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제 한국은 20일 뒤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되는데, 외부로 눈을 돌려보면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일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입니다. 30년 전에는 같은 나라였는데 이젠 전쟁까지 불사할 정도로 관계가 나빠졌으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북에선 관련 내용을 알려주지 않을 것이니 간단히 말씀드리면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겠다고 하자 러시아가 15만 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국경에 전개시켜 전쟁을 하겠다고 합니다. 러시아의 최대 방어 수단은 넓은 영토라는 말이 있죠. 나폴레옹과 히틀러 모두 혹독한 날씨 속에 거리가 먼 모스크바까지 진군하다 실패했습니다.
소련 시절 모스크바와 나토의 영향권 사이엔 1,800㎞ 정도의 거리가 확보됐는데 만약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한다면, 이 거리는 500㎞로 줄어들고, 러시아는 나토 회원국과 국경을 맞대는 결코 참을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쟁을 하겠다고 숱한 탱크를 국경에 배치했는데, 이번 전쟁은 군사작전의 은밀성이 사라진 것이 두드러진 특징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위기로 보는 현대전의 특징
군사작전의 은밀성 사라졌다, 선제공격 불리해
은밀성이 사라진 전쟁, 한반도에는 어떤 의미일까?
위성사진을 통해 언제, 어디에, 어떤 병력이 주둔해 있는지, 어디로 이동하는지 전 세계가 매일 생중계처럼 지켜볼 수 있습니다. 위성사진의 화질이 너무 깨끗해 벌판에 늘어선 기갑 장비의 종류까지 판별될 정도입니다. 공격하는 쪽이나 방어하는 쪽이나 정찰병을 굳이 보내지 않아도 맞은편의 상황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미래의 전쟁에선 이런 상황은 되풀이될 것입니다. 모든 것을 위성사진으로 손금 보듯 볼 수 있는 세상에선 선제공격을 하는 쪽이 크게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습의 은밀성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수백 만 명의 병력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달 7일 미국 한 연구소가 자강도 회중리에 건설된 연대급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지 위성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분계선에서 383㎞, 중국 국경과는 불과 25㎞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그런데 위성사진 화질이 정말 깨끗해서 기지가 운용 본부와 보안시설, 지하시설, 거주 및 농업 지원시설 등 6개 공간으로 나뉘어 있으며 이동식발사차량과 이동식거치대 등을 어디에 수용하는지가 한 눈에 보입니다. 골짜기를 따라 난 도로의 폭은 6m이고 그 옆에 미사일 갱도 입구 12개가 있는데, 너비가 8m, 15m 이렇게 미터 단위로 측정이 됩니다. 북한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이 기지 공사를 시작했고 최근 완공했습니다.
김정은의 처지에서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민간인도 접근 못하게 하면서 막대한 물자와 숱한 군인들을 동원해 팠는데 위성사진 한 장에 탈탈 털린 겁니다. 대를 이어 20년 넘게 들인 김 씨 일가의 수고가 위성 때문에 순식간에 물거품이 된 것이죠.
갱도 입구까지 또렸하게 보이면 더 이상 비밀기지가 아닙니다. 유사시 한국의 순항 미사일이 입구를 타격하고 지하 100m 이상을 관통하면서도 정확도까지 매우 뛰어난 현무 미사일이 떨어지면 지하에 지진이 발생해 갱도에 숨겨놓은 미사일은 모두 매몰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파악하고 있는 북한 미사일 기지가 어디 회중리 뿐일까요. 회중리에서 15㎞ 떨어진 곳에 있는 영저리 미사일 기지도 마찬가지로 한 눈에 보입니다. 외진 산골로 이어진 북한의 도로를 따라가면 미사일 기지뿐만 아니라 각종 군기지 등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인터넷 위성 사이트에서 다 보입니다. 제가 30년 전에 교도대에 나갔던 평양고사포병사령부 57미리 중대 식당 뒤에 돼지우리가 하나 더 생겨난 것도 다 보입니다. 그러니 군사용 위성은 더 말할 것도 없죠. 집 앞에 밭고랑이 몇 개인지도 셀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갱도를 계속 만드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한국이 최근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관통력을 가진 현무 미사일은 북한의 최고 장점인 ‘전국의 갱도화’를 최악의 단점으로 바꿔버렸습니다. 미사일이 떨어지는 갱도는 그냥 무덤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을 지켜보는 것이 어디 위성뿐일까요. 최첨단 정찰기들과 레이더들도 북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은닉 방법은 수십 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북한을 지켜보는 감시 자산은 비약적인 기술적 발전을 이뤘습니다. 미국은 북한에서 운행되는 차량 숫자까지 다 파악하고 있습니다. 한쪽에 바퀴를 11개나 단, 크고 굼뜬 대륙간탄도미사일 차량 정도는 어느 갱도에 몇 대나 들어가 있는지 이미 파악됐죠.
북한이 새로 개발했다고 자랑하는 미사일 열차도 너무 무거워 콘크리트 침목을 새로 깐 곳만 다닐 수 있는데 북한에는 그런 구간이 한정됐습니다. 미사일 열차가 어디에서 나와 어디로 가는지도 당연히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은 평화 시기이니 북한이 미사일 몇 발 시험하는 것까지 꼼꼼하게 볼 필요는 없지만 만약 북한의 미사일 갱도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분주한 움직임이 벌어지면 한미일의 모든 감시자산이 북한을 들여다보며 대비합니다. 김정은이 몇 발만 꺼내 선제 공격할 수도 없습니다. 한 발이라도 한국에 날아오면 전쟁이기 때문에 그 즉시 한국의 모든 미사일이 입력된 좌표로 날아가 갱도에 숨겨놓은 나머지 미사일들을 묻어버립니다. 그렇다고 김정은이 미사일 수백 발을 몽땅 꺼내놓고 한국 등을 겨냥하면 먼저 선제공격을 받아 제거될 수도 있죠.
김정은은 이제 갱도도 믿을 수가 없게 됐는데, 그렇다고 미사일들을 밖에 보관하면 패를 완전히 까는 셈이 되니 이도 저도 못하는 처지입니다. 강력한 감시 자산과 일거에 북한의 미사일 기지들을 무덤으로 만들 수 있는 미사일의 등장은 북한에겐 악몽의 서막입니다.
상대를 손금 보듯 내려다본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힘인데, 김정은도 구글어스라는 위성 사이트에 들어가서 내가 지금 바다에 타고 나가 노는 호화 요트가 얼마나 잘 보이는지 한번 보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오중석, 웹팀:이경하