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정은이 11일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참관했다고 노동신문에 나오더군요. 작년에 평양 밖을 벗어나지도 않고 게으름을 피우더니 미사일을 쏜다고 이번엔 자강도까지 갔다 왔나 봅니다. 사진을 보니 김정은이 전용 열차 안에서 검은 가죽 코트를 입고 쌍안경으로 발사 장면을 지켜보더군요. 역시 쏘는 것이라면 오금을 못 쓰고 참관하네요.
북한의 발표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1000㎞를 소리 속도의 열 배인 마하 10의 속도로 날아간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북한의 발표를 믿진 않습니다. 저런 극초음속 미사일은 미국, 중국, 러시아 3개 강대국만 가진 기술인데 북한의 기술력으로 과연 쓸만한 미사일을 만들었을까 의문입니다.
그런데 설사 만들었다고 쳐도 미사일로는 전세를 바꾸지 못합니다. 1970~80년대 고물 전투기와 땅크, 군함을 갖고 있는 북한의 육해공군은 전쟁 수행 능력이 없습니다. 전쟁이 나면 북한군은 이동도 제도로 못하고 몰살됩니다. 그런데 미사일이나 좀 쏘아댄다고 이깁니까. 결국 상대의 땅을 점령해야 이기는 것이 전쟁인데, 북한은 한 번은 미사일을 쏠 수 있어도 그 이후가 답이 없습니다. 순식간에 제공권을 빼앗겨 한미 연합군의 위성과 정찰기들이 북한을 손금 보듯 지켜볼 건데, 미사일 발사 차량이 이동도 못합니다. 지하 200m까지 들어가는 미사일들이 북한 갱도를 다 무너뜨릴 겁니다.
선제공격을 한다고 가정할 때 몇 십 발 겨우 날릴 지는 몰라도 그 이후는 미사일도 의미 없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전세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몇 년째 온통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그런 관심을 인민생활 향상에 돌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는 김정은이 열차 안에서 미사일 발사를 참관하는 사진을 보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자강도까지 가서 미사일 발사를 보고 평양으로 돌아오려면 꽤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별 열차를 타고 가도 거기까진 갔다 왔다 하루 꼬박 걸릴 거리입니다.
지금 북한을 보면 참 황당한 것들이 너무 많은데, 초음속 미사일과 철도 역시 너무나 극과 극인 비교가 될 수 있습니다. 일제 시기 철도 운행 속도도 따라가지 못하는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니 이게 어울리는 일입니까.
오늘 주변 나라들의 철도가 어느 정도인지 한번 이야기해 볼까요. 한국이나 일본은 더 말할 것도 없겠죠. 저는 지난달에도 마산에 다녀왔는데, 오후 3시에 서울을 떠나 마산에서 2시간 강연하고 당일에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마산은 남해에 있는데 고속 열차를 타면 2시간 남짓 걸립니다. 남쪽은 전국 주요 도시 어디나 서울에서 떠나면 고속철로 3시간 이내로 도착합니다. 하루 생활권도 아니고 반나절 생활권인 것입니다.
일본도 고속철 속도는 한국과 비슷한데, 어쨌든 최대 시속 300㎞ 이상 달리고 그 속도에서 열차 안에 물이 가득 찬 컵을 놓아도 쏟아지지 않습니다. 한국과 일본처럼 세계 10위 안에 드는 선진국은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사례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지난해 12월 30일 중국은 베이징-홍콩 노선의 완전 개통을 선언하면서 중국의 고속철 총 연장 길이가 4만㎞가 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적도 길이에 해당되는데, 즉 중국 안에 건설된 고속철도 전체 길이를 쭉 늘여 놓으면 지구를 한 바퀴 돈다는 의미입니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이 열린 2008년 여름, 베이징-텐진 구간에 처음으로 고속철을 깔았습니다. 당시 한국은 이미 4년 전에 서울-부산 고속철도를 개통했으니 중국은 늦은 거였습니다. 그런데 그랬던 중국이 이후 13년 동안 열심히 고속철을 깔아서 적도 길이를 넘겼다니 정말 엄청 건설한 셈입니다. 물론 중국은 땅이 크니 가능한 것이지 한국이야 그렇게 많이 건설할 필요도 없죠.
그럼 중국의 고속철은 속도가 어느 정도일까요. 베이징에서 홍콩까지 가는데 8시간이 걸립니다. 또 베이징에서 백두산까지 오는데 6시간이 걸립니다. 제가 8시간, 6시간 하니 많이 걸리는 것 같은데, 그 거리가 얼마나 먼지 세계지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하긴 북한은 세계지도도 거의 볼 환경이 못 되니 이게 얼마나 먼 거리를 8시간에 가는지 가늠이 안 될 겁니다.
그래서 제가 북한과 비교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베이징-홍콩 사이 고속철 전체 거리는 2,247㎞입니다. 이 철도가 주요 도시는 다 서면서 8시간에 주파하는데, 평균 시속이 280㎞나 되는 셈입니다. 사실 역에 서는 시간을 고려하면 실제는 시속 300㎞ 훌쩍 넘는 속도로 달리겠죠.
이걸 북한에 한번 대입해 봅시다. 북한에서 평양-신의주 노선 구간이 224㎞입니다. 중간에 한, 두 역전에 정차한다고 가정해도 중국식 고속 열차를 평양에서 타면 50분 미만에 신의주에 도착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냥 앉아 얘기 좀 하면 압록강에 도착하는데, 이런 속도가 상상이 되십니까.
북한에서 제일 긴 노선인 평양-두만강 노선이 800㎞입니다. 중국 고속철 속도라면 평성, 함흥, 청진, 나진 등 주요 도시에 선다고 가정해도 3시간이면 갑니다. 정차역을 좀 많이 늘여도 어쨌든 4시간 정도면 평양에서 나진까지 갑니다. 아침 6시쯤 평양에서 기차를 타고 나진에 10시 도착해 하루 내내 바닷가에서 실컷 놀고 저녁까지 먹고 저녁 8시에 평양행 기차를 타면 자정에는 평양에 도착한다는 것입니다. 평양 사람이 하루 시간 내면 나진 가서 10시간 놀고 온다는 것인데 이게 상상이 되십니까. 그런데 그런 삶을 한국과 중국 사람들은 누리고 있습니다. 여긴 서울에서 부산 가서 그렇게 놀고 옵니다.
지금 세상이 이런 시대입니다. 김정은이 집착해야 할 속도는 바로 이런 것입니다. 덜컹덜컹 중국 기차보다 속도가 10분의 1도 안되는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무슨 미사일을 극초음속으로 보내겠다고 집착하는 김정은의 시대착오적 행동을 보니 한숨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오중석, 웹팀: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