였는데, 한편으로 보면 그걸 위해 주민들의 돈을 강탈한 사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니 시장이 중단되고, 기업 운영도 망가지고, 모든 식당들까지 문을 닫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시장의 규칙을 무시한 대가는 너무나 참혹했고, 이것이 민심 이반으로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독재정권은 박남기 노동당 재정부장을 희생양으로 몰아 숱한 간부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 처형했습니다. 그때 부하인 김태영 당 계획재정부 부부장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식으로 죽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 내각 재정상은 아무런 일도 없었을까요? 노동당 재정부장도 죽이면 내각 재정상도 당연히 죽이지 않겠습니까. 제가 들어보니 박수길은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그런데 왜 공개 처형은 되지 않았을까요.
박수길은 1948년생인데 일개 명천군 행정경제위원장에서 함경북도 인민위원장이 됐다가 2009년 9월 부총리 겸 재정상까지 오른 사람인데, 하필 화폐개혁을 할 때 박수길은 폐암에 걸려 투병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원래는 함께 희생양으로 삼아 공개적으로 죽여야 하는데, 아파서 병원 침대에 있는 사람이 화폐 개혁하는데 무슨 일절 관여라고 했겠습니까. 더구나 임명된 지 몇 달 되지도 않은 상태라 아무리 낯짝 두꺼운 북한이라도 병원에 가서 폐암 투병을 하고 있는 박수길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는 애매하니까 정치범수용소에 보낸 것입니다.
폐암 환자를 수용소에 끌고 갔으니 결과가 뻔하지 않겠습니까. 박수길은 가자마자 죽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북에선 내가 정치적으로 잘못되면 나만 죽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모두 풍비박산이 납니다. 박수길의 경우도 아내는 이혼시켰다고 하는데, 노동당 간부였던 맏아들과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간부였던 둘째 아들은 모두 아버지와 함께 수용소로 끌려갔습니다. 아내는 그나마 다행일까요? 아니죠. 살아도 살아있는 목숨이 아니겠죠. 남편과 아들들이 죽을 때 아내도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겁니다.
박수길은 김정은의 포악한 정치가 빚어낸 또 하나의 희생양인데, 워낙 잔혹하게 죽은 사람들이 많아서 박수길은 이야기 축에도 들지 못하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말씀드리는 것은 김정은 정권은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선 생존할 수 없는 정권이라는 점을 여러분들에게 재확인해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오늘은 평양의대 간부들이 죽겠지만, 내일도 또 누군가가 죽을 것입니다.
이렇게 사람을 마구잡이로 죽이는 사이 김정은은 점점 더 뚱뚱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김정은은 한달 가까이 나타나지 않은 동안 평소처럼 주지육림에 빠져 살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심심하면 나와서 또 죽일 겁니다. 이런 비참한 노예의 삶이 언제까지 계속 이어질지, 밖에서 지켜보는 저도 가슴이 답답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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