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크리스마스는 전 세계적으로 참으로 우울한 명절이 될 것 같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청춘 남녀들이 화려한 조명과 장식으로 반짝이는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사랑을 나누는 장면도 더는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1,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을 때의 크리스마스 명절 역시 즐겁지는 않았겠지만, 그 이후를 쭉 살펴보면 지금보다 더 우울한 크리스마스는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국도 매일 코로나 확진자가 1000명 좌우로 발생하고 있고, 사망자도 매일 10명부터 20명 사이로 발생하고 있어 요즘은 5명 이상 모이지 말라는 정부 지침이 떨어졌습니다. 벌써 1년 가까이 코로나 사태 때문에 사회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젠 코로나 예방주사가 나와서 미국과 영국에서 맞기 시작했고, 한국도 몇 달 안에 예방접종이 시작될 것 같아 기나긴 터널의 끝이 보입니다. 내년 크리스마스엔 코로나를 걱정하지 않고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지금 그 어느 나라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은 북한이 아닐까 싶습니다.
코로나 막겠다고 스스로 국경을 폐쇄해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식량난까지 도래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북한의 대중 무역액은 10월 165만 달러에서 11월엔 127만 달러로 급감했는데, 이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0.3~0.4%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수풍화력 등 북중 합작 수력발전소에서 전기를 들여올 때 이를 수출과 수입으로 기록해왔던 전례를 감안하면 실제 상품이 오간 것은 10만 달러도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김정은 집권 초기만 해도 많을 때는 6억 달러의 무역규모를 기록했지만 지금은 10만 달러밖에 안되면 이건 나라라고 말할 수도 없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이 상태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김정은도 더는 버티기 어려워 손을 들기 시작했나 봅니다. 꽁꽁 닫았던 빗장을 마침내 풀고 내년 1월부터 방역이 가능한 물자에 한해 수입을 허용한다는 지시가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이 지시에 대해 “대북제재에 막혀 수출도 못하는데, 무슨 돈으로 수입을 하냐”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는 현장 간부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중국이라도 도와주었으면 좋겠는데, 요새 북중 관계도 안 좋은 것 같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해 제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9월 중순 북한에 달러와 위안화를 싣고 들어가던 현금수송차량이 중국에 압류됐다고 합니다.
대북제제로 정상적인 금융망을 이용할 수 없는 북한은 올해 4월부터 해외에서 번 외화를 차로 운반해 왔습니다. 단둥영사관에 외화를 모았다가 어느 정도 쌓이면 평양에 싣고 갔는데, 이번에 중국이 대북제재 위반을 핑계로 차량을 뺏은 것이라고 합니다.
각종 공사는 많이 벌여놓았는데, 외화는 벌지도 못하고, 그나마 몰래 들여가던 외화 수송 통로까지 끊긴 것입니다.
급속히 주머니가 말라가는 김정은은 올해 들어 내부 자금을 털어낼 각종 꼼수를 계속 발명해왔습니다. 실례로, 4월엔 무역회사들이 중국에서 몰래 밀수해 온 콩기름 등을 방역지침 위반이라며 빼앗은 뒤 가담자들을 엄벌에 처하고 압수 물자를 광복상업지구중심에 보내 평양 시민들에게 팔았습니다. 이때 300만 달러 정도가 김정은의 주머니에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 거의 강도 수준이죠. 무역업자들이 밀수도 무서워 못하니 8월에는 북한에서 가장 큰 비리의 온상이던 신의주 세관 검사들을 전원 체포해 그들이 숨겨둔 막대한 비자금을 모두 빼앗았습니다. 신의주 세관을 한번 털어먹으면 최소 1000만 달러 이상 나올 것이라고 현지 사람들은 분석하더군요. 세관 검사 80여명 중에 살아난 사람은 김정은의 6촌 누나이자 김영주 손녀인 세관원 등 고위층 몇 명의 자식들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도 한두 번이지 더 먹히지 않으니 10월 중순부터 외화를 취급하는 이른바 ‘외화봉사단위’들에 입금을 무조건 북한 화폐로 하라는 지시를 하달했죠. 상품 판매 대금은 외화가 아닌 당국이 정한 환율에 따라 북한 화폐로 내야 하는데 국정 환율은 1위안에 700원으로 발표했습니다. 10월 북한 암시장에서 외화 환율은 1위안에 약 1200원이고 1달러에 약 8200원 정도인데, 국정 환율을 700원으로 한다는 것은 강도짓입니다.
이전까진 당국이 1200원에 팔라며 준 상품을 팔면 암시장 환율에 기초해 1위안을 직접 당국에 내면 됐지만 이제는 1위안을 은행에 가서 바꾸어 북한돈으로 내야 하는데, 은행에선 700원만 주는 겁니다. 1200원을 바치려면 1.7위안이 필요하게 된 셈인데, 졸지에 상납금이 1.7배나 오른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억울하게 된 상업기관들이 몰래 암시장에 가서 환전을 하기 시작하니 이번엔 평양의 거물 환전상을 공개처형해 본보기로 삼았습니다.
그럼 어떻게 됩니까. 결국 상업기관들은 어쩔 수 없이 물건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게 되는데, 10월까지 1200원에 팔던 상품이 이제는 2000원 이상으로 갑자기 오르게 된 것입니다. 국경 폐쇄로 수입도 제대로 못하는데, 당국까지 수입을 독점한 뒤 환율로 장난치는 꼼수를 부리니 김정은 집권 이후 그런대로 유지되던 시장이 급속히 망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요즘 환율은 1위안에 800원대, 1달러에 6000원대로 하락했습니다. 수입마저 꽉 막혀 들여오는 상품도 없는데, 명색이 국가가 환율로도 장난치니 대다수 공업품 가격은 올 초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올라갔고, 죽어나는 것은 결국 주민들뿐입니다.
결국 김정은의 말라가는 외화주머니가 시장 파탄과 민생경제 파탄으로 전이가 되는 것인데 이것이 내년에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요. 코로나 때문에 김정은 독재정권이 붕괴됐다는 서술을 역사교과서에서 읽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