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올해 8월에 북한의 최대 국경 관문인 신의주 세관에 검열이 붙어 세관원 전체가 체포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셨을 겁니다. 워낙 큰 사건이라 삽시간에 북한 전역에 소문이 다 퍼졌습니다.
저도 바로 다음날에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8월 20일 오후에 김정은이 사람을 잡을 때 동원하는 체포조, 즉 사회안전성 특수기동소조인 ‘횃불 체포조’가 이탈리아산 버스를 타고 세관 앞마당에 들이닥쳐 세관원들 전원 집합시키고 몽땅 체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세관원들의 집에까지 들이닥쳐 그날 중에 재산을 다 뺏고, 가족들을 농장으로 추방시켰습니다.
이 사건이 표면상으로는 코로나 방역지침을 위반하고 남조선 물품 수입을 승인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지만 그건 구실이고 본질상으로 돈줄이 마른 김정은이 세관원들이 숨긴 돈을 털어내기 위한 작업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공사는 잔뜩 벌여놓았는데 돈은 없으니까, 김정은이 이번 체포와 재산 몰수를 통해 부정축재 소굴인 신의주 세관에서 작게는 1000만 달러, 많게는 5000만 달러까지 빼앗아낼 수 있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제보였습니다.
이후 세관에서 조사와 처벌이 마무리됐는데, 총살된 사람도 있고, 감옥에 간 사람도 있고, 아무튼 대다수 세관원들이 무사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체포된 세관원 80여 명 중에 몇 명만 살아서 나왔는데, 김정은의 친척과 고위 간부들의 자녀만 쏙 빠졌습니다.
살아난 사람 중에 가장 대표적 인물은 김정은의 6촌 누나, 즉 김일성의 남동생인 김영주의 손녀입니다. 1920년생인 김영주는 김정일의 삼촌이 되고, 김정은에겐 작은 할아버지가 됩니다. 작은 할아버지 손녀니까 김정은에겐 6촌이 되는 겁니다.
김정일이 1960년대 중반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지도원으로 들어갔을 때 김영주가 조직지도부장이어서 조카를 많이 챙겨줬습니다. 김정일이 김평일과만 권력투쟁을 한 줄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에 앞서 김영주를 넘어야했습니다. 김정일은 1974년 후계자로 지명되자마자 자기를 키워준 삼촌을 배은망덕하게도 자강도로 사실상 유배를 보냈습니다.
김영주는 거기에서 18년이나 썩고 있다가 1993년에야 복귀해 허울뿐인 국가부주석이 됐습니다. 올해 만 100세인데도 죽었다는 부고가 나지 않은 거 봐서 아직 살아있나 싶기도 한데, 그렇다면 명이 정말 질긴 겁니다. 아무튼 김영주의 손녀는 핏줄로 따지면 어쨌든 김 씨 혈통이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또 친척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특히 김일성의 인정도 못 받고 사생아 취급을 당해 몰래 스위스에서 숨어 자란 김정은은 작은 할아버지 이런 족보가 보이겠습니까. 그러니까 김영주의 피붙이는 김 씨 핏줄이긴 한데, 김정은에겐 인정 못 받는 좀 이런 애매한 사이가 됐습니다. 김정은의 6촌 누나 정도는 먹고 살기 어려운지 2014년인가 2015년에 신의주 세관에 세관원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주변 소문에 따르면 정말 통이 크게 해먹었다고 합니다. 내려온 이유 자체가 돈을 벌기 위해 왔는데, 한편으로 어쨌든 김 씨 집안이고 할아버지가 부주석까지 하니 처벌이 무섭지도 않고 나름 힘이 있을 것 아니겠습니까.
세관 간부들도 그녀의 배경을 아니까 잘 해줬습니다. 어찌됐든 김 씨 일가와 연결된 고리가 돼 출세의 바탕이 될 수도 있고, 또 함부로 했다가 어느 선에 자기가 걸릴지 모르니 적극 밀어주느라, 세관에서 제일 노른자위인 수출입화물검사소에 넣어주었습니다.
관광객 가방이나 뒤져서는 큰 돈이 나오지 않는데, 수출입화물은 차량들이 몇 십 트럭씩 오가니 얼마나 크게 해먹겠습니까. 차량 10개가 들어가면 “저기 한대 저기 갔다 세워” 이래도 되는 정도입니다.
아마 이 여인은 그렇게 돈을 모아서 평양에 보내 자기 가문 먹여 살리고, 가문은 김일성 동생임을 내세워 뒤를 막아주고 그랬을 거라 봅니다. 이렇게 떵떵거리며 해먹고, 사실상 세관의 제일 소문난 부패 세관원이었는데도 8월 숙청에서 살아남았습니다.
김 씨네 핏줄은 횃불 체포조도 건드리지 못하는 겁니다. 이 여인과 또 몇 명 고위 권력자들의 친인척은 유유히 빠져나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국 사회에선 과거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이 있었습니다. 유전무죄란 돈이 있으면 무죄가 된다는 말이고, 무전유죄란 돈이 없으면 작은 죄도 크게 처벌받는다는 그런 말입니다. 한국도 1950년대엔 부정부패가 심각해 4.19 항쟁의 도화선이 됐었고, 군사정권 시대에도 돈 있고, 권력이 있으면 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권력과 돈만으론 죄를 덮지 못하는 사회가 됐습니다. 여전히 아주 깨끗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국은 죄를 저지르면 대통령도 탄핵해 감옥에 보내는 그런 사회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한국이 가장 부패됐던 시절인 1950년대 후반보다 훨씬 더 부패한 사회입니다. 한국은 깨끗하고 청렴한 사회로 향해 가고 있는데 반해, 북한은 김 씨 일가의 독재 밑에서 점점 타락하고 부패해 악취가 나는 곳으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친다는 것 자체가 정치범이 되는 세상입니다. 외부와의 문도 꽁꽁 걸어 닫아 인민들은 자기가 노예인지 알지도 못하고 있으며 권력자들은 당연히 처벌받지 않는 것이 정상인줄 알고 살고 있습니다.
인민이 아는 세상은 김 씨 혈통에겐 치외법권, 즉 그 어떤 죄도 적용되지 않고, 고위 간부는 김정은의 숙청만 없다면 눈치 안보고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세상입니다.
인민의 이상향을 만든다고 속여선 가장 더럽고 악취가 나는 시궁창을 만든 것이 바로 김 씨 일가입니다. 그러나 썩은 것은 반드시 사라진다는 것이 우주의 섭리입니다. 김 씨 독재정권도 이 섭리를 결코 피해갈 순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