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혁명정신보다 위대한 생존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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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설이 지나자마자 코로나로 평양이 봉쇄까지 됐다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작년에 코로나가 터진 원인이 4.25 열병식을 계기로 지방에서 대거 사람들을 평양에 불러 모은 것이 계기가 됐다고 들었는데, 올해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또 열병식 준비한다고 이 추운 한겨울에 군인들 모아서 추운 미림에서 훈련을 시키고 있는데, 코로나 방역을 강화하라면서 이딴 짓은 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인민만 못살게 굴지 정작 김정은은 말로만 방역을 외칠 뿐 하는 짓은 코로나 확산을 막는 것과 정반대의 짓거리를 하고 있습니다.

열병식만 문제입니까. 얼마 전 최고인민회의도 결국 지방에서 사람들 모아 온 것이 아닙니까. 작년에 코로나 돌아서 아직 유행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또 큰 회의실에 전국에서 모여온 사람들 모아놓으니 확산이 될 수밖에 없지요.

김정은은 자기는 코로나에 걸릴까봐 최고인민회의에 참가하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제대로 보도도 되지 않고 있으니 참가했는지 안 했는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벌써 얼굴 본 지 20일이 넘었습니다. 맨날 회의나 한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없고, 오히려 상황은 더 나빠지는데 할 줄 아는 게 회의하는 것밖에 없어 보입니다. 망하는 회사의 특징이 회의가 많아집니다. 그런 회의에서 나오는 구호 들어보면 또 재탕 삼탕 우려먹는 것들뿐입니다. 자력갱생이니 기술신비주의 타파니 이거 제가 저번 방송에서도 이야기 드렸지만 벌써 반세기 넘게 똑같은 구호만 외칩니다.

1960년대 70년대 혁명정신으로 살자는 구호도 마찬가지인데, 가만히 생각해보십시오. 1960~70년대에는 엄청 열심히 살았겠습니까. 북한은 평균 수명이 길지 않아서 1960년대를 살아본 사람들도 많지 않겠지만, 주변에 있으면 물어보십시오. 정말 그때 그렇게 혁명을 위해 열심히 살았냐고요. 절대 아닙니다.

제가 볼 때 북한 인민은 지금 제일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1960년대엔 배급을 주면서 일을 시켰지만, 지금은 먹여도 주지 않고 채찍질만 해대니 사람들이 모두 이중적인 삶을 사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우리가 김일성 혁명 역사 배울 때 낮에는 적구, 밤에는 혁명구라고 그러더니 북한이 딱 그 식이 아닙니까. 공장, 기업소에 출근하라니 마지못해 가서 강연회에 참가해서 ‘비사회주의 때려부수자’고 구호 외치고 회의가 끝난 자리에서부터 요새 뭐가 장사가 잘되고, 요새 쌀값이 어떻고 이런 이야기만 나누지 않습니까. 그런 이중생활을 하면서도, 온갖 통제와 가렴주구, 수탈 속에서도 가정을 지키고 먹고사는 여러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 1960년대 혁명정신 따위는 지금의 생존 정신을 뛰어넘을 수가 없습니다. 북한은 워낙 뻥이, 그러니까 허풍이 워낙 심해서 당에서 구호를 내놓으면 진짜 그런가 한번 꼭 돌아봐야 합니다.

여담이지만 세계적으로 허풍이 제일 큰 나라를 꼽으라면 세상 사람들은 중국을 꼽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주의 이전부터 중국의 뻥은 좀 세긴 했지요. 저도 여러 차례 느꼈습니다. 한 가지 사례를 든다면 중국에서 태산이란 산이 높다고 정말 유명하지 않습니까. ‘태산이 높다한들 하늘 아래 뫼로다’, 이런 시를 여러분들도 다 들어봤을 겁니다. 걱정이 태산이다, 갈수록 태산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다, 이런 말이 많죠. 저는 정말 태산이 엄청 높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그 높은 태산에 한 번 올라가 보자고 산둥성에 간 적이 있습니다. 9시 반까지 현지 사업가와 50도짜리 술을 거하게 마시고 얼큰하게 취한 정신에 산행을 나섰는데 새벽 3시 반이니 정상에 다 올라갔습니다. 태산의 높이를 찾아보니 겨우 1,500m에 불과했습니다. 묘향산도 1,900m가 넘고, 금강산도 1,600m가 넘습니다. 태산은 금강산보다 낮은 산이었던 겁니다.

또 말 나온 김에 저는 어렸을 때 수호전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양산박에 108두령이 숨어 관군과 싸웠고, 무송이 울창한 수림에서 범을 때려잡았다… 이런 내용이 생생한데, 그 양산박에 직접 가보고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걸어 올라가니 15분밖에 안 되는 나지막한 돌산이 다입니다. 물론 수호전의 배경이 1000년 전의 이야기고, 그때는 주변이 늪지대였고, 수림도 많았을 거라 감안해서 아무리 상상을 해봐도 양산박이 이렇게 별 볼 일 없는 돌산인 줄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때 제가 돌아서면서 중국 뻥은 죽어도 안 믿겠다고 맹세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중국 뻥보다 더 심한 것이 지금 북한 뻥입니다. 북한의 가짜 선전은 역사가 꽤 오래됐죠. 미군 한 명도 못 죽이고 절반 이상이 죽고 항복한 월미도를 영웅의 섬이라면서 영웅 정신을 따라 배우자고 하고, 있지도 않은 빨찌모르 중순양함을 어뢰정으로 격침시켰다고 하고, 교통사고로 죽은 워커 장군을 북한 병사가 죽였다고 영웅칭호까지 주고, 그런 조작을 반세기 전부터 했습니다. 그런 정신이 계속 남아있어 지금은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저번에 새로 나온 선전화를 보니 우주를 정복한 기세로 사회주의 경제 강국 건설하자고 하는데, 제일 가난한 나라가, 점점 가난해지는 나라가 말로만 강국이라고 자기 위안을 정말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하고 있습니다. 그럼 우주는 정복했습니까. 1998년에 광명성 1호를 발사하고 위성에서 470헤르츠로 김일성 장군 노래를 송출한다고 했지 않습니까. 그거 들은 사람 있습니까. 있지도 않은 위성을 있다고 여러분에게 지금까지 사기를 치고 있습니다. 한국은 위성도 위성발사체도 다 개발했지만 우주 강국이라 자랑하지 않습니다.

가장이 사기꾼이면 그 집안이 잘살 수 없는 것이 뻔하지 않습니까. 나라도 지도자가 사기꾼인데다 제 목숨만 아까워하고 게으르면 절대 잘 살 수가 없습니다. 북한의 제일 문제는 결국 지도자입니다. 여러분들은 그걸 명심하셔야 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