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핵에 미친 북한, 저력 있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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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해 2023년을 축하합니다. 새해엔 어떤 일들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을까요. 북한 인민들에게 2023년의 전망 역시 밝지 못해 보입니다.

이제는 신년사도 귀찮아서 하지 않는 김정은이 새해 설날부터 딸 김주애를 데리고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 무기고를 시찰하는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지난해 말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고 선포했습니다. 이미 만든 것도 충분한데 또 잔뜩 만들면 뭐 하겠습니까. 한반도와 미국을 넘어 아예 세계를 핵 공포에 몰아넣으려는 심사일까요.

지금 북한이 못사는 원인이 바로 핵 개발에 있는데 김정은은 한술 더 떠서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라고 하니 제정신입니까. 세계에서 손꼽히게 가난한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만드느라 힘을 탕진하고, 또 그러한 탕진으로 인한 결과로 인민 생활이 나락으로 굴러떨어지게 생겼습니다.

게다가 김정은이 딸을 데리고 나온 목적이 무엇이겠습니까. 결국 대를 이어 세습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는 겁니다. 인민들에게 자식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 나 다음엔 내 자식이 권력을 잡는다는 것을 미리 세뇌시켜 놓기 위한 사전포석이라고 봅니다. 김주애를 데리고 나온 다음에 노동신문도 까마귀 날고 배 떨어지는 격으로 노동당 집권을 8천 년으로 이어가자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합니다.

설날 벽두부터 600밀리 방사포들을 쭉 세워놓고 전달식을 했는데, 그런 방사포를 대량으로 만들 동안 인민을 위해선 무엇을 했습니까. 방사포 전달식에서 김정은은 한국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방사포가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공격형 무기”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어를 괴뢰말찌꺼기로 규정하고 한류를 차단한다며 무자비한 탄압을 하다못해 한국을 향해 전술핵을 마구 퍼부어대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김정은이 그렇게 증오하고 무서워하고, 또 없애고 싶어 하는 남조선은 김정은이 핵에 미쳐 돌아갈 때 무엇을 했을까요.

2022년 마지막 날인 31일에 미국 순위조사 전문매체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전 세계 다양한 나라들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 하나를 여러분들께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그냥 대충한 조사가 아니라 세계 85개국에서 3개월 동안 무려 1만 7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서 발표하는 것인데, 기사 하나를 위해 이렇게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하는 신문사는 세계에 없습니다. 이 조사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를 평가하는 항목 10개 중 가장 저력이 있는 나라 항목에서 한국이 6위에 올랐습니다. 국가의 저력은 경제적 영향력, 수출, 정치적 영향력, 국제동맹, 군사력, 지도자 등 6개 요소를 조사해 결정합니다.

세계 순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1위가 미국입니다. 이건 뭐 누구한테 물어도 이견이 없습니다. 그다음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이 2위부터 5위까지 차지했습니다. 이어 한국이 6위이고, 그 뒤에 프랑스와 일본이 위치했습니다.

한국이 국가 저력에 있어 프랑스와 일본을 제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국가 저력 외 9개 항목 중 하나인 기업가 정신 항목에서 6위, 문화적 영향력 항목에선 7위에 올랐습니다. 지금까지 이룩한 한국의 힘을 다른 나라들이 알아주는 것입니다.

신문은 한국에 대해 “첨단 기술과 서비스 기반의 경제는 외국 자본의 투자 성공 사례”라며 “1960년대 이후 지속적인 성장과 빈곤 감소세를 보였고 지금은 세계적인 경제 대국 중 하나”라고 평가했습니다. 저는 북한에서 태어나 목숨 걸고 탈북해 한국에 온 덕분에 이렇게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일본과 프랑스보다 더 저력 있는 대한민국에서 살게 돼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릅니다.

이번 설날에도 저는 베트남에 가서 4박6일 동안 휴가를 보내고 왔는데, 여권을 들고 인천공항을 떠나 해외로 나갈 때마다 느끼는 바이지만, 한국 여권의 힘은 정말 대단합니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는 비자 없이 여권만 들고 가면 되고, 베트남에 가서도 한국인들은 얼마나 높이 보는지 모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베트남 사람들의 연간 소득을 한국에선 한 달이면 법니다.

베트남은 안남미를 엄청 생산하는 나라입니다. 제가 북에 있을 때도 안남미를 배급받은 적도 있는데 풀기가 하나도 없는 그 밥을 먹으면 기운이 나지 않습니다. 동남아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먹고 살지 싶었는데, 현지에선 쌀에 각종 기름을 넣고 돼지고기, 소고기, 채소를 넣어 볶아 먹습니다. 쌀만 먹지 않는다는 말이죠. 북한에서 베트남 식생활을 봤으면 고기와 기름을 아끼지 않고 먹는 모습에 깜짝 놀랄 겁니다. 북한 기준에는 베트남이 엄청 부자나라일 겁니다. 그런 베트남이 한국을 너무나 좋아하고 우러러봅니다. 한국 가수의 노래를 줄줄 꿰고 있는 게 베트남 사람들입니다. 저는 방탄소년단이라는 남성 가요 그룹의 노래를 하나도 모르는데, 여기 청년들은 그 노래들에 열광하고 배우지 못해 난리입니다. 저는 같은 사회주의라는 베트남조차 거지 취급하는 북한에서 태어나, 대한민국 여권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부러움의 눈길을 받으니 인생이 성공한 것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북에 있어 봐야 새해 벽두부터 김정은 만세나 목이 쉬게 불러야 할 팔자에서 설날 야자수 우거진 이국의 해변에 느긋하게 앉아 휴식하는 인생이 된 것입니다.

제가 느끼는 감동이 클수록 이런 날을 빨리 여러분들에게도 안겨주고 싶은 욕망이 큽니다. 그런데 그러지 못해 너무 안타깝습니다. 새해에는 제발 핵만 가지면 먹고살 수 있는 듯 미쳐 돌아가는 김정은 체제가 사라져 북한 인민들에게도 누구나 능력껏 일하고, 일한 만큼 보상받는 사회가 선물처럼 안겨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