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2025년이 북한 인민들에게 위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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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올해는 정주년이 두 개 들어가는 해입니다. 조국해방 80주년과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위대한 승리와 영광으로 빛내이자며 새해 벽두부터 열심히 선전합니다. 이런 표현은 정말 너무 상투적이죠. 수십년 전부터 승리와 영광으로 빛내이자고 하는데 점점 미래는 암울하기만 합니다.

이제는 수천 리 떨어진 타향의 전쟁터에 생때같은 젊은이들의 목숨을 팔아 돈을 버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최근 북한군 두 명이 우크라이나 군에 생포됐는데 이들은 전쟁에 오는 줄도 모르고 훈련 오는 줄 알고 왔다고 합니다. 와보니 전쟁터인데, 벌써 1만 1천여 명의 파병 군인 중 3천명 이상의 사상자가 났습니다.

저는 이것이 인민의 나라라고 선전하면서, 한편으로 오로지 김정은만을 위해 인민의 목숨이 제물로 바쳐지는 북한의 잔인한 본질을 드러내는 사례라고 봅니다.

그런 충격적인 사례는 정말 많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모르는 또 다른 북한의 숨은 진실 하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올해가 정주년이니 아마 교화소에 간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사령이 발표될 겁니다. 그런데 그 대사령의 비밀을 알고 나면 경악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북한에서도 대사령의 기준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고 교화소에서 사면 받고 나온 사람도 자신이 왜 풀려났는지를 잘 모릅니다. 왜냐면 인민이 알면 안 되기 때문이죠.

제가 얼마 전에 만난 권효진이라는 탈북민이 있는데, 이 분이 전거리교화소에 6년 동안 수감돼 있었습니다. 그냥 죄수가 아니고, 두 번째로 높은 ‘죄수 간부’인 ‘총지령공’을 지냈는데 그러다보니 대사령이 어떻게 떨어지는지에 대한 두 가지 비밀을 알게 됐습니다. 들어보니 저도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우선 대사령은 죄인들에게 주는 혜택이라기 보단 교화소 간부들에게 주는 특혜의 성격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대사령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발표가 되지만 이것은 형식에 불과해 보입니다. 대사령은 사회안전성이 김정은에게 “장군님의 위대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올해 광복절에 30만 일을 빼서 혜택을 주려고 합니다”는 식의 제안서를 올리고 이를 비준받으면 집행됩니다. 정주년엔 대사령 사면일이 평년의 두 배쯤 늘어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제안서가 몇 명을 사면시킨다는 것이 아니라 ‘몇 만 일을 빼겠다’고 돼있다는 것입니다. 승인이 떨어지면 전국의 각 교화소들에 수감자 숫자에 비례하는 일수가 할당이 됩니다.

가령 전거리교화소가 1만 일의 사면 권한을 받았다고 하면 이를 기초로 간부들에게 일수 배분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보통 7명의 주요 간부가 직급에 따라 사면일을 나눠가지는데 가령 교화소장, 부소장, 당 비서가 1000일씩 갖는다면 보위지도원, 보안과장, 간부지도원, 후방과장은 절반인 500일씩 가진다고 합니다.

부여받은 사면권은 각자 알아서 사용하는데, 교화소장은 특정인에게 몰아주어 3년 형기를 단축시켜 줄 수도 있고, 다섯 명에게 200일씩의 감형을 나눠줄 수도 있습니다. 간부들은 뇌물과 특정인과의 관계 등을 따져서 사면을 줄 사람을 선택하게 됩니다.

간부들이 나눠 가지고도 남는 일수가 있는데, 이것은 도강죄 몇 %, 인신매매죄 몇 %, 사회불량자 몇 % 하는 식으로 할당한다고 합니다. 죄수들은 교화 생활을 잘 하면 사면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지만, 실은 사면이 바깥 가족의 뇌물 액수에 달려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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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사령의 두 번째 비밀은 더 끔찍합니다.

사실상 교화소 죄수들은 사회안전성에 소속된 ‘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죽어가며 생산한 식량이나 석탄 등으로 사회안전성과 평양의 지배계층이 먹고 삽니다. 갑자기 대사령이 떨어져 많은 죄수들이 석방된다는 것은 일꾼의 숫자가 줄어든다는 의미이고, 이들의 만들어내던 생산물도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죠.

대사령으로 죄인 수천 명이 줄어들면, 사회안전성은 즉각 이 숫자를 충원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사령과 비슷한 시기에 각 안전부에 죄수의 숫자를 할당하는 일종의 비밀 지시를 내려 보낸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대사령이 예고된 해엔 단순 범죄를 저질러도 중형을 받아 교화를 가게 되는 겁니다.

북한의 대다수 죄인들은 자기 형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모르죠. 일반인은 법조문을 볼 수 없고, 변호사도 없으며 법정 다툼도 불가능하니 판사가 판결하는 대로 형기가 결정됩니다.

그러니 같은 액수를 훔친 도둑이라고 해도 어떤 해엔 3개월 노동단련형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대사령이 있는 해에 걸리면 3년 형을 받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북한에선 내부적으로 이 제도를 ‘교화정책’으로 부릅니다. 그러나 ‘교화정책’은 잘 교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죄인, 즉 안전성 소속 종들의 숫자를 일정하게 맞추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래야 교화소의 생산량이 들쑥날쑥하지 않게 맞춰지고, 평양의 지배계층이 뜨뜻한 집에서 배급을 받으며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제도는 김일성 때부터 3대째 이어지고 있고, 김정은도 당연한 듯 활용합니다. 자신을 지키는 사냥개라고 할 수 있는 보위성과 안전성에 충분한 보상을 제공할 돈이 없으니 대사령이라는 제도를 통해 수감자들의 운명을 좌우지하며 먹고 살 수 있게 허락한 것입니다.

올해 광복절과 노동당 창건일에 대규모 대사령이 떨어지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장군님의 은혜라며 만세를 부르며 대사를 받겠죠. 그런데 그렇게 대사를 받아 나온 숫자만큼 사회에서 각종 구실로 교화소에 끌려 간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올해 별치 않은 죄를 저질러도 높은 형량을 받게 될,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해라는 것을 알고 조심스럽게 살아야 하겠지요.

우크라이나에서 생명을 바치는 노예, 북에서 교화소에 끌려가 공짜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각별한 신경을 쓰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