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김주애는 왜 김정은 자리에 앉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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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지난 방송에서 김정은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한달 넘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번 주에 무려 36일 만에 나타났습니다. 그동안 코로나에 걸려 앓고 왔는지 그건 알 수는 없지만, 나타나는 모습도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딸 김주애를 가운데 앉히고, 자신과 이설주가 양 옆에 앉고, 인민군 최고위 장성들을 병풍처럼 두고 사진을 찍어 공개했습니다. 김정은이 앉는 자리에 김주애가 앉은 셈인데, 요즘 왜 이렇게 딸을 자주 등장시키는 것일까요.

제가 김정은이 아니니 정확히 그 내막이야 어떻게 알겠냐마는, 제 생각에는 벌써 후계 세습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 듯 합니다. 지금 만 열 살짜리 애를 내세워 존경하는 자제분이라고 호칭하고, 머리 허연 간부들이 그 앞에서 머리 숙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까. 이걸 통해 김정은 자식에겐 아들이든 딸이든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왕자나 공주가 너희들보다 훨씬 더 세다는 것을 강조하는 겁니다.

딸에게도 존경하는 자제분이라고 쩔쩔 기는데, 나중에 김정은의 아들이 나타나 보십시오. 나타나자마자 당연히 민족의 태양이니 인류의 미래니 이러겠죠. 굳이 아들이 나타나서 할 필요까지 느끼지 않고, 딸을 앞세워 미리 우상화 준비를 다 하는 겁니다. 그리고 아들이 활동할 때 딸을 지금의 김여정 역할처럼 옆에 붙여서 보좌하게 하면, 이미 딸을 보고 존경하는 자제분이라고 훈련된 사람들이 아들 앞에선 얼마나 더 쩔쩔 기겠습니까. 김정은 자식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지금의 김여정보다 훨씬 더 권위를 가지고 통치를 하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김정은도 지금 나이에 벌써 건강이 좋지 않은지 36일째 나타나지 않고 그러는데, 앞으로 더 할 겁니다. 2월에 행사 몇 개 치르고 또 오래 사라지겠죠.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심각해지면 공백이 생기는데, 대타로 맡길 사람이 필요하겠죠. 그런데 이런 일을 동생인 여정에게 맡기려니 동생의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을 향해 항상 앙칼지게 성명을 발표하는 것만 봐도 김여정은 통치라는 것과는 거리가 먼 성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권력이라는 것은 형제자매와도 나눌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옛날 왕조에서 왕자들이 서로 죽고 죽이면서 제일 관계가 나빴지 않습니까. 결국 믿을 것은 자식들 뿐인데, 그래서 주애를 벌써 데리고 나온 것이겠죠.

김정은이 아직 나이가 마흔도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건강에 문제가 생겨 저리 움직이기 싫어하는 걸 보십시오. 김정은이 언제 지방 시찰에 나갔는지 떠올려 보십시오. 평양에서 회의나 하지 거동하는 게 벌써 너무 힘들어 보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러는 김정은이 나이 50이 돼 보십시오. 아마 몇 달씩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도 없을 겁니다. 이럴 때 김주애가 간부들 데리고 다니면, ‘아 김정은이 뒤에서 다 조종하고 통치하는 능력에 문제없다’ 이렇게 사람들이 생각할 것이 아닙니까.

결국 나중에 몸으로 때우는 것은 주애가 하고, 김정은은 뒤에서 조종하는 역할을 할 수가 있는 겁니다. 믿을 건 자식들 밖에 없기에 저런 방법이라도 생각해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김주애는 너무 어립니다.

저는 저렇게 어린 애를 저렇게 열심히 내세우고, 자기 자리 양보하는 모습까지 의도적으로 여러분들에게 공개하는 것을 보면서 김정은이 벌써 고장이 났나 이런 생각도 듭니다. 아마 비만으로 초래된 건강상 문제나 코로나 후유증 등으로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면서 급하게 딸을 앞세우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아들을 내세워도 되는데 굳이 딸을 꺼내든 이유도 나름 다 목적이 있겠지만, 자기와 이설주와 닮은 딸을 내세워 4대 세습에 쏠리는 비난의 목소리를 좀 눅잦히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린 여자애를 그렇게 심하게 욕하기도 그렇고, 또 설마 딸을 후계자로 쓸까 그냥 귀여우니 데리고 다니겠지, 우리 김정은이 이리 자상하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구나’ 이런 걸 보여주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들을 데리고 나타나면 모두가 경계하겠죠. 저 어린 놈이 앞으로 우리를 타고 앉아 통치할 놈이구나, 성격은 포악한지, 머리는 좋은지 이런 걸 어렸을 때부터 일거수일투족 볼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아들은 어릴 때 노출시키는 것이 엄청난 마이너스입니다. 솔직히 북한 통치가 바보도 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미리 바보를 바보라 알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죠. 그래서 미리 딸을 내세워서 권위를 만들고, 그 권위를 가진 딸이 나중에 아들을 보좌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 귀엽고 착한 존경하는 자제분이 복종하는 아들이니 훌륭하겠지’ 이렇게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아마 집에선 김정은이 딸에게 오빠에게 무조건 복종하라 가르칠 겁니다.

김정은 아들이 어떤 상태인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아들의 상태가 영 좋지 않아 이런 식으로 한다고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죠. 그리고 저는 김정은의 아들이 유전적으로 뛰어나다고 보지 않습니다. 김정은도 스위스에서 유학 다닐 때 성적을 보면 공부를 엄청 못했습니다. 거기에 엄마는 했겠습니까. 금성에 가서 어려서부터 노래 부르던 가수였으니 공부와 거리가 있겠죠. 부모를 보면 김정은의 아들이 별로 똑똑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멍청한 자식이라도 왕이 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었고, 머리 좋은 중앙당 간신배들이 그걸 보좌하고 있으니 굴러 가긴 하겠죠.

저는 이런 것을 보면서 정말 이가 갈리게 분노합니다. 사회주의니 인민이니 내세워서 혁명한다더니 결국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독재 왕조를 만들었습니다. 아직도 사이비 종교와 같은 주체사상을 내세워 인민을 등친 사기꾼들인 김일성, 김정일을 위대하다고 추앙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제발 좀 정신 차리고 반성하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