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음력설 명절 잘 보내셨습니까. 저도 모처럼 닷새간의 휴식을 잘 보내고 목요일부터 출근했습니다. 그런데 설날부터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이 1일 방영한 ‘위대한 승리의 해 2021년’이란 기록영화를 보니 화가 나서 참기가 어려웠습니다. 여러분들은 보셨나요? 전기도 오지 않는 곳이 많아 티비를 볼 수 없는 사람들이 태반이긴 하지만, 요샌 태양광판을 이용해 볼 수 있는 사람도 많다고 하니 본 사람은 봤겠지요.
제가 열 받은 장면은 김정은이 백마를 타는 장면이었습니다. 위대한 승리의 해에 자랑할 거리가 없어서 말 타고 노는 장면 참 길게도 분량을 넣었습니다.
혼자만 놀아도 모르겠는데 백두산까지 가서 김정은, 조용원, 김여정, 이설주, 현송월까지 다섯이 백마 타고 노는 장면을 보니 정말 화가 났습니다.
작년에 김정은은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어디가 뭘 했는지 궁금했는데 저렇게 말 타고 노느라 살이 빠졌군요. 작년에 김정은은 각종 공사판을 벌여놓고 사람들을 내몰아 삽질을 시키고는 자기는 승마를 즐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평양 밖을 벗어난 것이 딱 한 번 삼지연에 간 것이 고작인데, 그때도 백두산에서 말 타고 놀다가 심심하니 둘러봤던 것 같습니다. 저렇게 노느라 인민들은 언제 챙길 새가 있었겠습니까. 그러고는 2021년이 위대한 승리의 해라니 듣는 저도 분통이 터집니다. 작년에 무슨 승리를 했다는 겁니까.
작년에 벌여 놓았다는 공사는 마무리를 했나요. 평양 1만 세대 아파트는 언제 완공합니까. 첫 해도 계획을 못했는데 앞으로 4년 더 4만 세대 지을 수 있을까요. 인민들을 사동벌판에 끌어다가 삽질 시키고 자기는 말을 타고 놀다니요.
검덕과 삼지연 공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15일 조선중앙TV는 양강도 삼지연 공사 3단계 과정을 53분이나 기록영화를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북한은 삼지연 건설이 ‘농촌진흥의 표준’이라며 ‘자력갱생 전시관’도 만들고 전국이 따라 배우라고 합니다. 기록영화에서 부족한 자재와 장비 등의 난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보여주는데, 사실 별건 없습니다. 중장비가 없으니 영하 30~40도 혹한에서 사람이 소발구(소달구지)를 끌었다는 등 늘 그랬듯이 몸으로 때웠다는 선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웃기는 일은 건설에 무엇보다 없어서는 안 될 자재인 시멘트가 부족해서 삼지연에서 흔한 원료인 규조토를 섞어 썼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또 삼지연에 많은 진흙에 인근 감자가루 공장에서 나오는 연재를 섞어 연재 벽돌로 시공했다고 합니다. 이게 자랑할 일일까요?
삼지연에 건설됐다는 건물들의 강도를 아무도 모릅니다. 백두산 화산이 조금이라도 움찔이라도 하면 삼지연에서 건물들이 우르르 무너질 것 같습니다. 검덕에 짓는다는 아파트들을 보고 저는 더 깜짝 놀랐습니다. 김정은이 수시로 현장을 찾는 삼지연에도 없는 시멘트가 검덕이라고 넉넉하게 보장될 수는 없으니 이곳에선 어떤 건축 자재를 썼는지는 안 봐도 뻔합니다.
삼지연보다 더 형편없겠지만, 여긴 자재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노동신문이 검덕에 준공된 아파트들이라며 공개한 사진을 보고는 저는 입을 딱 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건축을 잘 모르는 제 눈으로 봐도 아예 건설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어 보였습니다. 일단 뭘 많이 지은 것처럼 보이려니 창문도 설치하지 못한 아파트들을 멀리서 잔뜩 찍었는데, 낭떠러지 경사 바로 옆에 바짝 붙여서 아파트를 지은 것이 확 눈에 들어왔습니다. 낭떠러지가 암반층도 아니던데 흙이 조금만 더 씻겨 나가면 아파트가 붕괴될 판입니다. 그게 몇 년 뒤일까요. 뒷산도 민둥산이라 폭우가 쏟아져 또 산사태가 나면 그냥 죽는데, 저런 아파트에 인민이 들어가 살라고 하다니요.
검덕 아파트 배치 구도만 봐도 북한이 어떤 태도로 아파트들을 지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후진국도 저렇게 집을 짓지 않습니다. 김정은이 하도 독촉을 해대니 건설 현장 간부들은 목을 부지하기 위해 위치에 상관없이, 편의시설도 제대로 없이 살림집만 5천 세대 짓는 것이 최우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을 내몰고는 자기는 승마에 빠져 있다가 갑자기 정색을 하고는 공사 실태를 요해하고 나서 간부들 목을 치겠지요. 이게 나라입니까. 저 같으면 인민에게 미안해서라도 노는 장면을 공개하지 못하겠는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김정은은 부끄러움도 없어졌나 봅니다. 내가 말을 이렇게 잘 탄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걸까요. 말 타는 것과 나라의 발전, 위대한 승리의 해하고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북한 기록영화 관계자들도 뭔가 분량을 채워 아부를 해야겠는데 한 것이 아무 것도 없고, 채울 거라곤 김정은이 승마하며 논 것밖에 없으니 그거라도 넣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현송월이를 맨날 데리고 다니며 같이 노는 거 보여주는 것이 부끄럽지 않습니까. 이설주나 김여정이는 식구니까 그렇다 치고, 직급도 안 되는 현송월이는 뭡니까. 내가 옛 애인 끝까지 챙겨준다고 자랑이라도 하는 걸까요. 아무튼 김정은은 점점 부끄러움도 모르고, 인민이 어떻게 볼지 두려움도 없고, 백마 탄 장면처럼 걷잡을 수 없이 질주합니다.
김정은의 저 백마 쇼를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이 탕진되는지 아십니까. 저들이 타는 백마는 러시아산 오를로프 트로터 종인데 북한은 사람을 보내 러시아 사육장을 돌며 말을 사갑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북한이 사간 백마는 모두 138마리이고, 여기에 60만 달러를 탕진했습니다. 그리고 들여가서 백마들이 살 최신식 마구간과 관리인, 먹이까지 이게 다 돈입니다. 떼거리로 백두산에 몰려가 말 타는 걸 자랑하는 김정은을 보니 2021년은 저들이 자랑하는 위대한 승리의 해가 아니라 거대한 탕진의 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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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에디터:오중석,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