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김정은은 왜 전쟁준비를 선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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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연말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대한민국과의 통일은 성사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전쟁을 전제로 핵무기 생산을 지속적으로 늘릴 토대를 구축하고 정찰위성을 3개 더 발사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말들을 쏟아냈지만, 결론은 전쟁 상태를 준비하겠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은 뜬금없이 갑자기 왜 이럴까요? 저는 김정은이 전쟁 준비를 선포한 것은 김주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난해 연말에 내년에는 김정은이 또 무슨 목표를 제시하고 여러분들의 시선을 호도하면서 김주애 세습을 위한 시간을 벌까 궁금하다고 했는데, 제 예상보다 센 것이 나왔습니다. 전쟁 준비를 선포한 이상 북한 인민의 행동에는 커다란 제약이 생기고, 처벌도 엄청 강화됩니다. 가난해도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참아야 한다면서 불평불만을 무자비하게 진압하게 됩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계엄령과 같은 상황에서 살면서 김주애의 세습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김정은은 올해 더욱 폭군의 칼날을 작정하고 휘두를 생각인 것 같습니다.

이제 8일이 되면 김정은은 40세 생일을 맞게 됩니다. 공자는 마흔을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불혹’의 나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공자가 2500여년의 세월을 거슬러 현대 사회에 온다면 분명 자기 말을 수정했을 것입니다. 요즘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문명을 따라가느라 여든이 돼도 여전히 정신없이 사는 것이 당연한데 공자라고 예외가 아니겠죠.

공자가 지구를 돌아보다가 북한에 이른다면 너무 익숙한 풍경들이 많아 분명 크게 반길 것 같습니다. 거기선 소가 밭을 갈고, 논에 사람들이 한 줄로 늘어서 손으로 잡초를 뽑습니다. 여인들이 얼음을 깨고 손빨래를 하며 물동이를 이고 다니죠. 밤엔 등잔 기름도 없어 소나무 옹이불 아래서 옥수수밥을 허겁지겁 먹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공자가 사회주의란 요상한 이름에 갸웃거릴 순 있어도, 거기엔 분명 왕족이 살고 있고 이에 반항하면 멸문지화를 당하는 시스템이 지구상에 유일하게 존재합니다. 이것이 김정은이 다스리는 북한의 현실입니다.

이런 가난하고 후진적인 왕국에 군림한 김정은은 아직도 주제 파악도 못하고 전쟁을 떠들고 있습니다. 집권 10년을 넘겼고, 또 인생의 절반을 살았으면 이쯤에서 탄압할 생각만하지 말고 “나도 생전에 뭔가 칭송받을 일을 해야 하지 않겠나”는 생각을 좀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김정은이 괴물이 아닌 이상 그에게도 인민을 잘 살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김정은 통치 12년 동안 인민들의 생활 형편은 점점 더 어려워졌고, 스스로 문을 걸어 잠가 세계 최악의 고립 지역을 자처했습니다.

김정은은 40세를 넘긴 지금까지 자신의 안녕과 인민의 행복이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해외의 게임 이론 중에 ‘제로섬 게임’이란 말이 있습니다. 한쪽이 얻는 이득과 다른 쪽이 잃는 손해를 합치면 0이 된다는 이론입니다. 김정은의 통치 방식이 바로 제로섬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자신이 안전해지려면 인민의 자유와 행복을 더 많이 뺏어야 하고, 인민이 부유하고 행복해지면 내가 위태로워진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통치의 결과로 북한이 점점 파멸의 낭떠러지로 미끄러져 가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입니다.

마흔을 넘긴 김정은에게 이제 서로가 득이 되는 통치 방식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찾으면 방법은 분명히 있습니다. 한때 비슷한 길을 걸었던 이웃 나라들만 봐도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중국을 보십시오. 거의 반세기 전에 개혁개방으로 시장경제를 도입했지만 공산당은 여전히 굳건합니다. 수천 년 동안 기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중국 인민은 지금 배고픔이 뭔지 모르고, 외국 여행도 마음대로 다니고 있습니다.

러시아도 경제 개방은 물론 다당제까지 허용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은 20년 넘게 권좌를 지키고 있고, 아마 죽을 때까지 권력을 유지할 것입니다. 러시아 인민들의 삶도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유합니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는 “원하면 언제든 쿠바를 떠나라”는 정책을 유지했어도 반세기를 통치했고, 동생에게 권좌를 물려주었습니다. 그 동생이 13년을 통치하다가 혈통이 아닌 사람에게 권력을 물려주었지만, 비극적인 결말은 맞지 않았습니다. 그 외에도 세계를 돌아보면 김정은이 참고할 나라는 참으로 많습니다.

김정은이 발상만 바꾸면 북한에 비해 압도적인 경제력을 가진 한국도 적극 도울 것입니다. 한국은 적이 아닙니다. 남쪽의 대다수 사람들은 가난한 북한을 먹여 살리는 책임을 떠안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남북은 얼마든지 경제적으로 서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이 매년 10%의 경제성장만 이루면 인민은 ‘김정은 만세’를 부르겠죠.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선전으로 이러한 북한의 급속한 번영은 오직 김정은만 이룰 수 있다고 세뇌시킬 수도 있겠죠. 중국과 러시아가 바로 강력한 리더십이 없으면 나라가 분단돼 비극이 온다는 공포를 끊임없이 주입해 장기 집권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제가 끝없이 추락해 인민이 빈궁의 원인을 오로지 김정은 집권에서 찾게 된다면 강력한 철권 통치도 더는 안 먹히는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이미 북한은 임계점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김정은이 딸을 위해서라도 이제 생각을 바꾸었으면 합니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버지의 미덕이 아닙니까. 주애에게 비극의 말로를 물려줄지, 밝은 미래를 물려줄지는 오로지 김정은에게 달렸지만, 새해에도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김정은에게나 북한 인민에게나 올해도 어두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